그의 선거 홍보유인물 슬로건은 ‘돌아온 이용득’이다. 아무도 쉽게 단언하지 못했지만 그는 돌아온다고 자신했다. 그 약속은 지켜졌다. 지난 25일 한국노총 임원선거에서 그는 새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3년 만이다. 그간 한국노총 임원선거에서 현직 산별연맹 위원장 출신이 선출되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용득 당선자는 조합원 신분으로 위원장에 선출됐다. 한국노총 역사상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우선 이명박 정부의 노동배제 정책에 대한 일선 노조간부들의 불만이 표출됐다. 전임 한국노총 집행부가 한나라당과 정책연대를 해 놓고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현장의 목소리였다. 이것이 ‘이용득 향수’를 불렀다. 때문에 ‘돌아올’이 아니라 이미 ‘돌아온 이용득’이었다.

종전에 한국노총 임원선거 때마다 나타났던 산별연맹 위원장 간 합종연횡이나 담합은 위력을 보여 주지 못했다. 그가 만든 선거인대회가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이것이 대의원 약 800명과 선거인 2천707명의 차이다. 선택권을 더 많이 확대할수록 민주주의는 더 확장된다. 일선 노조간부와 현장의 목소리를 더 많이 반영할 수 있다. 이번 한국노총 임원선거는 더 많은 노조간부들에게 선택권을 확장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 극명하게 보여 줬다.
 
이용득 당선자는 ‘정책연대 파기, 노조법 전면 재개정’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정책연대 파기는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이미 한국노총 임원선거에서 나타난 선택을 고려하면 한국노총과 한나라당의 정책연대는 끝났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노조법 전면 개정은 쉽지 않다. 여대야소의 국회 상황, 올해 7월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시행, 이명박 정부의 완고함 등을 고려할 때 여간 힘든 과제가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이용득 당선자는 굳은 결의를 보이고 있다. 27일 자신의 친정인 금융노조 대의원대회에서 행한 그의 연설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
“타임오프는 노조를 없애는 법이다. 복수노조 허용은 단결권 보장을 빙자해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무력화하는 것이다. 둘 다 악법이다. 악법은 어겨서 바꿔야 한다. 두 번 감옥에 갔지만 또 갈 수 있다. 내가 책임지겠다. 금융노조부터 강한노조로 거듭나야 한다. 그래야만 복수노조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다.”

노동조합의 마지막 무기인 단체행동을 통해 현장에서부터 노조법을 무력화하겠다는 뜻이다. 정치권과 정부를 고려할 때 한국노총이 협상으로 풀어 갈 여지가 적다는 것을 토로한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노총의 투쟁성과 선명성을 회복하는 것부터 시작하겠다는 얘기다.

이용득 당선자의 발언은 매우 적절해 보인다. 현장의 높은 기대치에 부응할 테니 일선 노조도 그만큼의 투쟁성을 회복해 달라는 주문이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그 투쟁력을 바탕으로 협상테이블을 만들고, 노조법 개정을 논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용득 당선자는 곧 민주노총을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그가 양대 노총 공조를 회복하는 데 앞장서 주기를 기대한다. 노조법 개정은 양대 노총 모두의 과제이기 때문이다.

이용득 당선자가 첫 단추는 제대로 꿴 셈인데, 일말의 아쉬움은 있다. 이용득 당선자의 공약을 보면 대부분 조직노동자에 관련된 것들이다. ‘타임오프와 복수노조’는 조직노동자, 보다 정확하게는 노조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1천500만 노동자 가운데 조직노동자는 10%에 불과하다. 나머지 미조직 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공약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용득 당선자는 사회개혁적 노동조합주의를 완성하겠다고 공약했지만 구체적인 공약은 눈에 띄지 않는다. 예를 들어 정치권에서는 한창 ‘복지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한국노총 임원선거에서는 이슈조차 되지 않았다.

보편적 복지는 조직·미조직 노동자 모두가 누려야 할 권리다. 교육·보육·의료 혜택은 국민이라면 의무적으로 적용받아야 한다. 산업현장의 고령화 문제 해결과 정규직-비정규직 양극화 해소, 사내하청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의 과제도 복지 논쟁과 연결돼 있다. 복지 논쟁이 제대로 방향을 잡으려면 조직노동자가 앞장서야 한다. 한국노총이 앞으로 할 일도, 사회개혁적 조합주의의 핵심도 복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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