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인골탑’이라 불리운 지 오래됐다. 학부모들이 비싼 대학등록금을 대느라 등골이 휘어지고, 뽑히게 됐다는 얘기다. 이제 대학은 교직원에 대한 쥐어짜기에도 혈안이다.
 
대학들은 학부모뿐 아니라 교직원의 등골도 뽑는다. 행정직·청소용역직·시간강사·조교 할 것 없이 저임금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다. 적게는 2만원에서 많게는 6만원을 받으며 대학을 떠도는 시간강사들의 평균 연봉은 고작 1천만원 내외다. 대학 내에서 근무하는 청소·경비업무를 담당하는 고령의 노동자들도 비슷한 처지다.

새해 벽두부터 해고 날벼락을 맞은 홍익대 청소용역직의 사례는 이를 극명하게 보여 준다. 홍익대 청소용역직 170명은 새해 첫날 출근하자마자 해고통보를 받았다. 그들을 고용하고 있는 용역업체가 재계약에 실패하자 자동으로 해고된 것이다. 문제는 이들이 최저임금조차 못 받고 일했다는 점이다. 월 75만원의 임금과 월 9천원의 밥값이 그들이 받은 돈의 전부다. 그들은 쥐꼬리 임금을 받으면서 하루 꼬박 10시간을 일했다. 주 40시간 일하는 사업장의 올해 월 최저임금이 90만2천880원인 것을 고려할 때 최저임금법 위반이다.

대학들이 버젓이 최저임금법 위반을 하는 까닭은 청소·경비 업무를 외주화한 탓이다. 대학들은 청소·경비 노동자와 직접적 고용관계를 갖지 않는다. 대학들은 용역업체와 1년 단위로 계약했다. 최저임금 수준 이상의 용역단가를 요구하는 업체들은 가차없이 계약해지했다. 최저임금법 위반을 감수하거나 비용부담을 스스로 지려는 용역업체 외에는 살아남을 수 없었다.
 
이러니 용역업체에 채용되는 이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은 취약노동계층이다. 용역업체에서 일하는 청소·경비 노동자들 가운데 실질적 가장이 적지 않다. 그러나 대학들은 쥐꼬리보다 적은 임금을 감내하기 힘들었던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하면 이를 빌미로 용역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아예 새 용역업체와 계약하면서 노조원은 재계약할 수 없도록 압력을 가했다. 일부 대학은 용역계약서에 근무시간 중 파업을 금지하는 규정까지 넣었다가 삭제하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대학에 기업 따라잡기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대학 내 대부분의 업무에서 비정규직·외주화가 진행되고 있다. 청소·경비·식당 외주화는 기본이다. 행정직도 직접고용 계약직 노동자로 채워지고 있다. 교내 학생들은 아르바이트로 채용돼 행정보조 역할을 한다. “힘든 일은 교내 학생 알바가 다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대부분의 대학에서 전체 직원 중 간접·직접고용 비정규직의 비율이 70% 이상이라는 분석도 있다. 시간강사·조교까지 포함하면 비정규직 교직원의 비율은 90%에 달한다고 한다. 대학들은 인건비를 깎아 막대한 적립금을 학교법인에 쌓아 둔다. 최저임금도 주지 않은 학교법인 홍익학원은 한 해 시설용역비 7억원을 절감해 약 700억원을 적립금으로 유보했다. 진리와 학문의 상아탑은 간 데 없고, 돈벌이에 눈이 먼 모습이다. 이러니 해가 바뀌면 계약 여부를 둘러싸고 갈등이 불거지는 것 아닌가.

노사갈등의 온상이 된 대학을 이대로 두면 안 된다. 해법은 이미 나와 있다. 지난 2007년 9월 국가인권위원회는 공공부문 청소용역근로자 인권 개선을 고용노동부에 권고했다. 저임금 문제와 반복적인 해고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는 권고였다. 구체적으로는 저임금의 원인이 된 포괄임금제를 남용하는 사용자에 대한 근로감독행정을 강화하라는 것이다. 포괄임금제는 초과근무시간과 수당을 별도로 책정하지 않아, 근무시간을 초과하더라도 임금이 증액되지 않는 방식이다. 청소·경비 노동자가 하루 10시간을 근무해도 월 75만원밖에 못 받는 까닭이다.
 
국가인권위는 또 사업주의 성희롱 예방의무 준수와 원청사업자의 사용자 책임성 강화를 권고했다. 고용노동부가 이 권고를 이행했더라면 매년 벌어지는 대학의 노사갈등은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노동부는 엉뚱하게도 청소·경비 노동자와 같은 기간제 노동자에 대해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상 제한(2년)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대학들이 용역업체들을 바꾸면 청소·경비 노동자는 자동으로 해고되는 게 현실인데, 기간제한을 없앤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되레 대학 교직원의 비정규직화 현상을 부채질할 뿐이다.

노동부의 처방전은 저임금과 고용이 불안정한 청소·경비직, 비정규직 학교 교직원들의 일자리 유지와 노동권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노동부는 국가인권위가 권고한 내용을 따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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