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가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현대건설노조(위원장 임동진)가 매각협상에 참여해 경쟁을 벌였던 현대자동차를 지지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현대건설 우선협상자 재선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20일 성명을 통해 "현대건설 임직원의 95%가 선호하는 현대차를 우선협상대자로 선정하고 새로 출발할 수 있도록 해 달라"며 "채권단이 현대차를 인수주체로 선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조는 "현대건설 매각이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되면 10년간 쌓은 탑이 무너지고 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현대건설 매각이 지연되면 채권단이 모두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동진 위원장은 "현대건설을 매각할 때는 자금조달능력과 경영능력·발전전략·자금출처 등에 대한 심사를 엄격히 진행해야 한다”며 “현대그룹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할 때처럼 무조건적인 고가매각만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관련업계도 현대차의 현대건설 인수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채권단은 "22일 주주협의회에서 현대그룹이 제출한 자금 소명자료를 토대로 우선협상대상자 해지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고, 현대차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부여하는 안건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5조1천억원을 인수가격으로 제시한 현대차와의 협상을 더 이상 지연시킬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대그룹은 지난달 현대건설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매각자금 출처가 불분명해 의혹만 불러일으켰다. 현대그룹은 이날 새로운 추가자금 마련 계획을 발표했지만, 대세를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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