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는 버스기사가 진짜로 월급을 240만~250만원씩 받는다면서요?”
17일 오후 전주 시외버스터미널. 전북고속의 한 버스노동자가 천막농성장 앞에서 군불을 때다 다짜고짜 물었다. 그는 “전북고속 버스기사들은 그동안 법에서 정한 최저임금도 못 받았다”며 “현재 최저임금에 미달한 금액이라도 돌려 달라는 체불임금 소송 중”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운수노조 전북고속지회를 비롯한 7개 버스회사 노동자들이 파업에 돌입한 지 이날로 열흘째에 접어들었다. 노사 간 협상 소식은 파업 이후 처음 열린 교섭이 1시간 만에 결렬됐다는 게 전부다. 대신 전주시와 전북지역 언론에서는 버스기사 임금에 대한 진실공방이 한창이다. 버스노동자들은 “이날 전북일보가 회사측 말만 듣고 전주 시내버스 운전기사 임금이 240만원이라고 보도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쥐 득실대는 숙소에 화장실도 없어”

전북고속지회(지회장 남상훈)는 지난달 "회사가 최저임금법과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고 있다"며 1억8천여만원의 미지급 임금을 청구하는 체불임금 소송을 전주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올해 법정 최저임금은 4천110원이지만, 전북고속 단협에서 정한 일급은 3만517원이다. 8시간 기준으로 했을 때 시급이 3천814원에 불과하다.

사실 전북지역 버스노동자의 파업은 임금인상보다는 노동자로서 정당한 대우를 받고 싶다는 요구에서 비롯됐다. 전북고속 노동자 240여명을 비롯한 7개 사업장 900여명은 6월 이후 한국노총 전북지역버스노조를 줄줄이 탈퇴하고 운수노조에 가입했다. 이들은 “법에서 정한 임금도 받지 못하고 나이가 아들뻘인 관리자들한테 비인격적 대우를 받으면서도 찍소리 한번 낼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올해로 14년째 전북고속 운전원으로 근무 중인 오길성(54)씨는 “운수노조에 가입한 뒤에야 임금이 법정기준에도 못 미친다는 사실을 알았지, 그 이전에는 주면 주는 대로 받았다”고 말했다. 오씨는 “16시간씩 일하고 돌아가도 쥐가 나오는 숙소에서 허리를 못 펴고 화장실도 없이 근무하면서도 나이 어린 관리자들한테 굽신거려야 했다”며 “인간대접 받으면서 일하고 싶어 파업에 참가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전북 고창터미널에 있는 전북고속 숙소에는 별도의 샤워시설이 없다. 버스노동자들은 터미널 대합실 공용화장실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건비 부풀려 받은 재정지원금 수십억원 증발”

시내버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2008년 전북대산학협력단이 전주시의 용역을 받아 제출한 ‘전주시 시내버스 경영진단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버스운전원의 평균 인건비는 월 239만3천293원이다. 그러나 J여객 10년차 노동자인 정아무개씨의 급여명세서를 보면 지난달 급여총액은 196만2천70원이고, 실수령액은 139만1천574원에 불과하다.<표 참조>
 


지난 2년의 물가상승분을 제외하더라도 100만원가량 차이가 난다. 문용원 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 쟁의조직실장은 “회사가 버스노동자의 인건비를 부풀려 보고한 뒤 시로부터 받은 수십억원대 보조금을 착복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나온 표준운송원가 산정내역의 운전원 임금산출표에는 2008년 기준으로 24일 근무시 기본급(83만9천208원)과 제수당(74만3천215원)을 합쳐 월 158만2천423원을 받아야 한다. 상여금과 연차수당까지 합치면 262만622원이다.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전주시는 5개 버스회사에 경영개선지원금 43억원 등 100억원이 웃도는 보조금을 지원했다.

오현숙 민주노동당 전주시의원은 “전주시가 연간 1억원을 투입해 시내버스 경영진단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버스보조금 지원규모를 정하는데, 회계의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J여객 회사 사장은 개인적으로 이용하는 벤츠 승용차를 회사차량으로 등록했다 노조의 항의로 자신의 명의로 이전했는데, 이 과정에서 소요된 1천400만원의 비용을 회사 공금에서 처리했다. 이 회사 회장의 연봉은 8천만원, 사장은 6천400만원이다.

한편 전북 버스 파업의 장기화 원인은 버스회사들이 ‘복수노조’를 이유로 운수노조의 협상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박사훈 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장은 “사용자측이 운수노조를 인정하고 협상테이블에 나온다면 미지급 통상임금 문제 등은 추후 논의 과정에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