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지난달 28일 강연에서 현재의 한국 정치를 “정치적 견해가 다르면 밥도 같이 안 먹고 결혼도 안 하겠다는 ‘정서적 내전 상태’”라며 “그다음 단계로 ‘싹 다 쓸어 없앴으면 좋겠다’는 심리 위에 있던 나치와 파시즘만큼 위험하다”고 우려했다.(경향신문 1월30일자 4면 “활동 재개한 김부겸 ‘한국 정치, 정서적 내전 상태’”)노무현 팬클럽 수준의 소박한 모임은 명계남과 문성근 같은 이들이 주축이 되면서 적극적 치어리더로 발전했다. 김어준 같은 이들이 합류하면서부터 훌리건으로 변모했다. 노무현·문재인 대통령 같은 팬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월26일 법무부·공정거래위원회·법제처 업무보고에서 ‘헌법 수호’를 강조했다고 한다. 대통령은 “많은 CEO(최고경영자)가 자기 기업이 지향하는 비전과 가치를 늘 생각하고, 그것을 직원들과 거래처 등에 알리고 전파하고 해야 큰 돈을 벌게 되는 것”이라며 “대한민국의 비전과 가치는 헌법에 담겨 있고 법무부와 공정위·법제처는 이 같은 헌법을 수호하는 기관”이라고 했다.대통령이 생각하는 ‘비전과 가치’ ‘헌법 수호’의 실제 내용이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힌 바 없어 모르겠다. 그러나 ‘자유로운 시장’을 강조하거나 ‘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이 지났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으로 종사자가 사망한 경우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업 측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의 경우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보다 죄질이 더 무거운 것으로 보이는 음주운전으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도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뿐이라며 처벌이 과도하다는 등의 위헌론을 주장하고 있다.위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이 음주운전의 경
어떤 존재의 시작은 무엇으로 가늠할 수 있을까. 어느 때, 어느 공간 혹은 어떤 인식, 어떤 사건, 어느 무엇. 음력 설은 태어나고 스스로 서서 걸음을 내디딜 수 있을 무렵까지 자란 시골 마을 가까이 바닷가에서 맞이했다. 떠오르는 새해를 자욱한 안개 너머로 가늠하려 시간을 흘려보냈다. 안개 사이, 구름 너머에서도 시린 겨울의 내음에 온기를 더하는 새로운 한 해의 볕 아래에서 한낮을 보내고도, 저물고 피어나는 계절이나 어떤 시작을 감각하기 어려웠다. 떠나고, 떠나왔다. 떠나고 떠나서도 답을 벼르기가 어렵다. 홀로 앉아 채운 술잔에,
1. “지엠 물류센터의 협력업체 소송 이겼어요.” 한국지엠 창원부품물류센터에서 일하던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원청 한국지엠을 상대로 불법파견 여부를 상담하고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맡겨서 진행해 왔다. 그들은 생산공정인 아닌 외부 부품물류센터에서 자동차 수리를 위한 부품의 입고·저장·피킹(Picking)·패킹(Packing)·출고 등 업무에 종사했는데, 원청 한국지엠이 센터를 폐쇄하면서 해고됐던 하청노동자였다. 마침내 지난 19일 1심 판결이 선고됐다고 사무국장이 전화로 알렸다.벌써 3년 전이었나. 상담하고 소송을 제기했던 것이 202
“낮은 곳으로 향하는 연대”내가 일하는 서울노동권익센터의 홈페이지 소개글에 있는 문구다. 이 땅의 모든 노동자가 녹록지 않은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특별히 더 소외되고, 더 차별받으며, 더 불안정한 일터에서 노동하고 있기 마련이다. 그러한 취약노동자의 노동권 보호를 위해 센터는 “낮은 곳”을 바라보며 법률·교육·정책·조직화·커뮤니티 지원 등 많은 사업을 하고 있다.그중에서도 센터의 노무사들은 권리구제지원 사업을 중심으로 업무를 수행한다. 이 사업은 월 300만원 이하를 받는 취약노동자에게 사건대리를 무료로 지원하
한국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사실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유럽·남미·아시아·아프리카를 포함한 모든 대륙에서 강도는 다르지만 같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무제한으로 폭주하는 자본주의의 고삐를 쥐고서 이 체제의 지속을 가능케했던 민주주의가 세계적으로 퇴락하면서 자본주의 자체도 크게 삐걱거리는 형국이다.중국과 러시아를 겨눈 미국의 글로벌 공급사슬 해체 공작은 우리에게 익숙한 자본주의의 발전단계인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사실상 종식됐음을 보여주는 세계사의 변곡점이라 할 수 있다. 유럽연
2020년 10월 정리해고로 거리에 내몰리고 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구제 절차를 통해 복직했으나, 복직 1년 만에 다시 집단해고를 당한 노동자들이 있다. 지난해 7월12일 두 번째 집단해고를 당한 자일대우버스 주식회사 노동자들 이야기다. 두 번째 집단해고는 ‘정리해고’가 아니라 ‘폐업해고’다. 회사가 어려워 울산공장 문을 닫을 수밖에 없으니 근로계약 관계를 더 이어 갈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우버스 폐업에는 아무래도 다른 목적이 있는 것만 같다.해고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대도 사용자가 노조활동을 혐오한 나머지 경영상 어려움 등 명
영국의 역사학자인 에드워드 카(Edward Hallett Carr)는 가치와 사실의 관계에 대해 하나의 관점을 제시해 주고 있다. 인간과 환경의 투쟁을 과장해 사실과 가치를 부당하게 대립시키거나 부당하게 분리시키지 말아야 하고 역사에서의 진보는 사실과 가치의 상호의존과 상호작용을 통해서 성취된다고 했다. 가치와 사실은 상호의존하고 또한 상호작용한다는 그의 주장은 “가치는 사실에서 나온다”라는 명제와 “사실은 가치에서 나온다”라는 명제가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두 명제가 상호작용해 객관적인 역사가 이뤄질 수 있음을 말해 준다.사실
5년 만에 고은이 문단에 복귀했다.경향신문은 지난 10일 1면 사이드에 ‘성추행 한마디 반성 없이 고은, 5년 만에 문단 복귀’라고 썼다. 경향신문은 이날 1면에 이어 20면 머리에도 시인과 출판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경향은 “예술의 자유를 빙자한 폭력은 더 이상 허용돼선 안 된다”는 여성문화예술연합 대표의 발언도 옮겼다.고은 복귀는 매일경제도 같은날 26면에 1단 기사로 다뤘으니 경향 단독보도도 아니다. 미투에 발 빠르게 대응한 한겨레는 하루 늦게 지면에 보도했다. 그것도 주요 면이 아닌 20면 맨 아래쪽에 썼다.불매운동까지 번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꼭 1년이다. 그간 산업재해에 대한 처벌 수위가 약했고, 산재가 끊임없이 되풀이된다는 문제가 있었다. 사업주의 책임을 강화하고, 솜방망이식 처벌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책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됐다.법이 시행됐음에도 산재 사망자는 눈에 띄는 수준으로 줄어들지 못했다. 2022년 산재 사망자 통계를 보면 건설업에서 약간 줄어들고, 제조업에선 오히려 늘어났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에서 중대재해처벌법 무용론을 설파하고 있다. 기업 활동을 방해하는 잘못된 규제라는 식의 기사가 연이어
노동조합은 자치조직이지만 헌법과 법률을 통해 사용자와 단체교섭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는다. 그래서 노동조합은 이에 따른 사회적 책임이 있는 자치조직으로서 자율적·민주적으로 운영해야 할 의무를 진다. 노동조합 활동을 규율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노동조합 대표자가 6월에 1회 이상 회계감사원을 통해 노동조합의 모든 재원 및 용도, 현재의 경리 상황 등에 대한 회계감사를 실시하고 그 내용과 결과를 전체 조합원에게 공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25조1항·2항)이뿐만 아니라 노조대표자는 회계연도마다 결산 결과와 운영상
학원에서 강사로 일하던 분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학원과 고용계약을 체결한 노동자였는데, 어느 날 학원 원장이 프리랜서 계약을 하자고 하더란다. 한 노무법인이 나서서 학원들에 고용형태 변경에 관한 컨설팅을 했고, 그 때문에 주변 대다수 학원이 고용형태를 바꿨다고 했다. 4대 보험이 적용 안 돼 불안해하는 강사들에게 수업시간에 맞춰 출퇴근을 유연하게 할 수 있고, 임금도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설득했다고 한다. 강사 입장에서는 계속 거절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프리랜서 전환을 수용했는데, 코로나19가 급격하게 확산된 후 학생수에 따라
“왜 여자들은 배달 오면 숨어?”라는 물음을 받고 생각해 봤다. 왜 나는 방금 숨었지? 일단 이 자취방에 여성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들키고 싶지 않다. 집에서 음식을 만들어 먹을 시간이 없거나 귀찮은 날에는 밖에서 먹고 오거나 집에 오는 길에 포장을 해 온다. 정 혼자 배달 주문해서 먹는 때에는 문 앞에 두고 가라고 한다. 내가 무방비로 맘 편히 지내는 사적인 공간에 모르는 사람(특히 대개 남성)을 향해 문을 열어 줄 만큼의 세상을 향한 신뢰는 없다.이는 나만의 막연한 공포가 아니다. 실체가 있는 두려움과 걱정이다. 몇 년 전 처음
1. 모든 ‘문화(文化)’에는 이상(理想)을 향한 의지가 자란다. 문화(文化)란 어떤 사람들 사이에 자연 투쟁 상태에서 벗어나 그 이상을 실현하고자 습득·공유·전달되는 행동 양식과 그 결과물을 일컫는다. 노사 간에도 이러한 문화가 시작되는 시점이 있다.2. 전국택배노동조합은 2018년께부터 원청 사용자인 CJ대한통운에 교섭을 요구했다.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들은 대리점과 계약을 체결하고 있고 CJ대한통운과는 아무런 계약관계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단체교섭을 거부했다.CJ대한통운은 택배 대리점(집배점)과 택배 배송에 관한 위수탁계약
지역에 사람이 사라지고 있다. ‘좋은 일자리' 그리고 ‘실패할 수 있는 경험'을 찾아 수도권을 향한다. 하지만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올라간 청년들도 결국은 주거비 부담, 삶의 질 저하, 외로움 등 다양한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청년유니온 자체 실태조사 결과, 비수도권 청년 43%가 수도권 이주를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중 75.8%가 일자리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한 수도권으로 간 청년 중 일자리를 찾아온 이들이 32.1%로 가장 많았다. 비수도권 거주 청년들이 느끼는 일자리 불충분은 상당히 크다. 또한 수도권
나는 지난주 국정원의 ‘생계형 언플’을 언급했다. 국정원은 이번주엔 전국 곳곳에서 압수수색을 펼쳤다. 압수수색 당한 이들은 국정원 수사관들이 일본 여행 가려고 환전해 둔 엔화(한화 100만원가량)를 보고는 공작금이라거나, 화장실 천장에서 나온 폐건축 자재를 보고는 ‘공기총 탄피를 발견했다’거나 캠핑 때 사용한 무전기를 ‘(북한과) 교신기가 나타났다’거나 거실의 빔프로젝트 리모컨을 보고는 ‘녹음기’라고 호들갑 떠는 기가 막힌 장면을 지켜봐야 했다.급기야 정권 위기 탈출용 공안탄압 저지 국가보안법 폐지 경남대책위원회와 민변 경남지부는
우리는 달리는 자본의 등에 올라탄 지 오래다. 그동안 누군가는 자본을 멈추려 하고, 누군가는 자본의 속도를 늦추려 한다. 그러나 자본은 갈수록 더 매서운 속도로 달리고 있다. 대다수는 자본을 찬양하든, 비판하든, 저주하든 여전히 달리는 자본의 등에 올라타 있다. 속세를 떠난 구도자나 자연에서 자급자족하며 사는 자연인이 아닌 이상 말이다.노무현 전 대통령은 “권력은 이미 시장에 넘어 갔다”고 말했다. 정치 권력의 정점에 선 자의 자조적이면서도 솔직한 발언이었다. 그로부터 십수 년이 흐른 지금, 자본 권력의 파이는 더 커졌다. 행정부·
새해가 밝았고 아주 오랜만에 새해 바람이 생겼다. 평소에 새해 목표나 바람 따위는 갖지 않았다. 시간은 그저 흘러갈 뿐, 매일 뜨는 해처럼 성실히 살아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길지 않게 끝났으면 했던 싸움이 해를 넘기자, 새해에는 꼭 이 싸움이 끝나길 바라야만 했다. 대전의 구즉신협 이야기다.구즉신협은 인근 신협보다 실적이 높은 ‘잘나가는’ 신협으로 손꼽힌다. 그렇지만 이직률도 높은 편이었다. 구즉신협의 실적은 노동자들의 일상적인 야근, 성과 압박, 경쟁적인 분위기와 억압적인 업무지시처럼 사용자의 직장내 괴롭힘으로 만들어진
김어준씨(이하 존칭 생략)가 TBS를 나가 새로운 유튜브 채널을 만들자 첫 티저영상 이후 보름 만에 구독자 100만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스스로 ‘진보’를 자처하는 그의 지지자들은 크게 고무된 표정이다. 사회적 현안마다 꽤 높은 발언력을 행사하는 김어준의 파워가 새삼 확인됐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유튜브 채널이 며칠 만에 구독자 100만명을 돌파하는 일이 그리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연예인들에겐 비일비재한 일이다.김어준에 대한 지식인들의 평가는 크게 둘로 갈린다. 일부는 그의 음모론적인 방송이 끼치는 해악에도, 철도나 에너지 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