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새끼 삼겹살이라도 먹여야 할 거 아닙니까”
2009-12-28 구은회 기자
기사 마감시간이 돌아오면 <매일노동뉴스> 취재기자들이 내뱉는 아우성입니다. ‘쿵쿵’은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로 꾸며지는 <매일노동뉴스>의 가십기사 코너인 ‘이러쿵 저러쿵’의 약칭인데요. 매일 새로운 소재를 찾아내는 일이 기자들에게는 여간 부담이 아니라고 합니다. <매일노동뉴스>의 최고 열독 코너, '쿵쿵'에 담긴 2009년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해고소식 들켜 고개 숙인 아빠
올 상반기에는 고용대란과 관련한 우울한 '쿵쿵'이 자주 등장했네요. 그중 직장에서 해고된 한 노조 간부의 소식이 눈에 띄네요. 회사가 ‘고용관계가 상실됐기에 외부인 출입절차를 따라야 한다’는 공문을 집으로 보냈는데, 하필이면 집에 있던 자녀들이 이 공문을 받았다고 합니다. 해고사실을 숨겨 왔던 이 간부는 “회사측의 처사가 너무 비인간적이다”고 좌절했습니다.
경제위기로 인해 노동자들이 임금을 제때 받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도 많았습니다. 경영이 어렵다며 공장가동을 중단한 대전의 한 업체에서 일어난 일인데요. 월급이 다섯달째 밀리자 한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런데 이 회사 경영진은 서울의 초호화 주택에서 여유롭게 생활해 비난을 받았습니다. 그 뒤, 밀린 임금이 제대로 지급됐는지 궁금해지네요.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절절한 사연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올해는 특히 사용자들이 최저임금 삭감을 요구해 노동계가 크게 반발했었는데요. 최저임금 논의 당시 국회에서 열린 최저임금 간담회에 참석한 한 노동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도 부족한데 최저임금을 깎겠다니요. 그럼 저는 죽습니다. 500원이라도 좋으니 올려 주세요. 내 새끼 힘내려면 삼겹살이라도 한번 먹여야 될 거 아닙니까?”
정부 월급으로 소주 마시면 세금으로 먹는 건가요?
이명박 정부 집권 2년차인 올해는 공공부문 노사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는데요. 그래서인지 정부나 공공기관 사용자를 꼬집는 '쿵쿵'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공공기관 선진화방안이 시행됨에 따라 각 공공기관들이 이사회를 열어 인력감축안을 통과시켰는데요. 이 과정에서 웃지 못할 해프닝이 종종 발생했습니다. 이사회 장소를 비밀에 부치는 것은 애교에 가깝고, 가짜 이사회 장소를 공지해 노동자들의 눈을 속이는 상황도 연출됐습니다. 당시 이사회 장소를 찾다 포기한 한 노조간부는 "마치 첩보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이라고 말했네요.
민주공무원노조·전국공무원노조·법원공무원노조가 통합하자 정부는 “국민이 낸 세금이 민주노총의 자금으로 쓰여진다”고 주장했는데요. 이와 관련해 언론사 기자들의 담배를 피우며 농담을 주고받았네요. "어! 그럼 지금 우리가 회사 돈으로 담배를 사서 피우는 거야?"
정부의 주장대로라면, 회사가 준 월급으로 담배를 사서 피우면 회사 돈으로 담배를 피우게 되는 셈인데요. 정부에서 준 월급으로 소주를 마시면 국민세금으로 술을 마시는 걸까요.
최고 인기스타는 ‘허철도’
올해 '쿵쿵' 지면에서 단연 돋보인 인물은 허준영 철도공사 사장이었는데요. 전 경찰청장인 허 사장은 노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공사 사장에 낙점했습니다. 허 사장은 취임 첫날부터 예사롭지 않은 어록을 남겼는데요. ‘철도 비전문가’라는 노조의 비판에 그는 “철도기관사 하러 철도공사에 온 게 아니다”며 “앞으로 ‘허철도’라고 불러 달라”고 큰소리를 쳤습니다.
심지어 허 사장이 꿨다는 꿈도 화제가 됐습니다. 노사 교섭자리에 나온 허 사장은 “지난밤 꿈을 꿨는데 노조에서 임금삭감을 요구했다. 임금을 너무 많이 삭감하자고 해서 오히려 내가 말리는 꿈이었다”고 밝혀 좌중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고 합니다. 허 사장은 “꿈이 현실이 되기를 희망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