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고용유지 한계, 부품사 일자리 늘려야"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자동차산업 노동정책 방향과 실천과제' 토론회
2009-10-30 구은회 기자
자동차산업 지형변화에 따른 노동정책의 방향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29일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주최로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이종탁 산업노동정책연구소 부소장은 “자동차에 대한 전 세계적 규제 강화와 생태환경적 측면을 고려할 때, 지금처럼 자동차 생산을 늘려 고용을 유지하는 방식은 한계에 이르렀다”며 “완성차보다는 부품 분야에서 고용을 창출하고, 완성사의 이익이 부품사로 되돌아가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동계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노동 내부의 계급적 연대의 길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완성차의 이익을 부품사로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의 매출규모는 2000년 65조원에서 2006년 125조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이 가운데 완성차의 총 매출액은 2000년 37조원에서 2006년 61조원으로 늘었고, 자동차부품 총 매출액은 같은 기간 28조원에서 64조원으로 증가했다. 2005년을 기점으로 자동차부품의 매출액이 완성차를 앞지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대·기아차그룹이 자동차 부품업체들을 계열사로 편입시키는 방식으로 수직계열화 작업을 진행한 뒤, 완성차 계열 부품업체와 비계열 부품업체 간 경영성과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이 부소장은 “원청인 완성사의 이익 절반이 부품 분야에서 발생한 만큼, 이익의 일부를 부품사에 되돌려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하청 연대를 위한 노동운동의 전략도 여기에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현대차그룹의 수직계열화가 사실상 완료된 상황에서, 하청으로 불리는 노동의 일부가 수익의 일부를 불하받는 것이 현실”이라며 “노동 내부의 계급적 연대를 모색하려면 완성사의 이윤율을 낮추고 분배율을 높여 공생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원하청 불공정거래, 논의기구부터
완성차를 만드는 원청의 이윤율을 낮추고 분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원하청 사이의 불공정하도급 문제부터 해결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산별특별협약이나 업종별 정책협의기구를 활용해 문제의 해법을 찾자는 것이다.
이상호 금속노조 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원청의 단가인하에 문제를 제기할 경우 계약해지로 이어질 우려가 크기 때문에 개별 부품업체가 원청의 횡포에 저항하기는 어렵다”며 “산별중앙교섭 안에 별도의 논의기구를 만들어 완성차 노사와 부품사 노사가 불공정 문제를 논의하고 이를 개혁하기 위한 공동합의를 도출해 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중앙교섭의 답체협약 합의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에 자동차공업협회·자동차공업협동조합·노동조합·지식경제부 등이 참여하는 정책협의기구를 만들어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정책에 대한 노동계 개입력부터 높여야
자동차산업에 대한 노동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 못지않게 노동계가 산업정책에 대한 실질적인 개입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조건준 금속노조 기획국장은 “글로벌 소싱에 대한 우려는 고용불안증만 강화했고, 해외공장 확산에 대한 노조의 대응수준은 기존 단체협약을 통한 자기공장의 물량 지키기 선언을 넘지 못한 채 ‘바이백’ 같은 현실을 차단하지 못했다”며 “‘물량을 통한 고용’이라는 화두에 머물러 있다면 세부 정책은 유기적으로 추진될 수 없고, 노동운동의 발전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완성차-모듈부품사-부품사-중소·영세부품사'로 이어지는 산업적 위계와 '원청-하청노동자, 대공장-중소영세노동자'로 이원화된 노동 내부의 위계가 고착화된 상황에서, 노동운동의 가치기준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일시적이고 분절적인 대응만 난무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정책을 넘어 운동의 차원에서 고민을 발전시켜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