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노동정국은 “흐림? 안개!”

노사관계 전문가 3인이 얘기하는 하반기 노동정세

2009-07-27     신현경 기자
정세토크 올 하반기에는 전임자임금·복수노조 문제를 비롯해 굵직굵직한 노동현안이 산적해 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명쾌한 해결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내로라하는 노동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전망이 엇갈린다. 많은 전문가들이‘안개 속’이라는 것과 ‘노동계에게 별로 유리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 하지만 해결방향에 대해서는 의견차를 보였다. 노사관계 전문가 3명에게 하반기 노동정세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정부 밀어붙이기식 정책 여전할 것”
노광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

길이 안 보인다. 이명박 정부 들어 노조의 기본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상황이다. 아마도 하반기에는 자주적인 노조운동 여건을 확보하는 게 노동계의 최대 과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

미디어법 개정이나 전교조에 대한 이념적 공세는 개별노조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보면 노조를 사회발전의 파트너로 인식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이런 정부의 태도를 볼 때 노동계는 노조의 기본적 틀을 정립하는 데 중대한 도전에 직면할 것이다.

정부가 공기업 선진화 정책을 일방통행으로 추진한 것과 같이 복수노조·전임자임금 문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충분한 협의보다는 밀어붙이지 않을까. 과거 13년 동안 묵혔던 과제인 만큼 특수성을 인정하고 종합적으로 검토해 개선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것이다. 8월 중순께 개각이 진행되고 노동부장관이 바뀌면 새로운 국면이 만들어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가 중요하다. 노동자와 취약계층 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 들고 나와 협의를 제안할 수도 있을 것이고, 장관 얼굴만 바뀌는 형국이 진행될 수도 있다. 아마도 후자에 가깝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부의 강경자세에 노조가 대응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노동계는 현재 정치적·조직적 자원이 취약하다. 시민사회의 동원능력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분노가 쌓이게 되면 크게 폭발할 수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노동계가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세를 뒤엎어야 하는데 그럴 힘이 없다. 장기적인 전망을 갖고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노동계는 어려울수록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오히려 반감이 확대돼 불리한 정국이 된다. 양대노총은 아래 단위부터 연대해야 한다. 예컨대 공공부문 선진화 정책에 반대하는 투쟁을 양대노총 공공산별이 함께 전개해야 한다. 이렇게 서로에 대한 신뢰가 쌓이면 상급단위까지 확대될 수 있다.


“갈등만 양산되는 형국 계속된다”
김동원 고려대 교수(경영학과)


하반기에는 노사정 간에 많은 충돌이 벌어질 것이다. 진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정도의 안개 속이다. 현안은 많은데 해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물밑협상이 진행되는 속에서도 노사정은 계속 정면대치할 것이다. 비정규직법 때문에 노사정 관계가 너무 좋지 않다.
파업 등 극렬한 투쟁이 많아지기보다는 문제가 꼬여 갈등만 양산되는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비정규직법과 미디어법 등의 갈등으로 정치권도 의견을 모을 수 있는 기능이 약화됐다. 특히 환경노동위원들 간 감정적 대립이 극심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악의 경우 전임자임금 지급금지와 복수노조 허용을 명시한 현행법이 그대로 시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될 경우 사용자가 싫어하는 복수노조 자율교섭이 시행되고, 노동계도 전임자임금을 받을 수 없다. 결론이 내려질지조차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부디 노사관계가 대란으로 치닫지 않길 기대한다.

비정규직법의 경우 이대로 갈 것 같다. 사용기간 적용유예 여부로 문제가 불거졌지만, 정작 속을 들여다보면 여야의 기본적 태도 자체가 달랐다. 아마도 정규직 전환을 위한 보완작업조차도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것은 비정규직법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보완조치가 서둘러 진행돼야 한다.

공공부문 정책의 경우 한 번에 쏟아내는 게 아니고 사안별로 시점도 다르게 추진되고 있어 노동계가 일치단결하기가 쉽지 않다. 갈등양상을 보이면서 이대로 싸움이 계속될 것 같다. 정부 의도대로 바꾸는 부분도 있을 것이고, 싸워서 좀 바뀌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파열음이 나겠지만 공공부문의 경우 대규모 투쟁을 전개할 수 있는 여건은 아닌 것 같다. 여론도 우호적이지 않다.

개각이 진행돼도 국정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명박 대통령의 스타일을 볼 때 본인과 직접 관계가 없으면 임용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런데 주변에 노동관련 전문가 보이지 않는다. 전문성이 없으면 청와대의 뜻을 그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 청와대에도 노동전문가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이영희 노동부장관도 그랬다. 노동정책에는 많은 사람들의 생계가 걸려 있다. 신중하게 추진돼야 한다.


“노동부장관 정치력에 따라 상황 달라질수도”
박영범 한성대 교수(경제학과)

아주 시끄러울 것이다. 개각이 되면 노동부장관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오래했으니까. 누가 오느냐에 따라 향후 구상을 해 볼 수 있다. 새로 임명된 노동부장관의 정치력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전체적인 정부기조는 대통령실장이나 국무총리 임명에 따라 바뀔 수 있다. 개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노동정책은 이에 따라가는 입장이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예상하기 쉽지 않다.

비정규직법은 무리하게 개정을 추진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여야 간 막판 합의도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정부가 비정규직과 관련한 전면 재조사를 한다고 하니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전체적으로는 비정규직법·근로기준법 개정과 전임자임금·복수노조 문제를 크게 묶어 빅딜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비정규직법이 개정된다면 그 사안만 갖고 하진 않을 것이다. 전임자임금·복수노조 문제는 두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다시 유예냐 아니면 공익안대로 가느냐다.

그러나 현재 제출된 공익안 수준으로 가지 않겠나. 물론 근로기준법 개정 등과 묶어 가는 과정에서 변수는 있을 것이다. 노사 모두 모든 현안을 원하는 대로 가져가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노사정 대화틀이 별도로 구성되기는 어렵다. 정부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국회 차원에서 구성될 가능성은 있다. 전임자임금·복수노조 문제는 다르다. 당장 내년에 법 시행이 되기 때문에 어떤 액션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어쨌든 노사정 대화는 되지 않겠나. 한국노총은 적극적으로 풀려고 할 것이다.

반면 민주노총은 공식적인 대화기구에 들어가는 것을 반대하기 때문에 대응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비정규직법과 같이 국회 차원에서 해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공공부문 갈등의 경우 큰 이슈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기관 자체를 민영화하는 것도 아니고, 인원 전체를 한꺼번에 감축하는 것도 아니다. 단체협약 개정과 대졸초임 삭감은 기존 직원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이슈로 내세우거나 조합원의 동력을 끌어내기가 쉽지 않다. 속으로는 갈등이 계속돼도 밖으로는 표출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