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사] 놀이터

2009-06-24     정기훈 기자
 
쌍용자동차 가족대책위 엄마가 무대에 올라 '함께 살자'는 '소박한 요구'에 눈물 흘렸다. 그 얘길 듣던 아빠가 아스팔트 위에서 같이 울었다. 정권 퇴진 얘기가 오갔고, 민주쟁취라 적힌 빨간 손피켓이 너울졌다. 아이들만 그곳에서 웃고 뛰었다. 이날로 23일째, 아빠 엄마의 싸움터가 곧 놀이터였다.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 무대 한켠에 'MB독재' 글자 새겨 넣은 얼음조각을 손으로 살살 문지르면 물기가 흥건한데, 저기 두어 번 본 듯한 사진기 든 '삼촌'한테 냉큼 달려가 차가운 물방울을 튕긴다. 너도나도 쫓아와 물 뿌리고 도망가고 또 뿌리다 넘어지고 울다가 또 웃는다. 스무 번은 빨았을 가족대책위 티셔츠에 땟자국이 얼룩진다. 그래도 좋단다. 아이들이란.
 
 
<2009년 6월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