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관론 우세 속 '중기' 주도 회복론도
2005년 한국경제 전망…경제양극화·제조업 금융화 지속, '뉴딜' 성공여부도 주목
2005-01-03 최중혁 기자
올해도 예년과 다름없이 사건과 사고는 넘쳐날 것이다. 이 과정에서 2005년 한국경제는 어떤 모습을 보일까. 단순하게는 더 좋아질 것인가, 더 나빠질 것인가가 궁금증의 핵심이다. 여기에 관해 시장에서는 당연히 두 가지 시각이 존재한다. 낙관론과 비관론. 일단 현 시점에서는 전자보다는 후자에 더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두 가지 견해를 살펴보기에 앞서 우선 2004년을 관통한 몇 가지 경제흐름에 주목해 보자. 우선 경제양극화 현상이 심화됐다. 대기업들이 사상 최대실적을 올린 반면 중소기업들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수출실적은 사상최대를 기록했지만 내수경기는 여전히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이러한 양극화는 산업구조 내에서도, 고용 및 소득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와 더불어 제조업의 금융종속 현상도 심화됐다. 제조업은 실적의 고저에 관계없이 거대한 금융자본의 인수합병 대상으로 노출됐고, 주주자본주의의 논리에 순응해야 했다. 또 한편 주요 기업들은 스스로 금융화할 수 있는 기회도 얻었다. 외환위기를 거치며 한국의 기업들은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쳤고 이 과정에서 살아남은 기업들은 재무구조의 개선과 막대한 현금유동성 확보라는 선물을 얻었다. 이를 두고 정부는 대기업의 투자를 독촉했지만 돈 벌 자신이 부족했던 기업들은 오히려 변동성 관리에 더 치중했던 한 해였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제조업의 공동화 현상이다. 이는 신흥경제4국(BRICs)의 성장과 무관치 않다. 특히 한국시장은 중국시장의 급속한 성장에 크게 영향받는다. 과거 외국기업의 투자유치에 목숨을 걸었던 때와는 달리 이제 한국 기업들도 해외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해외투자의 핵심은 역시 중국이며, 플랜트 건설 IT 해운 등의 분야에서 막대한 현금을 보유한 주요 기업들이 이 흐름을 주도할 공산이 크다. 이는 FTA의 본격 추진에 따른 대외개방 압력, 경제자유구역 개발에 따른 시장개방 등과도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다.
이러한 경제흐름에 기반해 올 한해 한국경제에 대한 낙관론과 비관론이 교차하고 있다.
비관론의 주요 근거는 소비심리 악화로 내수회복의 기미가 좀처럼 보인지 않는다는 것. 여기에다 앞서 언급한 경제양극화 현상, 환율불안, 고유가, 북핵문제 등이 맞물려 올 한해 경제도 밝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대중 정부 말기 무리한 내수진작에 따른 카드사태, 신용불량자 문제 및 가계부채 심화도 이런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또 한편 한국경제는 어차피 수출의존형 경제이므로 미국경제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고, 올해 미국경제는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해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4.4%로 추정되고 있고 올해는 금리인상, 고유가 등으로 그보다 낮은 3.5% 안팎일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약달러를 이끌고 있는 재정 및 경상수지의 쌍둥이적자 확대와 GDP 대비 83% 수준인 과도한 가계부채도 부담이다. 이에 한국경제도 수출에 적신호가 켜지면서 성장률에 한계를 보일 것이라는 게 비관론자들의 시각이다.
반면, 중소기업 중심의 경기진작 조치로 뜻밖에 내년 경기가 확 살아날 것이란 낙관론도 존재한다. 그 근거는 우선 현재의 신용경색 상황이 완화될 기미가 보인다는 점이다. 풍부한 유동성을 가진 대기업들과 달리 중소기업들은 자금사정 악화를 계속 호소해 왔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통화 및 금융당국이 이를 적극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선 한국은행이 저금리 기조의 유지 입장을 취하면서 방어막을 치고 있고, 여기에 은행권의 총액한도대출 상한선이 올라갈 가능성이 커 중소기업들의 자금줄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여기에 금융감독기관이 중소기업 의무 대출비율 준수여부를 은행의 경영실태 평가에 반영하고 은행들은 중소기업에 대한 담보대출비율(LTV)을 상향하는 등 규제완화에 따른 신용공급 확대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게다가 외국의 투자은행들처럼 국내 은행들도 사모펀드(PEF) 등 복합신용파생상품을 취급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위험분산 수단을 가지게 됐다. 이러한 조건들이 민간투자 활성화, 건설경기 위축 방어, IT붐 주도 등 정부정책과 맞물릴 경우, 중소기업 분야를 중심으로 한 경기활성화가 의외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 낙관론자들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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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모건스탠리, JP모건, 골드만삭스, 씨티그룹, 도이체방크, 리먼브라더스 2) OECD는 전체회원국의 경제성장률 전망 *출처 : 재정경제부 | |||||||||||||||||||||||||||||||||||
올 한해가 낙관론의 전망대로 흐를지 비관론의 그것대로 흐를 지는 아무도 장담 못한다. 다만 대통령의 발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정부는 ‘경제 활성화’에 사활을 거는 분위기다.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은 절대 쓰지 않겠다던 대선 공약은 사라지고 성장률 1% 향상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한다는 태세다. 한국형 뉴딜정책으로 불리우는 종합투자계획에 따라 건설과 벤처활성화를 위해 정책수단을 총동원하고 있고 민간자본의 사회간접자본(SOC) 참여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보기에 따라선 김대중 정부 말기 가계의 미래소비를 앞당겨 경기를 진작시켰던 모습과도 흡사하다.
2006년 이맘 때 쯤에는 과연 올해를 어떻게 돌아보고 있을까.
우선 OECD는 회원국 경제에 대해 '03년 나타나기 시작한 경기회복의 기점 유가급등에 따라 '04년도에 다소 약화되었으나, '05년 하반기 이후에는 잠재성장률 정도의 회복세로 복귀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견조한 경기 회복세로 실업률은 점차 하락하고 물가도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세계교역은 9%대의 견조한 성장세를 이룰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경제와 관련해서는 수출 증가율 감소에도 불구하고 투자가 주도하는 내수상승에 힘입어 4.5%의 성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경제전망의 두 축으로 불리는 한국은행과 KDI는 약속이라도 한 듯 똑같이 4.0%의 성장률을 전망했다. 한은은 수출과 건설투자의 큰 폭 둔화로 GDP 성장률이 올해(4.7% 추정)보다 낮은 4% 정도에 머물 것이며, 민간소비는 2003~2004년중의 감소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이나 미약한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고용사정은 성장세 둔화와 이에 따른 기업의 감량 경영 등으로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KDI 역시 수출증가세 둔화로 올해 성장률은 4% 내외로 낮아질 것으로 봤다. 실업률은 올해 3.5%에서 내년 3.6%로 소폭 상승하고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올해 3.6%에서 내년 2.9%로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편 가장 낮은 성장률을 점친 곳은 삼성경제연구소다. 연간 경제성장률을 3.7%로 예측했다. 수출둔화가 불가피하고 내수는 수출 둔화를 보완할 정도로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세계경제의 성장률 둔화, 달러화 약세 등 대외여건 악화에 따라 수출 증가세가 한자리 수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LG경제연구원도 비슷한 수치를 제시했다. 세계경제 둔화, 반도체 등 주력 IT제품 가격 하락, 원화 강세 등으로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는 반면, 내수회복은 미미한 수준에 그쳐 올해보다 0.9%포인트 낮은 3.8%로 성장을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