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에 바란다> - "발전소 매각 중단하고 전력산업의 발전방안 마련해야"

이호동(발전노조 위원장)

2003-02-27     
<노무현 대통령에 바란다>
노무현 정부가 공식 출범했다. 앞으로 5년 새 정부가 추진할 노동정책에 관심이 높다. 당사자인 노동계의 경우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노동계가 노무현 새 정부에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봤다. <편집자 주>

'참여정부'의 시작을 알리는 2월 25일은 공교롭게도 공공부문 3개 노조가 공기업사유화정책의 중단을 요구하며 공동파업을 결행했던 파업 1주년 기념일이다.

대구지하철 참사로 인한 유가족들의 처절한 통곡소리가 귓전을 울리는 요즘의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예견된 사고로 인한 안타까움과 분노로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의 폐해를, 수많은 노동자들이 길거리로 내몰리고, 공공성의 상실과 애통한 목숨의 희생을 통해서야 확인하고 있다는 것이 화가 나고 슬픈 것이다.
IMF 구제금융기에 전력부문에서도 8,000여명에 가까운 노동자들이 인력감축을 당했고, 현장에 남은 노동자들은 노동강도 강화에 시달려야 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전력산업구조개편이라는 미명 하에 정부가 국민들의 소중한 재산인 발전소를 포함한 전력산업을 해외자본과 재벌들에게 졸속, 헐값, 특혜매각을 강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캐나다의 온타리오주가 전기요금 폭등을 견디다 못해 전력산업구조개편을 중단하고, 캘리포니아가 올해 1월 16일 전력대란의 결과로 전력산업구조개편을 전면중단하고, 영국의 전력회사가 재국유화되는 시기에 한국정부는 파국이 예정된 도박을 여전히 감행하고 있는 것이다.

작년 38일간의 파업을 통해 80%가 넘는 국민이 발전소 매각을 반대한다는 여론의 지지를 받은 만큼, 전력산업구조개악은 중단돼야 한다.
새 정부는 우선 전력산업의 중장기적 발전방안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거쳐야 한다. 현재 진행중인 발전매각, 배전 분할을 중단하고 산업의 동맥인 전력산업의 친환경적, 에너지 절약적인 발전과 통일이후의 전력산업에 대한 관련당사자들간의 진지한 고민과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
또 지난해 파업으로 발생한 발전노조 해고자의 전원 원직복직, 천문학적인 손해배상청구소송과 가압류 해제도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다. 한국적 현실 속에서 노동자의 해고는 경제적, 사회적 사형선고에 다름 아니다. 더불어 노동조합을 압박하기 위한 조합비 가압류도 힘들지만 특히 조합원 개인급여가압류는 노동자의 가정과 삶을 파괴하는 범죄행위이다.

이와 함께 공공부문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정책의 전면적인 중단을 요구한다.
보편적 서비스의 공급중단과 안전성 상실의 위협 그리고 노동자들에게는 노동강도 강화와 생존권의 위협 속에 진행되는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중단하고 공공성의 확대, 강화를 위한 적극적인 정책을 수립하기 바란다. 보편적 서비스의 공급중단 즉, 철도, 지하철, 전력대란 등으로 인한 재앙이 먼 나라의 일이 아님을 최근의 참사가 입증하고 있다.
끝으로 발전노조 파업이후 서약서 강요 등 인권침해 행위와 노조파괴를 위해 진행되었던 지배개입행위 등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

불법행위를 저지른 사용자들은 손끝하나 건드리지 않으면서, 정당한 투쟁을 전개하는 노동자들만 왜 속칭 '불법필벌'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가?
지난 시기 철저하게 무너진 법적 형평성으로 인해 한이 맺힌 노동자들의 외침에 귀를 기울여 재발방지를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완비하기 바란다. 새 정부에서는 지난 정권동안 되풀이되며 노동자들의 삶을 옥죄고 황폐화시켜 왔던 친자본적, 노동 배제적인 정책이 획기적으로 변화하길 기대해 본다.
많은 노동자들이 '참여정부'에서 자신이 '참여의 객체'인지 '참여의 주체'인지 우려반 기대반의 심정으로 새 정부 출범을 지켜보고 있다.

'참여정부'만큼은 '사이비 개혁', '무늬만 개혁'으로 노동자들의 가슴에 한만 쌓이게 하지말고, 1,300만 노동자들의 따뜻한 박수를 받는 2008년 2월을 맞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