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합의로 일부 임금을 통상임금에서 뺄 수 있을까?

(15) 신의칙

2025-11-28     편집부

최근 통상임금 관련 소송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2024년 대법원 판결 이후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되면서 기업은 수십억 원의 추가 지급 부담을, 노동자는 그동안 받지 못한 임금의 청구권을 갖게 됐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현장에서 혼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수당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나요?

단순해 보이는 질문에 명확히 답할 수 있는 사람이 드뭅니다. 판례는 복잡하고, 유권해석은 일관되지 않으며, 실무는 여전히 애매모호합니다.

내 임금이 제대로 계산되고 있는지 꿰뚫을 수 있는 여정을 매주 금요일 법무법인 마중 변호사들과 함께합니다.


Q. 노사 합의를 통해 일부 임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할 수 있을까요?

A. 결론부터 말하면, 법률상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임금을 노사합의로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한 합의는 원칙적으로 효력이 없습니다. 통상임금은 노사 당사자의 의사나 합의가 아니라 임금의 객관적 성질로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준보다 불리하게 임금을 정하는 근로계약은 무효이고(근로기준법 15조1항), 통상임금 역시 이 원칙의 적용을 받습니다.

다만 예외도 존재합니다.

대법원은 2007년 판결에서, 통상임금을 기초로 산정되는 법정수당(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연차휴가수당 등)에 대해 노사가 법과 다른 산식·기초임금을 적용했더라도, 지급된 금액이 법정수당을 초과한다면 일부 임금을 통상임금 산정 기초에서 제외하기로 한 합의가 유효하다고 보았습니다(대법원 2007년 11월29일 선고 2006다81523). 법정수당 지급 취지를 해칠 위험이 없다는 이유입니다. 같은 판례에서 대법원은 법정수당이 아닌 별도의 수당을 신설하고 그 금액을 통상임금으로 산정하되 특정 임금항목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한 합의 역시 유효하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예외적 합의 효력과 별개로,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을 위반한 노사합의는 원칙적으로 무효이고, 그 무효를 주장하는 노동자에게 신의성실 원칙을 이유로 청구를 배척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다만 “강행규정에도 불구하고 신의칙을 우선 적용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노사합의의 무효 주장을 제한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이것이 2013년 이후 일명 ‘신의칙 판결’ 논란의 출발점입니다.

당시에는 기업이 노사합의를 신뢰해 임금체계를 유지해 온 경우, 추가임금 지급이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는지를 판단해 청구를 제한할 수 있다는 취지였고, 노동법적 보호 원칙을 후퇴시켰다는 비판이 거셌습니다.

이 흐름은 2019년 판결에서 제동이 걸립니다. 대법원은 “근로관계를 규율하는 강행규정보다 신의칙을 우선 적용할 것인지는 신중하고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밝히고,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한 회사 사정에 비추어 보면 노동자의 추가 청구가 신의칙에 반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노동자의 청구를 인용했습니다(대법원 2019년 2월14일 선고 2015다217287).

즉, 신의칙을 이유로 추가임금 청구를 제한하는 기준을 대폭 좁힌 것입니다.

정리하면, ① 통상임금임에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한 노사합의는 원칙적으로 무효이고, ② 법정수당을 초과 지급해 근로기준법 취지를 해칠 우려가 없는 일부 예외만 효력이 인정되며, ③ 신의칙을 이유로 기업이 추가임금 청구를 막는 것은 매우 제한적으로만 허용됩니다.

홍지나 변호사(법무법인 마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