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로드러너’ 7개월, 라이더·점주 모두 “더 위험해졌다”
배달노동자 “속도경쟁 유발”, 점주 “거리제한 심화로 매출 감소”
배달의민족이 시간 예약제·등급제로 운영하는 신규 배달앱 ‘로드러너’ 시범 운영을 도입한 지 7개월이 흐른 가운데, 속도경쟁과 배달거리 제한이 심화할 것이라는 당사자들의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지부장 구교현)와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협회(의장 김준형) 등은 25일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본사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로드러너 도입 중단을 촉구했다. 이날 공동투쟁대회에는 배달노동자·점주·시민 200여명이 모였다.
배달노동자들 “사고 유발하는 앱”
등급 높아야 스케줄 선점, 리워드 많이
로드러너는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한 독일 딜리버리히어로가 운영 중인 라이더용 배달앱으로 지난 4월부터 경기 화성, 오산에서 시범운영 중이다. 기존 배달앱 배민커넥트와 달리 배달노동자가 선택한 시간에만 배달 요청을 중개한다. 8단계의 등급제를 기반으로 작동하며, 배달 수락률, 업무 수행률 등을 기준으로 2주마다 등급을 갱신한다. 등급이 높아야 원하는 시간대 스케줄을 선점할 수 있고 등급마다 리워드 비율이 다른 방식이다. 더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한 속도 경쟁을 유발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기 화성 봉담읍에서 로드러너를 활용하는 배달노동자 김은천씨는 “로드러너는 사고를 유발하는 앱이자 기본 단가를 낮게 유지하려는 속셈”이라며 “앱 알고리즘이 라이더마다 다른 미션을 제시하고 이를 완수해야 보상이 붙는다. 미션을 수행하지 않으면 시간당 최저임금도 벌기 어려워 1시간에 5곳 배달 같은 무리한 목표를 달성하려고 신호를 무시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씨는 2주 전 로드러너 미션을 수행하려고 무리하게 운행하다가 복숭아뼈를 다쳤다.
배달료 편차 문제도 지적됐다. 구교현 지부장은 “로드러너 시범 이후 배달료 편차가 심해지고, 콜 수락 시점 금액과 실제 정산액이 다르게 표시돼 배달노동자가 자신의 보수를 예측할 수 없는 구조”라며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 제정과 노동법 확대 적용만이 이 사태를 멈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주장했다.
점주들 “거리제한은 매출제한”
우아한청년들 “현장 라이더 의견 반영 중”
자영업자들도 로드러너 도입 이후 배달 거리제한이 더 심화돼 매출이 감소할 것을 우려했다. 이창선 협회 공동운영위원장은 “손님이 앱에서 가게가 안 보인다고 연락해 그제야 거리제한이 걸린 것을 알았다”며 “배민은 설명도 없이 주문 반경을 4킬로미터에서 1킬로미터까지 줄인다. 거리제한으로 노출이 감소하면 매출도 급감하는데 영업권을 플랫폼 마음대로 결정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김준형 협회 의장은 “로드러너 시범지역 매출이 최소 20% 줄었다는 데 배민도 반박하지 못할 것”이라며 “시범지역은 매일 거리제한이 걸렸고 빈도가 타 지역보다 더 많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미 전국적으로 주문 반경이 점점 좁아져 매출 감소를 겪고 있는데 불완전한 시스템이 도입되면 점주들이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달의민족 물류자회사 우아한청년들은 “현재 시범운영 중인 로드러너 관련해 배달플랫폼노조와 계속 대화하고 있고 간담회나 설문조사, 실시간 제보센터 등을 운영해 현장 라이더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며 “시범도입 지역에서는 안정적 배차, 동선 개선, 배달 효율성 증가 같은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으며 피드백 통해 서비스를 고도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