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유효·적절한 소정근로시간의 정함 없다면 법원이 직접 탐지해야”

박찬준 변호사(법무법인 시민)

2025-11-26     박찬준
▲ 박찬준 변호사(법무법인 시민)

대법원은 지난 2025년 10월30일 “택시노동자의 최저임금에 관한 최저임금법 6조5항(‘최저임금법 특례조항’) 시행 이후 택시회사가 새로운 근무형태를 도입하면서 그 소정근로시간을 최저임금법 잠탈 목적으로 정해 무효인 경우, 법원은 종전에 유효한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없더라도 적절한 소정근로시간을 탐지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1. 택시노동자 새로운 근무형태(1인1차제)의 도입

종래에는 택시운전 업무 종사자가 많았기 때문에 택시회사는 24시간 영업을 위해 택시노동자 2명을 1대에 배차했다. 택시노동자들의 근무형태는 12시간씩 1일 2교대제 또는 24시간씩 격일제로 운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택시운전 업무 종사자가 줄어 택시를 2인1조로 24시간 영업하기 어렵게 됐고, 택시회사들은 영업시간 감소에 따른 손해를 막기 위해 택시노동자들의 노동시간과 노동강도를 높이기로 했다. 기존 2인1조 교대근무제에서 1명이 1대를 전담하는 ‘1인1차제’를 도입하게 된 것이다.

택시회사는 1인1차제 노동자에게 2인이 교대근무를 할 때보다 1인 기준 더 많은 월 사납금을 납부하도록 했다. 결국 1인1차제 노동자의 월 근로시간은 교대근무를 할 때보다 늘어날 수밖에 없었고, 높아진 사납금을 채우기 위해 월 26일 동안 매일 12시간 이상 근무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1인1차제는 최저임금법 특례조항이 시행된 2010년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019년 4월18일 “최저임금법 잠탈을 위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한 것은 무효이며, 이때 유효한 소정근로시간은 단축하기 전의 소정근로시간이다”라고 판시한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오기 사이에 도입됐는데, 이 시기가 문제의 발단이 됐다.

2. 문제의 소재

1인1차제가 도입되던 때는 택시회사들이 최저임금법 특례조항을 잠탈하기 위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하던 시기로, 1인1차제의 소정근로시간 또한 단축된 소정근로시간에 준해 정해지게 된 것이다(대상판결의 경우 1인1차제 노동자는 평균 1일 12.5시간에서 17.16시간을 근무했는데, 단체협약상 1인1차제의 소정근로시간은 처음부터 3시간에 불과했다). 즉 새로 도입된 1인1차제의 경우 관련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말하는 유효한 ‘종전 소정근로시간’이 존재하지 않고, 처음부터 최저임금법 특례조항을 잠탈하기 위해 정해졌다는 것이다.

이 경우 ‘소정근로시간은 유효한 것인지’, 무효라면 ‘종전 소정근로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데 법원은 무엇을 기준으로 ‘택시회사가 최저임금법상 최저임금을 지급했는지’를 판단해야 할지가 문제가 됐다.

3. 종래 대법원의 태도

대법원은 대상판결 이전에도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무효이고, 종전에 유효한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없는 경우, 법원이 적절한 소정근로시간을 탐지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여러 차례 했다.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다음과 같이 판시했다.

“최초로 정한 소정근로시간 조항이 무효인 경우라면, 근로의무를 부담하기로 약정한 유효한 종전 소정근로시간 조항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때는 실제로 근로의무를 부담하는 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확정한 다음, 최저임금을 상회하는 임금을 지급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또 2024년 10월25일에는 “신설법인의 소정근로시간이 최저임금법을 잠탈해 무효인 경우 법원이 적절한 소정근로시간을 탐지해야 한다”고 직접 판시하기도 했다.

택시운송업이 아닌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대법원은 “고시원 총무의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무효일 경우, 업무 성격·방식·평균 투입 시간·실질적 휴식 방해 시간·대기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근로시간을 구체적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즉 대법원은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무효이고 유효한 종전 소정근로시간이 없는 경우 법원이 적절한 소정근로시간을 탐지해야 한다’는 법리를 이미 확립하고 있었다.

4. 대법원 판결 취지에 반대되는 하급심 법원들의 무책임한 판단

그러나 많은 하급심 법원은 유독 ‘단축된 소정근로시간에 준하는 새로 도입된 근무형태(1인1차제)의 단체협약상 소정근로시간은 무효’라고 주장하는 사건에서만큼은, “유효한 종전 소정근로시간을 정한 사실이 없고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한 사실도 없다”는 이유로 노동자의 청구를 기각했다.

일부 하급심은 같은 택시회사 소속 격일제 노동자와 1인1차제 노동자가 동일한 이유로 최저임금을 청구한 사건에서, 격일제 노동자의 소정근로시간을 1일 16시간에서 3시간으로 단축한 것은 “탈법행위로 무효”라고 하면서도, 1인1차제 노동자의 소정근로시간을 1일 1시간 30분으로 최초 정한 것은 “유효”라고 판단하기도 했다.

5. 대상판결의 내용과 의의

대법원은 대상판결에서 “새로운 근무형태(1인1차제)의 도입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을 처음 정했는데 그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탈법행위로 무효인 경우, 법원은 최저임금 미달 여부 및 미달액 판단 등을 위해 근로관계 당사자들의 의사를 보충해 근로계약을 해석하는 방법으로 유효한 소정근로시간을 확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또 “원심이 ‘1인1차제의 소정근로시간을 탐지했으나, 1일 2교대제의 소정근로시간보다 적은 5시간을 1인1차제의 소정근로시간으로 인정한 것은 위법’하다”고 설시했다.

이어 2025년 11월6일 동종 사건에서도 다음과 같이 판시했다.

“1인1차제 근무형태에 대해 정한 1일 1.5시간의 소정근로시간은 강행법규인 최저임금법 특례조항 등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볼 여지가 크다. 피고는 이 사건 특례조항 시행 이후 기존 격일제 근무형태 외에 1인1차제 근무형태를 새로 도입했다. 종전 취업규칙은 1인1차제의 소정근로시간에 관해 정하지 않았으므로, 원심은 1인1차제 노동자의 최저임금 미달 여부 및 미달액 판단 등을 위해 근로관계 당사자의 의사를 보충하는 방법으로 1인1차제의 유효한 소정근로시간을 확정했어야 한다.”

즉 더 이상 “유효한 종전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노동자의 청구를 기각해서는 안 되며, 법원이 직접 유효·적절한 소정근로시간을 탐지할 의무가 있음을 명확히 한 것이다.

근로계약 체결 시 실제로는 8시간 근로하기로 했으나 계약서에 소정근로시간을 2시간으로 정했다고 해서, 그 2시간이 유효한 소정근로시간일 수는 없다. 이 경우 법원은 유효·적절한 소정근로시간을 탐지해 이를 기준으로 최저임금 미지급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이런 측면에서 대상판결은 특별히 노동자에게 유리한 판결이 아니라, 지극히 상식적인 판결이라 할 것이다.

반면 이미 2019년 전원합의체 판결이 ‘법원의 소정근로시간 탐지 의무’를 설시했음에도, 하루 12시간 넘게 택시운전을 한 노동자에게 “종전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택시회사가 2시간분 최저임금만 지급해도 정당하다”고 판시한 다수 하급심 법원 판결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