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파트너” 경사노위 구애에도, 민주노총 1년 내 복귀 사실상 ‘불가’
양경수 위원장 “노정협의로 신뢰 먼저 쌓고 결과 내야” … 내년 말 민주노총 선거 이후에나 논의 가능
김지형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민주노총을 찾아 경사노위 참여를 재차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정부와의 신뢰 형성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중앙차원의 사회적 대화가 정부 정책 관철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고 있다는 우려를 먼저 해소해야 한다는 얘기다. 경사노위의 적극적인 구애에도 향후 1년간은 민주노총의 경사노위 복귀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민주노총 요구에 정부 노정협의 추진
김지형 위원장은 25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위원장실에서 양경수 위원장을 만나 “시대의 난제를 풀어줄 제갈량들을, 가장 정중한 마음을 담아 노사정 위원으로 모시고 싶었다”며 “민주노총과 사회적 파트너로 다시 시작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공동체 앞에는 국가적 난제가 놓여 있고, 난제를 푸는 것은 구성원 모두의 몫”이라며 “민주노총을 비롯한 모든 참여주체들이 사회적 난제 해결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면, 아무리 어려운 난제라도 그 해법을 찾을 날이 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현 상황에는 경사노위에 들어가기 어렵다는 의사를 전했다. 양경수 위원장은 “많은 신뢰 축적 과정과 논의의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민주노총과 정부 간 진행되는 다양한 논의들이 유의미한 결과를 내고, 또 그것이 서로 간 신뢰로 축적될 때 한 단계 더 발전된 논의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답했다. 양 위원장은 이어 “그동안 경사노위가 타임오프를 비롯해 많은 사안들을 다뤄 왔다”며 “민주노총이 들어갈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될 수 있도록 위원장께서 많은 역할을 하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경사노위 참여에 앞서 노정협의체에서의 대화에서 신뢰를 쌓고 결과를 내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민주노총은 그동안 정부에 노정교섭을 요구해 왔다. 사용자단체까지 참여하는 경사노위 대화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경사노위에) 들어갈 수 없지만, 협의체 대화 과정에서 정부를 신뢰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판단이 선다면 입장을 정리해 (주요 의제를) 경사노위로 올리는 등 여러 가지 방법들도 있을 것이다”고 했다.
정부도 노정대화에 부정적이지 않은 분위기다. 정부는 현재 양대 노총과 각각 협의체를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체적인 의제와 방식은 결정하지 않았다는 것이 고용노동부 설명이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 “사회적 대화에 앞서 노정 간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는 민주노총 주장을 이해하고 공감한다”며 “만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신뢰가 형성된다면 형식의 수준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빨라야 내년 선거서 ‘경사노위 쟁점’
그럼에도 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내부에서 논의하는 것조차 향후 1년 이내에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민주노총은 지난해부터 내부 논쟁을 거듭한 끝에서야 국회 사회적 대화에 참여할 수 있었다. 사회적 대화 논쟁에 대한 피로도가 쌓인 데다, 내년 하반기부터는 사실상 집행부 선거국면에 들어간다.
빨라야 1년 뒤인 내년 연말께 선거과정에서 경사노위 참여를 주장하는 후보가 나와야 경사노위 참여 여부나 사회적 대화 방침이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 선거에서 경사노위 복귀에 긍정적인 집행부가 들어서야 내후년에 내부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1998년 경사노위 전신인 노사정위에서 정리해고제와 파견근로제 도입 등에 합의하자 노사정위를 탈퇴한 뒤 지금까지 복귀하지 않고 있다. 2004년에는 사회적 대화 복귀 여부를 놓고 대의원대회에서 잇따라 물리적 충돌사태가 발생했다. 2019년에는 경사노위 참여를 대의원대회에서 논의했지만 격렬한 찬반논란 끝에 부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