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근무 뒤 유산까지” 야간노동 고통

야간노동자 건강권 증언대회 … 국제 사회 ‘야간노동’ 규제

2025-11-25     이용준 기자
▲ 민주노총은 2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야간노동자 건강권 증언대회를 열었다.<민주노총>

새벽배송 관련 일에 종사하는 노동자 과로사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전방위적인 야간노동자 건강권 보호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25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야간노동자 건강권 증언대회를 열었다. 이번 증언대회에는 간호사, 공항 보안경비 노동자, 제과제빵 노동자,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노동자, 택배 노동자 등이 참석해 심야노동 실태와 건강위험을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6년간 야간 교대근무를 해온 간호사인 정윤지 보건의료노조 아주대의료원지부 사무장은 간호사의 건강 악화 현실을 전했다. 정 사무장은 “야간근무로 생리불순, 호르몬 교란, 유산까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임신을 준비하는 간호사는 나이트 순번을 두려워하며 (인력공백을 막기 위한) 임신순번제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소형은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사무처장은 보안업무에 적용되는 3조2교대제를 지적했다. 소 사무처장은 2005년부터 인천공항에서 보안사고 예방업무를 해왔다. 현행 3조2교대는 주간 이틀, 야간 이틀, 비번 하루, 휴무 하루가 이어지는 연속 야간노동이 불가피한 근무형태다.

소 사무처장은 “직원건강검진 결과를 보면 인천공항 자회사 교대근무자의 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 유병률이 일반 국민보다 10%가량 높게 나타난다”며 “올해 공항노동자 2명이 야간근무 도중 사망했고, 뇌출혈·뇌전증으로 쓰러진 사례도 반복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SPC삼립 노동자는 야간노동과 인력부족이 반복되는 제빵공장의 위험을 지목됐다. 최종흥 화섬식품노조 SPC삼립지회 조직부장은 “야간노동은 집중력 저하·판단력 저하로 사고를 부르는 고위험 노동”이라며 “한 명이 두세 명의 업무를 떠맡는 구조 속에서 중대재해는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라고 비판했다.

이혜은 한림대 의대 교수(직업환경의학)는 “야간노동이 생체리듬 교란을 통해 암, 심혈관계 질환, 정신건강 악화 등을 유발한다고 강조했다. 국제 기준과 차이도 지적했다. 핀란드는 야간노동 가능 업종을 법으로 명시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16주 동안 최대 36회의 야간노동만 허용하고 있으며, 독일과 프랑스는 주간노동자 대비 짧은 최대 노동시간을 적용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연속 야간근무 폐지 △교대제 개편 △인력 충원 △휴게·위생시설 의무화 △중대재해 예방 인력배치 등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