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근로 전문기관 도입 논란 “민간 브로커 합법화”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 입법예고 … 이주노동단체 “통상 리스크도 우려돼”
법무부가 계절근로 전문기관 도입을 포함한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계절노동 전면개선 대책회의·이주노동자평등연대 등 시민단체는 24일 오전 11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민간 브로커의 제도권 진입을 허용하는 퇴행적 조치를 추진한다”고 비판했다.
최근 법무부는 계절근로자 전문기관 지정 기준을 담은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전문기관 지정 근거를 마련해 내년 1월 말 시행할 예정이다.
그동안 계절노동자 도입은 지방자치단체가 외국 지자체와 MOU를 체결한 뒤 노동자 선발, 입출국 지원, 국내 체류 관리 등을 담당했다. 하지만 시행규칙 시행 뒤 공공기관과 지자체 출연기관뿐 아니라 비영리단체도 해당 업무를 담당할 수 있게 된다.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사실상 계절노동자에 대한 민간 영역 확대에 나섰다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전문기관을 지정할 수 있는 인력·예산 요건을 완화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한 단서 조항(28조의1항2호)은 자본력과 전문성이 결여된 ‘유령’ 민간 브로커의 무분별한 진입을 허용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민간 브로커 개입은 송출 수수료 폭리, 중간착취, 강제 채무 약정 등 구조적인 문제를 되풀이할 위험이 크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과거 산업연수제 실패를 답습하는 법적 위험이 뚜렷하며, 국제노동기구(ILO)가 금지하는 강제노동 위험성까지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통상 리스크도 지목된다. 최근 발표된 한미 공동 팩트시트는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상품 수입에 공동 대응하겠다”고 약속하며, 한국 내 강제노동 의혹이 곧 한미 공동 무역·안보 이슈라는 틀을 설정했다. 시민단체들은 미국 CBP(세관국경보호청)의 WRO(노동 생산 제품 수입금지) 발동으로 중대한 통상 압박(수입규제)에 직면할 여지도 있다고 우려했다.
시민단체는 “법무부의 이번 개정안은 심각한 인권 침해 및 국제적 통상 리스크를 외면하고 브로커를 합법화하는 퇴행적 조치”라며 “전문기관 설치를 목적으로 한 출입국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즉각 철회하고 공공기관 중심의 제도로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