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노동자 또 ‘새벽근무 중 사망’
동탄물류센터서 30대 노동자 숨져 … 민주당·쿠팡 유족 “시스템 바꿔야”
쿠팡에서 또다시 새벽에 일하던 노동자가 사망했다. 지난 10일 제주에서 쿠팡 택배기사가 새벽배송 업무 중 교통사고로 숨진 사건이 발생한 지 11일 만이다. 새벽배송 찬반으로 번지는 논쟁을 바로잡아 ‘사람이 죽지 않는 시스템’을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3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1일 오후 10시30분께 화성시 쿠팡 동탄1센터 식당에서 30대 직원 A씨가 쓰러졌다. A씨는 심정지 상태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A씨는 21일 오후 6시부터 22일 새벽 4시까지 근무 예정이었다. 그는 계약직 노동자로 단순 포장업무를 맡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는 고인의 주당 평균 근무일수는 4.3일,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40시간 미만이라는 입장이다.
쿠팡에서는 야간노동자들의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2020년부터 지금까지 물류센터나 택배 업무와 관련해 사망한 쿠팡노동자는 26명이며, 그중 18건이 과로로 인정되거나 과로가 추정되는 사례다. 동탄센터로 좁혀서 살펴보면 2021년 1월11일 오전 5시30분께 야간노동을 끝낸 50대 여성노동자가 외부 화장실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지난해 7월에는 쿠팡 화성 동탄에서 일했던 50대 택배노동자가 야간노동 뒤 자택에서 숨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애도와 고정적 연속 심야노동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수미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께도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며 “비극은 개인의 질병이 아니라 예견된 구조적 참사다”고 지적했다. 이어 “쿠팡의 산업재해율은 한국 평균 10배이고 건설업보다 높은 수준이며, 노동구조는 밤샘노동, 3회전 반복배송, 프레시백 소분·분류작업까지 노동자에게 떠넘긴 구조인데 쿠팡은 언제나 (산재가 발생하면) 지병이 있었다, 외부업체 소속이라 관여할 수 없다는 변명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최근 새벽배송 논쟁에도 “문제는 새벽배송 서비스 유지나 중단이 아니라 사람이 죽지 않도록 시스템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라며 “쿠팡은 노노갈등과 소비자 프레임 뒤에 숨지 말고, 사회적 합의 이행과 과로 예방대책을 직접 내놓으라”고 강조했다.
한편 택배노조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동십자각에서 ‘속도보다 생명의 사회로, 과로사 없는 택배만들기 시민대행진’을 했다.
이날 행사에는 제주 쿠팡 택배노동자 고 오승용씨의 유족들이 참석해 쿠팡의 노동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호소했다. 고인의 어머니는 “이 죽음은 제도가 노동자를 버렸기 때문에 발생했다”며 “정부는 진상조사를 실시하고 노동자의 죽음을 끝없이 양산하는 새벽배송 구조의 위험성을 인정하고 근본적인 제도개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인의 누나는 “쿠팡의 과도한 노동 속도, 경쟁, 사람을 기계적으로 쓰는 구조적인 폭력이 동생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속도보다 생명이다’라는 글자가 찍힌 택배상자를 들고 “늦어도 괜찮아, 과로없는 안전한배송 이뤄내자” “지속가능한 새벽배송 쿠팡이 책임져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광화문에서 종로까지 행진한 뒤, 다시 광화문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