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국제노동페스타] 청년과 지역의 미래, 글로벌과 현장에서 답을 찾다

홍성호 경기도 노동국장

2025-11-21     홍성호
▲ 홍성호 경기도 노동국장

지금, 한국의 청년과 지역은 맹렬히 덮치는 복합 위기의 최전선에 서 있다. 뛰어오르는 물가, 줄어든 채용, 불안정한 플랫폼 일자리, AI와 기후위기 속에서 인류가 맞닥뜨린 ‘일의 미래’는 밝지만은 않다. 취업 준비를 반복하다 지치는 청년, 계약이 끝날까 늘 불안한 비정규 노동자, 지역을 떠나야만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느끼는 청년들에게 그렇다. 좋은 일자리, 인간을 중심에 둔 일의 미래를 위해 제기되는 질문들은 막연한 구호가 아닌 당장의 현실이다. 오늘과 내일의 생계가 달린 문제이자, 어느 지역에서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갈 수 있을지와 직결돼 있다.

이제는 단순한 토론을 넘어 현장에서 통하는 실질적인 해법이 필요하다. 어떤 제도가 실제로 청년의 삶을 바꾸고 있는지, 어떤 정책이 지역 현장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는지 냉정하게 점검하고 개선해야 한다. 경기도가 국제노동기구(ILO)·고용노동부와 함께 ‘2025 국제노동페스타’를 준비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청년, 지방정부 그리고 일의 미래’를 주제로, 경기도가 다음달 16~17일 고양시 킨텍스에서 답을 함께 찾아가고자 한다.

일의 미래를 논의할 때 왜 지방정부가 중요할까. 지방정부는 기업·학교·노동·시민·청년을 가장 가까이에서 만나는 주체다. 청년이 겪는 구직난, 출퇴근 시간과 교통비, 산업단지의 노동환경, 지역의 주거 여건 같은 문제들은 모두 지방정부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지방정부는 공간과 예산, 조례와 행정, 교육과 안전 점검 등 즉각적인 정책 수단을 가지고 있다. 현장에서 바로 실행하고 조정할 수 있는 ‘현장의 힘’을 갖고 있다.

경기도는 그동안 청년 면접수당, 현장형 직무실습(드림링크), 갭이어·사다리 프로그램, AI·반도체 실무교육, 청년 자산형성 통장 등 청년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꾸준히 펼쳐 왔다. 실패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돕고, 지역 안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 국제노동페스타는 경기도의 경험을 ILO의 국제기준과 연결하고, 세계 여러 도시의 사례와 비교·점검하면서 더 나은 방법으로 다듬는 과정이 될 것이다.

국제노동페스타는 특별하다. 그 특별함은 특히 청년·노동자·기업인·시민사회의 참여로 더 커질 것이다. 국제노동페스타 첫째 날인 다음달 16일에는 ‘괜찮은 일자리(Decent Work)’와 ‘디지털 경제’ 속 지방정부의 역할을 깊이 있게 논의한다.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전 세계 청년들이 직접 소통하는 세션도 마련해, 청년들이 느끼는 현실과 정책 결정자의 고민이 한자리에서 만나도록 할 예정이다.

둘째 날인 17일에는 ILO가 주관하는 글로벌청년고용포럼(GYEF)이 아시아 최초, 그리고 지방정부 최초로 경기도에서 열린다. 이는 경기도가 세계의 노동문제를 논의하는 데 앞장서게 됐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다. 국내 30명, 국외 70명 등 전 세계 청년 100여명이 모여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정의하고, 각자의 경험을 나누며 해법을 모색하는 생생한 현장이 펼쳐진다. 기성세대가 제공하는 ‘청년을 위한 논의’를 넘어 ‘청년이 스스로의 문제를 들여다보고 대안을 제시하는 주체적인 현장’이 될 것이다.

현장에서는 일자리 부족, 실습현장의 불합리한 규칙, 플랫폼앱의 배차수수료, 야간·주말 노동의 안전문제까지, 청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행사장 곳곳에서 진행되는 라운드 테이블과 토크세션, 의견 제안 창구를 통해 듣는 그 생생한 문장 하나하나가 앞으로 경기도와 노동부, ILO 정책의 첫 줄이 될 것이다.

국제노동페스타의 의미는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국제기준과 지역 실행을 촘촘하게 연결하는 것이다. 둘째, 세대와 주체 간에 끊겼던 대화를 다시 잇는 것이다. 셋째, 거대한 전환의 시대에 미래 일자리를 어떻게 정의롭고 공정하게 바꿀 것인지 함께 모색하는 것이다. ‘일의 미래’는 먼 곳에 있지 않다. 오늘의 통학·출근길, 퇴근길의 한숨, 그리고 다시 도전해 보려는 용기 속에 이미 존재한다. 경기도는 청년의 시간과 눈높이에 맞춘 ‘지방정부다운 해법’을 찾아갈 것이다.

12월, 고양 킨텍스에서 더 많은 분을 만날 수 있길 기대한다. 한 분 한 분의 참여가 곧 일의 미래를 바꾸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