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사회적 대화 체제’ 전면 재구성 과제”

선우재 ‘한국 대화민주주의’ 노동비전회의 … “시대적 과제와 노동현장 함께 담아야”

2025-11-20     연윤정 기자
▲ 연윤정 기자

최근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정상화 시동을 걸면서 이재명 정부의 사회적 대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새 정부에서는 거대구조 전환의 시대적 과제와 미시적 노동현장의 갈증을 함께 담아내는 사회적 대화 체제(레짐)로 재편돼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사단법인 선우재(이사장 조대엽)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HJ비즈니스센터에서 ‘한국 대화민주주의의 새로운 전망-사회적 대화 레짐의 복원을 위하여’ 주제의 ‘2025 대한민국 노동비전회의’를 주최했다. 선우재 노동교육원(원장 이문호)가 주관했다.

중앙, 지역·업종, 기업·기초 “중층적·다원적”
(가칭)사회적 대화 재단 및 지역경사노위 제시

조대엽 이사장은 ‘한국의 사회적 대화, 어디로 가나’ 기조발제에서 “한국의 민주주의는 언제까지 벼랑 끝에서 차가운 광장에 선 시민에게 의존할 것이냐”며 “사회통합적 민주주의 제도적 공백에 대한 거대한 각성, 두터운 대화민주주의에 대한 공론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조 이사장은 사회적 대화 레짐의 전면적 재구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립적 노사가 공유할 수 있는 가치가 기본적으로 헌법적 가치”라며 “사회적 대화 레짐의 큰 비전으로 헌법적 가치 중심의 노사 시민주의를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거대구조 전환의 시대적 과제를 담아내야 하고 삶과 노동의 현장을 담아내야 한다”며 “전국(중앙) 단위와 함께 지역·업종 단위, 기업·기초 단위의 중층적·다원적 대화 레짐이 이뤄져야 한다”고 사회적 대화 레짐 재편 방향을 제시했다. 이같이 사회적 대화기구의 층위별 분권화에 따라 각 참여주체가 의제를 주도해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가칭)사회적 대화 재단’ 설립, ‘(가칭)사회적 대화에 관한 법률’ 제정 또는 ‘노사관계 발전 지원에 관한 법률(노사관계발전법)’ 개정, ‘(가칭)사회적 대화 포럼’ 운영을 통해 확장적 제도화를 위한 법제화 필요성도 제시했다. 또한 지역 사회적 대화 레짐의 재편 및 통합의 결과물인 ‘지역경사노위’를 통해 일자리 이슈와 지역 내 사회적 갈등을 의제로 포괄해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자유주의 아닌 탈세계화·복합전환 감당해야”
“사회적 대화 촉진·매개 ‘중위 수준’ 플랫폼 필요”

1주제 ‘사회적 대화 레짐의 재구성’에서의 발표에서는 촉진 또는 매개 역할의 ‘중위 수준’의 대화 체제가 필요하다는 공통된 지적이 나왔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사회적 대화 레짐의 재구성: 이슈, 제도, 현장’ 주제발표에서 “이재명 정부에서 경사노위 복구를 이야기하지만 근본적인 시스템적 문제들 해결 없이 인적 쇄신만 한다고 답이 달라지기 어렵다”며 “한국의 사회적 대화가 새롭게 쇄신돼야 하는 중요한 근거는 신자유주의 시대가 아닌 새로운 국면의 위기와 변화에의 도전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것은 탈세계화와 복합전환의 도전이며, 이는 신자유주의의 부정적 유산(양극화, 인구소멸, 지역소멸)의 제어와 감당도 함께하는 것”이라며 “사회적 대화 체제 재구조화에서 단지 경사노위법 개정의 문제로 협소화할 문제가 아니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에서 중앙 사회적 대화는 사실 현장의 일이 아니었다”고 꼬집으면서 “중위 수준에서의 플랫폼이 형성되면서 현장과 중앙, 지역과 전국을 매개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사회적 대화 체제의 쇄신은 자율성, 대표성, 책무성, 구속력 요소들을 중앙, 지역, 업종, 기업 단위에서 담아 잘 구축해 나가야 한다”며 “정부는 사회적 대화의 지배자가 아닌 촉진자로서 역할을 해야 하며, 그것을 위한 안정된 자원공급과 신뢰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여상태 전 한국폴리텍대학 서울강서캠퍼스 학장은 ‘사회적 대화 레짐과 중위 수준의 대화 조직’ 주제발표에서 “사회적 대화 레짐의 복원 방향 논의는 지역·업종 단위의 중위적 사회적 대화 기구와 채널 구축 방안이 핵심적으로 다뤄져야 한다”며 “중위 수준의 논의 구조는 기존의 톱다운 방식을 현장으로부터 바텀업 방식으로 재설계하는 것이며, 매크로 단위의 빅딜에서 메조 단위의 스몰딜로 논의 성과를 구축해 나가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1주제 토론은 박준식 한림대 부총장 사회로 강규혁 매일노동뉴스 대표, 박성국 한양대 경영대 겸임교수가 참여했다.

이어 2주제 ‘지역 사회적 대화의 현안들’에서는 △여수산업단지의 화학산업 구조조정과 사회적 대화(임영국 화섬식품노조 사무처장) △지역돌봄 거버넌스와 사회적 대화: 경기 화성시 사례(정명근 화성특례시장) △시민과 함께 찾은 지속가능 일자리: 광주 광산구 사례(채준호 전북대 교수) 등 주제발표가 이어졌다. 이문호 노동교육원장 사회로 박용철 한노사연 선임연구위원, 염지혜 중원대 교양대학 교수가 토론에 참여했다.

3주제 ‘산업 및 기업 사회적 대화의 현안들’에서는 △기후위기 에너지 전환과 발전산업의 과제(남태섭 전력연맹 사무처장) △보건의료산업과 초기업 교섭(최복준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 △철강산업의 위기구조와 사회적 대화: 포스코의 사례(김대억 포스코노조 부위원장) 주제발표에 이어 배규식 전 한국노동연구원장 사회로 추장민 한국환경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강민형 고려대 교수(사회학과)의 토론이 이어졌다. 마지막 종합토론에는 조대엽 이사장, 박준식 부총장, 이문호 원장, 배규식 전 원장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