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제공자 ‘야간노동 규제’ 어떻게?
새벽배송 논란으로 대책 마련 목소리 커져 … 전문가들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근로시간 규제”
쿠팡의 새벽배송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야간노동 규제를 강조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쿠팡이 새벽배송을 통한 속도경쟁으로 ‘혁신’을 가능하게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현행법상 야간노동 관련 규제가 공백 상태이기 때문이다. 특히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의 야간노동을 어떻게 규율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야간노동 규제의 공백
1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야간노동을 하는 노동자 규모를 파악할 수 있는 관련 통계는 현재 없다. 근로기준법 56조에는 야간노동을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수행하는 노동으로 정의하고 있지만 ‘야간노동자’에 대해서는 명확한 정의 규정은 없다. 노동부 관계자는 “야간노동자에 대한 개념 정의가 (법에) 없어서 규모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추세는 확인할 수 있다. 전국 만 15세 이상 취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근로환경조사에 따르면 야간근무 비율은 감소 추세인데 고정적인 교대근무는 증가하고 있다. 7차 근로환경조사 시계열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밤 근무(밤 10시에서 새벽 5시 사이 최소 2시간 이상 일하는 것) 비율은 2006년 20.4%에서 지속 감소해 2023년 6.6%로 줄었다. 다만 고정적인 교대근무 형태는 2010년 13.4%에서 2023년 39.4%로 늘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물류센터에서 수행되는 야간 고정노동 증가를 반영한 추세라고 해석했다.
야간노동자에 대한 정의 부재뿐만 아니라 현행 근로기준법은 야간노동 자체를 금지하지 않는다. 18세 이상의 여성은 노동자 동의를 받아야 하고, 임산부와 18세 미만자의 경우 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하는 제한이 있을 뿐이다. 야간노동에 따른 보호장치는 없고 가산임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보상적 접근이 전부다.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야간노동 종사자에 대한 최소휴게·휴가·휴일, 최장노동시간과 연속근무일 한도 등을 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표준계약서 의무화부터 영업시간 제한까지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노무제공자에 대해서는 야간노동을 어떻게 규율할 것인지 문제가 남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생활물류서비스법) 개정안에 따르면 택배서비스사업은 표준계약서 사용을 의무화하고, 위반시 등록을 취소할 수 있다. 계약서에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 내용은 시행령으로 정하기로 했는데, 여기에 야간노동 관련 규제를 담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유통산업발전법에 대형마트 등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거나 의무휴업일을 지정하도록 명시한 것처럼 영업시간 제한 방식도 검토해볼 만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부가 ‘권리 밖 노동자’를 위한 일터 권리보장 기본법 제정을 추진하는 만큼 기본법을 통해 규율하거나, 일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산업안전보건법으로 재구축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근주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산업안전보건 영역이나 건강권 관련한 부분을 일터 권리보장 기본법에서 규정하거나, 기본법 입법 전이라도 계약의 불공정성 여부 측면에서 표준계약서를 통해 규율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은정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법학)는 “근로시간에 대한 규제는 충분히 쉬고 일해야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출발한 만큼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근로시간 규제를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근로시간에 관한 장을 두고 안전·보건 측면에서 원칙적 규제, 예외적 허용으로 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산업안전보건법의 목적이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의 안전·보건을 유지·증진한다고 명시돼 있는 만큼 일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산업안전보건 체계로 재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