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전환으로 세계 질서 재편하는 중국
브라질 벨렝에서 이달 10일부터 2주간 열리는 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미국과 중국의 엇갈린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2023년 기준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11%를 배출하는 2위 배출 국가 미국의 연방정부가 공식적으로 참여를 거부한 가운데, 26% 배출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은 과거보다 훨씬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23일 유엔 연설에서 기후변화를 “사기극”이라며 일축했던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사상 처음으로 연방정부 차원의 대표를 한 명도 파견하지 않았다. 물론 이와 무관하게 캘리포니아주지사 개빈 뉴섬을 포함해 민주당 소속 주·지방 공무원 중심의 100여명이 개별적으로 참석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차라리 미국이 빠져야 논의가 원활할 것”이라는 반응도 있지만, 세계 최대 경제국의 불참은 글로벌 기후 거버넌스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이에 반해 중국은 COP30을 앞두고 ‘기후 리더십’ 강화를 선언했다. 11월8일 국무원 명의로 발표한 백서 ‘탄소배출 정점 및 탄소중립을 위한 중국의 계획과 해법’에서 지난 5년간의 기후 대응 성과를 공개하고 향후 탄소중립 전략을 구체화했다. 하루 전에는 중국 공산당 산하 싱크탱크가 공동 작성한 ‘15차 5개년 계획 시기 중국 경제사회 발전전략 구상’을 통해 2030년까지 적극적인 녹색전환과 기후 대응에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중국은 올해 온실가스 배출 정점을 통과했다는 판단 아래, 온실가스 감축과 녹색전환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면서 성과를 과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유엔 연설에서 시진핑 총리는 정점 대비 2035년까지 7~10%까지 온실가스를 줄이겠다고 밝혔다. 중국이 처음으로 수치를 밝힌 사례다. 또한 중국은 ‘혁신·조화·개방·공유’와 함께 ‘녹색’을 새로운 발전이념의 핵심 가치로 포함시켜, 녹색전환을 국가 운영의 기본축으로 삼고 있다.
중국은 첨단 녹색산업 발전을 통해 기후 대응과 경제발전을 충돌시키기보다 통합하는 데 일단 성공한 걸로 보인다. 특히 전기차, 태양광, 배터리를 ‘새로운 녹색 3대 산업(新三样)’으로 간주하고 녹색산업을 ‘경제 성장의 새로운 엔진 및 무역 발전의 새로운 동력’으로 끌고 가는 중이다. 이미 세계 최고의 녹색산업 경쟁력을 보유한 중국이 기후대응과 경제발전을 더 이상 충돌하는 방식으로 접근하지 않고 상호 보완하는 쪽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다. 비록 기술 중심적 사고가 깔려있기는 하지만 온실가스 감축 계획에 격렬히 반발하는 한국의 산업통상자원부나 산업계와 상당히 다른 풍경이다.
앞서 소개한 두 보고서를 통해 중국은, “글로벌 생태 거버넌스에 새로운 모범을 제시”하고 “더욱 선도적인 역할을 발휘해 전 세계 녹색 전환 과정을 이끌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과연 미국이 빠진 이번 브라질 기후 당사국총회에서는 얼마나 현실로 될지 지켜봐야겠지만, 세계 최고의 녹색산업이라는 녹색 하드파워를 기반으로 중국이 이제 본격적인 녹색 소프트파워를 발휘하는 양상이 서서히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으로 돌아와 보자. 한국 정부는 최근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100기가와트(GW)까지 늘리고, 2035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53~61% 감축하는 방향으로 정하는 등 과거보다는 훨씬 전진적인 기후 에너지 정책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한 해 온실가스 감축은 2% 남짓에 불과하고 산업 부문은 오히려 늘고 있으며, 2030년 40% 감축목표 달성도 불확실하고 2035년 감축목표도 부족한 상황이다.
이 가운데 정부의 국정 방향 역시 과거보다는 기후 대응과 에너지전환에 훨씬 무게를 두고 있지만, 압도적으로 AI 중심 정책에 밀려 녹색전환 정책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상황이다. 반면 중국도 물론 AI 정책을 중시하지만, “총 246개의 데이터 센터가 녹색 데이터 센터로 인정받았으며, 이들 센터의 전력 사용량 중 녹색 전력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성과를 강조할 만큼 ‘그린 AI’를 동시에 추구한다. 한국 역시 AI 전환과 녹색전환의 균형을 잡을 뿐 아니라, 기후 대응과 녹색산업의 보완적 발전을 본격적으로 모색할 시기다.
녹색전환연구소 소장 (bkkim21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