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산정의 기준시간을 둘러싼 법리와 현실의 간극
곽용섭 변호사·이승은 공인노무사(곽용섭 법률사무소)
1. 서
가. 대법원 2024년 12월19일 선고 2020다24719 전원합의체 판결(대상판결)은 ‘고정성’ 개념을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에서 제외하면서, 대법원 2013년 12월18일 선고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 및 같은 날 선고된 2012다94643 전원합의체 판결(기존 판결) 중 고정성을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로 본 부분, 그에 따라 재직조건부 임금·근무일수 조건부 임금·성과급의 통상임금성을 고정성 인정 여부로 판단한 부분, 재직조건부 임금이 조건 부가로 인해 소정근로 대가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본 부분과 그와 같은 취지의 종전 판결들을 위 판결의 견해와 배치되는 범위에서 모두 변경했다.
나. 대상판결의 설시로 수많은 직장인의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이 증가하고, 연장근로가 감소할 수 있게 됐다. 이 점에서 대상판결은 진일보한 측면이 있으나, 아래에서 지적하는 한계 또한 내포하고 있다.
2. 대상판결의 사안과 법원의 설시 법리
가. 근거 법령
근로기준법 56조는 연장·야간·휴일근로 등에 대한 임금 가산기준으로 ‘통상임금’을 규정하고, 근로기준법 시행령 6조 1항은 “통상임금이란 근로자에게 정기적·일률적으로 소정근로 또는 총근로에 대해 지급하기로 정해진 시간급·일급·주급·월급 또는 도급금액을 말한다”고 규정한다.
나. 사안
원고들은 모두 한화생명㈜ 연봉제 직원으로, 연봉제 규정에 따라 급여를 수령했다. 해당 규정에 따르면 연봉제 직원의 연봉은 계약연봉·제수당·부가급여로 구성된다. 계약연봉은 기준급·능력급·근속급으로, 부가급여는 중식보조비·자가운전보조금·교통보조비 등으로 구성되며, 기준급은 본봉·시간외수당·직무수당으로 구성된다.
원고들은 본봉·직무수당·능력급·근속급·중식보조비·교통보조비·설·추석 상여금이 근로기준법상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화생명(주)의 취업규칙은 본봉만을 통상임금으로 보고 있었다.
다. 1심 및 항소심 판단
1심은 본봉·직무수당·능력급·근속급·중식보조비·교통보조비·설·추석 상여금의 통상임금성을 인정했다. 다만 일부 원고가 호봉제 직원으로 근무하던 기간의 정기상여금은 재직자 조건이 있어 고정성이 없다는 이유로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항소심은 1심이 인정한 모든 수당 외에, 호봉제 기간의 정기상여금도 재직자 조건이 있더라도 통상임금성을 인정했다.
라. 대상판결의 판단
대상판결은 기존 판결이 제시한 통상임금의 정기성·일률성·고정성 요건 중 ‘고정성’을 폐기했다. 또한 ‘소정근로 대가성’·‘정기성’·‘일률성’의 개념만으로 통상임금 해당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해, 재직조건부 임금·근무일수 조건부 임금·성과급(근무실적에 따라 지급되는 성과급)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시했다.
3. 대상판결의 의의
대상판결은 기존 판결에서 통상임금의 징표로 보던 ‘고정성’을 폐기함으로써, 재직조건부 정기상여금 등도 통상임금에 포함될 수 있도록 했다. 이로써 연장·야간·휴일근로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가능해지고, 연장근로 억제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종전의 고정성 개념은 근로기준법 시행령 등 법령에 근거가 없어 통상임금의 범위를 부당하게 축소하고, 사용자가 임의로 지급조건을 부가해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을 잠탈할 위험이 있었는데 이번 판결로 그 위험이 제거됐다.
4. 대상판결의 한계
가. 소급효 제한
대상판결은 기업의 경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판결 선고일(2024년 12월19일) 이후 제공된 근로에 대한 법정수당 산정부터 새로운 법리를 적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새 판례 법리가 강행규정인 근로기준법 해석에 관한 것임에도 법적 안정성과 기업 신뢰 보호를 이유로 소급효를 제한한 것은 근로자의 미지급 법정수당 청구권을 침해하고 근로기준법의 강행성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이는 근로기준법 보호를 받아야 할 근로자의 권리를 과도하게 희생시킨 조치로 해석될 수 있다.
더 나아가 법원이 기업경영의 파장이나 경제적 효과를 고려해 판시 법리의 소급효까지 제한하는 것이 법리적으로 가능한지, 그러한 태도가 헌법이 부여한 사법권의 역할과 기능에 부합하는지도 의문이다.
나. 시간급 통상임금 산정 기준 시간 수
월급 금액으로 정한 통상임금을 시간급으로 환산할 때에는 그 금액을 ‘월의 통상임금 산정 기준 시간 수’로 나눈 금액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 1주의 통상임금 산정 기준 시간 수는 소정근로시간 및 유급으로 처리되는 시간을 합산한 것으로 계산하며, 월 통상임금에는 근로기준법 55조의 유급휴일 임금도 포함된다(대법원 1994년 5월24일 선고 93다32514 판결 등 참조).
근로기준법 55조는 일주일 동안 소정근로일수를 개근한 근로자에게 1주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부여하도록 규정한다. 근로기준법 50조는 1일 8시간, 주 40시간 근로자의 경우 주휴일(일요일)의 근로시간은 8시간으로 본다. 문제는 토요일 유급 근로시간이다.
토요일 유급 근로시간을 4시간으로 보면 ‘월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수’는 226시간이고 8시간으로 보면 243시간이 된다.
대상판결은 단체협약 제50조 1항의 평일 근로시간 8시간 규정을 근거로 월 기준시간을 243시간으로 보았다. 그러나 2018년 3월1일 이후 단체협약들은 모두 월 기준근로시간을 226시간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는 당사자들이 토요일 유급 근로시간을 4시간으로 합의했다고 볼 강력한 근거다. 따라서 대법원이 243시간을 기준으로 본 것은 당사자 간 총 근로시간을 합의한 경우 그 시간에 따르도록 한 대법원 2019년 10월18일 선고 2019다230899 판결의 취지에 비춰도 정당하지 않다.
단지 ‘평일 근로시간 8시간’ 규정만으로 토요일 유급시간을 8시간으로 본 해석은 부당하다.
5. 결론
이번 대상판결로 통상임금의 고정성 논란은 일단락됐으나 대법원이 월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을 243시간으로 고수함으로써 노사합의 존중과 근로자 권리 보호의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