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무기는

2025-11-03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큰 카메라 들고 완장이라도 찬 듯 으스대며 들이대는 기자 아니라도, 우리는 누구나가 사진을 찍고 영상을 담는다. 편집하고 글을 붙여 담장 없는 온라인 세상에 퍼뜨린다. 정보를 찾고, 가공하고, 소통한다. 틈틈이 논다. 요즘 거기 담긴 인공지능은 말벗이고 비서다. 강력한 생산의 도구다. 뚝딱, 못 하는 게 없어 환호성 터진다. 스마트폰은 과연 요물이다. 그뿐인가, 춥고 어둡던 광장에선 그것은 길잡이 등불이었다. 혁명의 횃불이었다. 험한 세상, 우리의 무기는 손에 든 스마트폰이다. 사람들은 그것과 사랑에 빠져 자나 깨나 끼고 산다. 사랑하는 사람을 앞에 두고도, 제일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면서도, 다시 못 볼 절경 앞에서도, 손에서 놓지 못한다. 쇼츠, 릴스 넘기느라 엄지손가락 관절이 아프다. 심심한 것을 견디지 못해, 더 크고 빠른 자극을 탐한다. 시간은 ’순삭’이다. 후회는 매번 때늦었다. 중독이다. 멍 때리며 하던 온갖 엉뚱한 상상이, 눈 마주치며 나누던 따뜻한 말들이, 다정한 위로와 응원 같은 것들이 흐릿해져 간다. 인공지능의 시대, 인간적인 것이라 불려 온 것들이 힘을 잃어간다. 우리의 무기는 종종 우리를 겨눈다. 점점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