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초록의 것들이 무성하게 자라 열매를 달 즈음, 다 자란 사람들은 고향집 찾아 다 늙은 부모 얼굴을 살핀다. 잘 익은 사과와 배를 나누고, 쑥쑥 자라는 아이 재롱에 함께 웃는다. 벼와 콩과 호박과 들깨, 또 지천으로 널린 꽃들까지, 자연 가까운 자리 어디든 빼곡하게 자란 것들은 지난 여름 뜨거운 열기 속 땀 흘린 노동의 결실이다. 지극한 관심의 성과다. 추석, 잘 자란 것들을 담아봤다. 실은 애써 키운 것들이다.
벼는 잘 자라 고개를 숙였다. 누렇게 익어간다.
새로 심어 수년을 가꾼 감나무에 주렁주렁, 동네방네 자랑할 만큼 감이 달렸다.
호박넝쿨이 창고 지붕을 덮고도 넘쳐 담을 가린다. 꽃 진 자리마다 통통한 호박이 대박을 예고한다. 호박잎쌈에 강된장은 영혼의 음식 반열에 들었다.
철망을 덮은 온갖 잡풀 속 열매라고 다 저 혼자 큰 게 아니다.
사과는 일일히 옷을 입혔다. 약 안 치고 키우느라 지극정성을 들인 것이다. 볼품은 없는 크기였지만, 당당히 차례상에 올랐다. 귀경길 자식들 가방에 묵직했다.
마당에 꽃들이 지천으로 피었다.
추석, 잘 자란 것들 거둬 손질하던 비닐하우스에 일손이 멈췄다. 동네 고양이가 제집인 양 누워 뒹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