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행정부교섭 의미] “국가직 차별 해소 이뤄내, 교섭 의제 확대해야”

장기재직휴가 복원·공제회 기틀 마련 … “비교섭사항 넓어 교섭 어려움 겪어”

2025-09-29     정소희 기자
▲ 정기훈 기자

지난 8월 국가공무원의 숙원이 행정부교섭을 통해 결실을 맺었다. 2023년 행정부교섭 타결은 국가공무원의 근무여건을 대폭 개선한 결과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매일노동뉴스>는 지난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가공무원노조 사무실에서 행정부교섭 노측대표·간사를 맡은 국공노 임원단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이철수(51) 위원장, 임동수(53) 사무총장, 김중민(53) 수석부위원장을 인터뷰했다.

“사명감과 긍지 갖도록, 국가직 처우개선”

(대)정부교섭이 지방직과 국가직을 아우르는 교섭이라면, 행정부교섭은 국가직의 노동조건과 처우를 다룬다. 2018년에 교섭을 요구한 2018년 행정부교섭은 3년 뒤인 2021년에야 타결됐다. 이번 교섭도 상견례부터 1년이 넘는 긴 협상 끝에 합의됐다. 성과도 적지 않았다. “그간 행정부교섭 중 가장 큰 성과를 낸 교섭”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비연고지 근무자에 대한 지원과 장기재직휴가를 신설했고, 당직근무 개선 방안과 공제회 설립 단초를 만들었다.

교섭 출발점은 국가공무원이 감내한 차별과 불합리한 제도 개선이었다. 임 사무총장은 “국가 중추를 담당하는 국가공무원의 인기가 하락하고 경쟁률이 추락하는 현상이 심각하다”며 “이들이 사명감과 긍지를 갖고 일할 여건을 만드는 것이 2023년 행정부교섭의 가장 큰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민간임금 대비 공무원 보수의 수준은 점점 낮아지고, 지방직과 비교해도 국가직의 처우는 불리한 지점이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장기재직휴가다. 지방공무원의 경우 각 지방자치단체가 조례 등으로 장기재직휴가를 도입해 운영해 왔다. 국가직도 장기재직휴가가 있었지만 2005년 주 5일제를 도입하면서 폐지했다. 지방공무원과 형평성을 높이고 휴식권을 부여하기 위해 장기재직휴가를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았고, 인사혁신처는 올해 4월 장기재직휴가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교섭 타결보다 앞서 제도 개선에 나선 것이다. 이로써 재직기간 10년 이상 20년 미만 공무원은 5일, 20년 이상 재직자는 7일의 휴가를 사용한다.

김중민 수석부위원장은 “장기재직휴가나 공제회는 지방직만 있어서 현장에서 시급하게 개선해달라는 목소리가 컸다”며 “초과근로때 지원되는 식비까지도 한 끼 9천원인 지방직에 비해 국가직은 7천원이라 이런 부분들을 현실적으로 바꿔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창구단일화만 10개월, 비교섭의제라는 ‘벽’

2023년 행정부교섭은 상견례부터 타결까지 1년이 넘게 걸렸다. 2023년 10월에 국공노가 인사혁신처에 교섭을 요구한 뒤 2년여가 소요됐다. 3개 노조가 참여했던 이전 교섭과 달리 이번에는 7개 노조가 교섭에 참여하면서 조율할 의제도 많았고 논의 시간도 많이 걸렸다. 이번 교섭에는 국공노, 공무원노조, 소방을사랑하는공무원노조, 소방통합공무원노조, 소방안전공무원노조, 전국국·공립대조교노조, 시간선택제공무원노조 7개 국가직 공무원노조가 참여했다. 교섭대표단에 참여하는 노조가 4개로 제한돼, 의제에 따라 소위원회를 열고 교섭위원을 배출하지 못한 노조에 참여 기회를 부여했다. 간사를 맡은 임동수 사무총장은 “가능한 많은 노조들이 발언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일반직뿐 아니라 소방직·대학조교 등 다양한 직렬의 노조가 함께하다 보니 의제 조정도 쉽지 않았다. 가능한 모든 공무원에게 적용할 의제를 중심으로 추려내는 작업도 병행했다. 김중민 수석부위원장은 “예상은 했지만 노조와 직렬에 따라 생각이 달라 이견이 컸다”며 “창구단일화 과정만 10개월 가까이 걸리는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고 토로했다.

정부와 교섭도 순탄치 않았다. 제도 개선에는 필연적으로 예산이 수반되는데, 기획재정부가 교섭 도중 불참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임 사무총장은 “인사혁신처가 복무·인사·후생복지제도 등을 운영하지만 예산 권한을 쥔 기재부가 교섭에 반드시 참여해야 했다”며 “기재부가 참여함으로써 비연고지 지원 확대 등이 성사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교섭 의제에 대한 제약도 컸다.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공무원노조법) 시행령 4조는 비교섭사항을 명시하고 있다. 정책결정에 관한 사항과 공무원 채용·승진 등 임용권 행사나 기관의 조직·정원에 관한 사항, 예산·기금의 편성 및 집행에 관한 사항은 모두 교섭할 수 없다. 임 사무총장은 “비교섭사항이 광범위하게 규정돼 있어 교섭 안건으로도 삼을 수 없다”며 “이런 부분도 큰 어려움으로 작용했다”고 회고했다.

▲ 정기훈 기자

저연차 공무원 ‘비연고지 근무 지원’ 마련

어려움 끝에 체결된 교섭은 현장 노동자들이 체감할 실질적 성과를 도출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철수 위원장은 “이번 교섭은 행정부 교섭 중 가장 큰 성과를 보인 교섭이었다”고 자평했다.

눈에 띄는 성과는 공제회 설립 기틀을 마련한 것이다. 국가직 공제회 설립을 노사가 공동으로 논의하는 것을 단체협약에 명시하면서 소득 공백과 후생복지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단초를 만들었다. 소방·국가직·교원과 지방직은 각자 공제회를 두고 있지만 국가직은 없다. 임동수 사무총장은 “이미 관련 법안이 발의되고 TF 구성을 앞두는 등 후속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며 “공제회가 설립되면 회원 납부금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비과세 혜택과 함께 금융 지원까지 가능해져 재정 긴축 기조 속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장기재직휴가는 가장 환영받는 조항이다. 이 조항은 교섭 과정에서 발표돼, 인사혁신처에서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개정안을 발의했다. 부족한 점도 있지만 없어졌던 휴가를 다시 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는 7월부터 시행돼 모든 국가공무원에게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저연차 공무원 중 비연고지 근무자에 대한 지원 근거가 마련된 것도 중요한 성과다. 구체적인 지원 수준과 대상은 부처별로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가공무원의 특성상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비연고지 추가 경비에 대해 저연차 직원들을 중심으로 일부라도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국가공무원의 처우를 개선할 수 있는 기틀을 확립했다는 평가다. 김중민 수석부위원장은 “월급이 적은 저연차 공무원은 특히 부담이 컸을 것”이라며 “국세청은 자체적으로 원거리 발령자에게 지원을 하고 있어서 이런 사례들을 발굴해 교섭에서 제안함으로써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비교섭사항 줄이고, 설립단위 구분해야”

이번 교섭의 성과에도 해결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교섭 의제는 우선해결 과제 중 하나다. 공무원노조법 시행령에 따라 교섭 대상이 될 수 없는 ‘비교섭사항’이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중민 수석부위원장은 “민간기업의 단협은 상당히 구체적인데, 공무원 단협은 비교섭사항의 제한을 받아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 크다"며 “궁극적으로는 공무원노조법을 폐지하고 노조법과 근로기준법을 따르는 게 옳은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교섭대표단은 윤석열 정부가 시행한 공무원 정원 감축 정책인 통합 활용 정원제도 교섭 의제로 제시했지만 법령상 정원은 비교섭사항이라는 이유로 다루지 못했다.

임동수 사무총장은 “5명이 하던 일을 4명이 하면 나의 노동 강도는 더 세지는데, 이것이 어떻게 나의 노동 환경과 무관할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이철수 위원장은 특정직과 일반직이 모두 포함되는 행정부교섭의 현행 구조 개선을 촉구했다. 국회가 관련법을 개정해 향후에는 특정직을 교섭에서 분리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공무원노조법상 51개 행정기관은 하나의 단위라,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한도에서도 불이익을 받고 교섭에도 어려움이 있다. 이 위원장은 “경찰공무원의 노조가입 허용 법안이 발의된 상황에서 공무원노조법상 설립단위를 고려할 때 특정직에 대해 정교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이 위원장은 공무상재해와 관련한 관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단협 합의로 정부는 공무상재해 현황에 대한 통계를 작성·관리할 의무를 갖게 됐다. 이전까지는 공무원 순직과 산재와 관련한 제대로 된 분석과 자료가 없었다. 이 위원장은 “공직사회는 아직 산업안전보건 개념이 많이 들어와 있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며 “민간은 (직종에 따라 다르지만) 근로자 50명 이상이 되면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설치 의무 등을 규정하는데, 국가직들은 그런 부분에서도 상당히 사각지대가 넓다. 향후에 교섭이나 법령 개정을 통해 산업안전문제를 풀어내는 것이 바람”이라고 말했다.

글=정소희 기자
사진=정기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