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정한 세상, 다정한 손길

2025-09-29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책임을 온전히 묻지 못했으니, 참사는 진행형이다. 위험은 외주화를 넘어 이주화로 치달았다. 터져버린 배터리보다 불안정했던 건, 이윤추구 목적의 불안정 노동 구조였다. 스물셋의 세계가 무너졌다. 언젠가 같은 자리에서 신분증을 내보이며 나도 국민이라고 울며 외쳤던 유가족이 오늘 또 울었다. 달라진 게 없었다. 떠나간 딸은 돌아오지 않았다. 눈물도 멈추지 않았다. 이름 부르며 자꾸만 두들기던 그 가슴팍에 새까만 멍이 들었을 테다. 얼마간 달라졌다. 경영 책임자 지위를 회피하기 위한 온갖 꼼수와 선택의 여지가 없던 합의서를 법원은 꼼꼼히 살폈다. 매출에는 온 힘을 쏟지만, 안전에는 비용을 아끼는 문제를 엄중히 꾸짖었다. 책임자에 징역 15년형을 선고했다. 휘청거리며 오랜 시간 길을 헤매던 아리셀 참사 유가족이 법원을 나가고 있다. 넘어지지 않게 곁을 지킨 사람들이 서로의 팔을 감아 위로를 나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