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행강제금 잘 받겠다”면서 평가지표 삭제, 중노위 ‘딴전’
‘구제명령 실효성 제고 실적’ 통으로 빼 … 그나마 내놓은 개선방안 실효성 의문
부당해고 등 구제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사용자에게 부과하는 이행강제금 수납률이 매년 떨어지는 가운데, 중앙노동위원회가 지방노동위원회 기관평가 계획에서 관련 평가지표를 삭제한 사실이 확인됐다. 중노위가 이행강제금 수납률 개선에 소극적이라는 점이 단적으로 드러났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행강제금 부과회의 적게 해도 괜찮아’
평가지표 야금야금 줄이다 아예 삭제
25일 <매일노동뉴스>가 박해철 더불어민주당에게 최근 3년 ‘지방노동위원회 기관평가 계획’을 받아본 결과 중노위는 이행강제금 수납과 관련한 평가지표 배점을 매년 줄이고 있었다. ‘구제명령 실효성 제고 실적’ 지표 배점을 2023년 7점, 지난해 6점으로 서서히 깎다가 올해 통으로 삭제했다. 이행강제금 수납실적이 매년 떨어지는데도 ‘이행강제금 징수율 제고’ 평가지표는 2023년부터 올해까지 3년 동안 5점을 유지하는 데 그쳤다.
‘구제명령 실효성 제고 실적’ 지표는 지노위의 △1차 이행강제금 부과회의 전 구제명령이행률 △이행강제금 1차 부과회의 개최기간 △이행강제금 2~4차 부과회의 개최기간 등을 정량적으로 평가한다. 이행강제금 부과회의는 지노위 조사관들이 이행강제금 수납률에 대한 자료를 만들고, 노·사·공익위원들과 함께 논의하는 자리다. 중노위가 지노위에 ‘이행강제금 부과회의를 적게 해도 괜찮다’는 시그널을 준 격이다.
중노위는 매년 전국 12개 지노위를 대상으로 기관평가를 진행해 우수기관 표창, 공무원 성과평가·성과상여금 등에 반영하고 있다. 지노위의 성적, 소속 공무원의 평가·급여와 직결되는 평가인 셈이다. 지노위 업무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노위가 이행강제금 수납률 개선에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이행강제금 말고 ‘ADR’로 지노위 평가
노동계 일각 “심판 역할 해태” 회의적
이행강제금 수납률은 2022년 44.9%, 2023년 26.5%, 지난해 17.4%를 기록하는 등 크게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 6월 기준 누적 수납률은 14.1%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도 매년 이행강제급 수납률에 대한 지적이 지속적으로 있었다.
중노위의 관심은 이행강제금 수납이 아닌 다른 곳에 있는 듯하다. 중노위는 2023년 지노위 기관평가에 ‘새로운 분쟁해결 모델 발굴 및 확산’이라는 평가지표를 만들어 2점을 배점하고, 지난해 이 지표를 ‘대안적 분쟁해결(ADR) 모델 발굴 및 확산’으로 바꿔 3점으로 배점을 늘렸다. 올해 해당 지표의 배점은 5점으로 또 늘어났다.
대안적 분쟁해결 모델은 김태기 중노위원장이 취임 직후부터 역점적으로 추진해왔던 사업이다. 다만 노동계 일각에서는 대안적 분쟁해결 모델에 대한 회의감이 짙다. 박은정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현장에서는 6시간 동안 화해를 종용받는 등의 사례가 있는 등 노동위가 심판을 통한 권리구제 기능뿐 아니라 본연의 역할을 해태한다는 문제제기가 있다”며 “노동위 행정 전반이 ADR로 달려가면서 심판 기능뿐 아니라 심판을 통한 법적 기준을 만드는 일도 약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해철 “이행강제금 미납 사용자 방치,
국정감사에서 개선조치 요구할 것”
중노위는 최근 국회에 ‘23~24년 이행강제금 징수율 급감 원인 분석 및 개선방안’ 자료를 보고했다. 중노위는 노동위원회 이행강제금 징수 전담인력 배치를 위해 관계기관 협의를 통한 인력 증원과 주기적인 담당자 교육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사업주가 사업에 현저한 손실이 발생하거나 부도·도산의 우려가 있는 경우 분할납부 근거 신설을 검토하고, 소송·재심·당사자 간 화해 등 다양한 경우를 고려해 부과 유예 기준 등의 개정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필요하다면 이행강제금 수납률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관련 기관평가 지표 삭제로 지노위가 이행강제금 수납에 신경을 쓸 유인을 상당수 제거해 놓은 상황이라, 실효성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해철 의원은 “이행강제금을 납부하지 않고 버티는 사용자를 방치해도 되는 구조를 중노위가 만든 꼴이고, 힘들게 부당해고 등을 인정받은 노동자의 고통만 길어지고 있다”며 “노동위원회가 ‘노동관계에 관한 판정 및 조정 업무를 신속·공정하게 수행한다’는 본연의 역할을 보다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이번 국정감사에서 개선조치를 요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중노위는 ‘구제명령 실효성 제고 실적’ 지표는 변별력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중노위 관계자는 본지에 “이행강제금 부과회의는 평균(60일)에 못 미치는 지노위가 없었고, 평가를 효율적으로 하려면 다른 지표를 강화하거나 신규 지표를 늘리는 게 낫겠다는 고심 끝에 내린 판단”이라며 “(이행강제금 수납률을) 경시해서 없앴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