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파업 이틀째] 김영태 병원장 교섭 ‘회피’로 장기화 우려

병원장, 교섭 한 시간 앞두고 불참 통보 … 의료연대본부 “병원장 자격 포기했나”

2025-09-25     정소희 기자
▲ 무기한 전면파업 2일차를 맞은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 앞에서 파업대회에 참여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이 무기한 전면파업을 이틀째 이어가고 있지만 노사가 이견을 좁히기는커녕 관계가 악화하고 있다.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이 노조와 대화를 회피하는 등 사실상의 교섭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파업 장기화 등 노사관계가 파국으로 치달을 우려도 나온다.

“노사 본교섭 주 1회 합의했는데, 원칙 깬 병원장”

서울대병원 노사는 25일 오후 3시 본교섭을 재개할 예정이었지만 병원장의 갑작스러운 교섭 대체 요구에 본교섭을 진행하지 못했다. 김영태 병원장은 이날 오후 1시29분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 서울대병원분회에 “노사 간 쟁점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본교섭을 강행하는 것은 신속한 교섭 타결에 효율성이 저하된다”며 “예정된 단체교섭 대신 실무교섭 대체에 협조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김 원장은 교섭 대체를 효율성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일방적으로 교섭을 취소 통보하면서 노사관계 개선을 위해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공공기관장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간 사용자쪽의 대응을 고려할 때, 김 원장이 분회와 교섭을 거부하고 대화를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대병원은 지난 6월에도 분회가 교섭을 요구한 지 한 달이 다 되도록 교섭요구 사실조차 공고하지 않아 부당노동행위 논란이 일기도 했다.

분회는 교섭이 파행하면서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본관 시계탑 인근에서 병원장 교섭 참여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의료연대본부 관계자는 “서울대병원 노사는 주 1회 본교섭을 진행하기로 합의했지만 파업 이후 실무교섭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파업 장기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병원장 교섭 거부는 노사가 정한 원칙을 깨는 행위로 병원장 자격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환자 손 한번 잡아주지 못할 정도로 인력부족 심각”

분회는 이날 오전 병원 본관 앞에서 파업 2일차를 맞아 개회식을 진행했다. 오후 2시부터는 의료연대본부가 주최한 결의대회가 이어졌다. 분회는 파업 첫 날인 24일에 이어 이날도 파업 참여자가 1천여명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조합원들은 이번 파업이 서울대병원의 공공성을 지키고 의료진으로 책임을 다하기 위한 파업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교섭 핵심 쟁점은 △안전 인력 충원 △국립대병원 소관부처 이관 △임금체계 개편 등 이다.

서울대병원 소아중환자실에서 일하는 4년차 간호사 이채민(26)씨는 “환자들을 잘 돌보기 위해 충원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씨는 <매일노동뉴스>와 인터뷰에서 “전인적인 간호를 꿈꾸며 간호사가 되고 싶었는데 간호사가 너무 부족해 마음만큼 환자들을 보살피지 못해 마음이 아프다”고 호소했다. 그는 “간호사로서 처치뿐 아니라 감정적 돌봄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고통을 견디는 환자들의 ‘손 한 번 잡아 달라’는 요구에도 바빠 채 1분을 못 잡고 돌아선 적이 많다”며 “일부 병동은 밤 근무 때 간호사 2명이 환자 32명을 돌보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은 2015년 임금체계를 72호봉제로 개편하며 근속에 따른 임금인상률이 낮아졌다. 가뜩이나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임금인상이 더디자 숙련인력 이탈도 늘었다. 의료진으로서 책임을 다하기 어려운 환경을 바꾸기 위해서는 임금체계 개편과 인력 충원이 꼭 필요하다는 게 분회 주장이다.

박나래 서울대병원분회장은 이날 오전 병원 본관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파업 상황에서 실무교섭은 언제라도 가동해야 하지만 실무교섭단은 오늘 새벽 2시에 교섭 파기를 통보하고 노조와 만나지 않았다"며 "김영태 병원장은 본인의 책무를 자꾸 잊는 것 같다. 파업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조와 교섭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