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노동자들 “녹색단협 운동 확장해야”
보건의료노조 국회 토론회서 기후재난 대책 모색 … 영국 유니손, NHS 넷제로 정책 참여해
기후재난에 대비하고 감염병 대응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의료기관의 역할과 책임을 담은 ‘녹색 단체협약’을 확대하자는 주문이 나왔다. 노정교섭과 산별교섭 등 초기업교섭 선례가 만들어진 보건의료 분야에서 정부와 의료기관, 보건의료 노동자가 실천할 기후재난 대책을 만들어 가자는 구상이다.
“보건의료분야 새로운 운동 의제, 녹색단협 운동”
보건의료노조(위원장 최희선)는 24일 오후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고 기후재난 대응 방향을 모색했다. 이날 토론회는 위성곤·이수진·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함께 주최했다.
노조는 의료현장에 기후재난이 가져온 어려움과 함께 대책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최희선 위원장은 “미세먼지와 코로나19 같은 신종 감염병까지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위기 앞에서 보건의료노동자들은 매일 최전선에 서 있다”며 “코로나19 경험은 기후위기가 곧 건강위기이며, 의료체계 붕괴로 직결될 수 있음을 명확히 보여줬다”고 말했다.
기후재난에 대한 위기의식은 교섭에도 반영됐다. 노조는 2021년 산별중앙교섭에서 기후위기 대응 교육을 정례적으로 시행하고, 감염병 대비체계를 구축하자는 데 합의했다. 지난해 산별중앙교섭 합의안에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재생에너지 확대 방안 등을 담았다.
노조 정책연구원장을 지낸 이주호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이전의 교섭 경험을 통해 녹색단협 운동을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기후재난 접근방식에 따른 3가지 전략에 기초한 단협운동을 제안했다. 탄소배출을 저감하는 방안을 담은 ‘완화 전략’과 의료재난에 대비할 체계 구축을 위한 ‘적응 전략’ 그리고 기후재난 대책 마련에 노동자 참여를 보장하는 ‘거버넌스 전략’이다. 노사·노정·노사정 교섭 등 교섭 대상별로 기후위기 의제를 구분할 필요도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기후위기와 인공지능(AI) 시대에 맞는 새로운 운동 의제를 개발해야 한다”며 “기존의 의료 공공성운동에 이은 산별노조 3.0세대 의제이자 감염병 대응을 심화한 녹색단협 운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후위기와 불평등 완화, 함께 풀 문제”
이 연구위원은 의료기관 평가인증, 상급종합병원 인증 기준 등에 기후재난 대응 항목을 반영하자고도 제언했다. ‘친환경병원·친환경건축물·재난의료체계 구축’과 같은 기후대응 관련 기준을 단계적으로 반영하자는 주장이다. 또 2027년에 새롭게 지정될 상급종합병원 인증 기준에도 시설이나 환경안전관리, 재난관리체계, 감염병 대비 기준 등을 반영할 수 있도록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 여러 나라도 정부가 보건의료 분야의 기후재난 대책을 세우거나 노조가 기후행동에 나섰다.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영국은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0(제로)로 만들자는 넷제로를 법에 명시한 국가의료시스템을 갖춘 나라”라며 “국영 의료 시스템(NHS)이 탈탄소 목표를 달성하도록, 병원들은 시설과 교통, 임상과 구매 등 병원 운영 전 영역에 걸친 활동을 실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영국 NHS 노동자를 조직하는 대표적 노조인 유니손(UNISON)도 기후위기 대응의 주체로 나서기 위한 여러 활동들을 진행했다. 이 연구위원은 “유니손은 넷제로를 법률에 포함하는 과정에 참여했고, 모범 녹색 단체협약을 만들어 산하 지부에 배포했다”며 “기후위기 대응 사업을 수행할 노조 담당자를 선정하고, 지역사회와 기후위기 대응 협력을 확산할 계획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 연구위원은 “여러 나라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되는 내용은 기후위기를 노동·보건·환경문제를 통합한 의제로 다루는 접근법”이라며 “불평등 완화와 기후위기 대응은 함께 풀어야 할 문제임을 인식하고, 노조가 인력 부족, 병원 간 임금·노동조건 격차, 필수의료 취약함 등의 문제를 함께 풀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