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성 위한 전력시장 밖 PPA, 전면 재검토 필요”

기업이 부담 회피해 일반 소비자에게 부담 전가되는 구조 지적

2025-09-25     임세웅 기자
▲ 전력연맹

재생에너지 확대를 이유로 도입한 전력구입계약(PPA) 제도가 이대로라면 전력 공공성을 훼손하고 있어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전문가·시민·환경단체의 제언이 쏟아졌다.

24일 오전 국회도서관 소강당에서 열린 ‘전력판매시장 공공성은 어떻게 지킬 것인가’ 토론회에서 발제자와 참여자들은 “PPA가 공공성을 훼손한다”고 한목소리로 주장했다.

재생에너지 확대 위한 PPA,
기업들 비용 감축 수단 구조 돼

PPA는 재생에너지 생산자와 소비자 간 직접 전력거래를 할 수 있게 한 제도다. 국제적으로 기업 사용 전력 전부를 재생에너지로 쓰는 RE100(재생에너지 100%)이 강조되면서 필요성이 대두됐다.

우리나라 전력시장은 재생에너지만 따로 떼어 구매할 수 없고, 안정적인 재생에너지를 꾸준히 공급받기도 어려운 구조다. 가장 낮은 가격으로 생산한 전력이 가장 많이 쓰이는 시장이다. 전력원도 가리지 않는다. 발전사가 전력거래소에 전력을 도매로 내놓으면, 전력거래소는 전력단위당 비용이 가장 적은 발전원부터 차례로 채택한다. 한국전력공사가 이를 전량 구매한 뒤 최종소비자들에게 정부가 승인한 요금제에 따라 제공한다.

이 구조에서는 전력 공급이 안정되고, 한전이 적자를 감수하며 전력가격을 안정화시켜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전력단위당 생산비용이 아직은 높은 재생에너지가 많이 팔릴 수 없고, 재생에너지만 떼어서 소비자가 구매하기도 어렵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PPA를 2021년부터 도입했다. 전기는 한전 송전망을 타고 흐르지만 발전사와 기업이 직접 요금계약을 체결하는 일종의 직거래 방식이다. 재생에너지 발전사는 장기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어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고, 최종소비자도 안정적으로 재생에너지를 공급받아 RE100을 달성할 수 있다.

문제는 PPA에서의 재생에너지 가격이 한전이 판매하는 전력가격보다 낮아지는 경우다. 기업들만 저렴한 전력을 독점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이 경우 전력시장에 남은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전가된다. 김종호 부경대 교수(경제학)은 “2024년 기준 산업용 고객 수(고객호수)는 1.7%지만 판매전력량 비중은 52.6%고, 주택용은 63.1%대 15.8%이다”며 “전력 접근 불균형이 심화해 공공성이 훼손된다”고 지적했다.

재생에너지를 전력 시스템에 통합할 때 발생하는 추가 사회적 비용을 PPA시장에 있는 기업들은 부담하지 않는 문제도 있다. 꾸준히 안정적으로 생산되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현 발전 체제에, 날씨나 환경 변동에 따라 불규칙하게 달라지는 재생에너지를 편입시키기 위해서 송배전망과 설비 등 비용이 들어가는데 이를 기존 시장에 있는 사람들만 부담한다는 지적이다. 김종호 교수는 “사회 전체가 부담할 비용을 시장 참여자만 부담하는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고 짚었다.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정책위원은 “현 구조에서는 PPA를 통한 전력공급이 경제적일 수밖에 없다”며 “PPA 확대는 판매시장 직접 개방과 형식은 다르지만 결과적으로 같은 효과를 만들어 내고, 특히 직접PPA 방식은 체리피킹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고 지적했다.

폐지나 전면 개편 필요

토론회 참여자들은 PPA 제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종호 교수는 “한전이 통합관리하는 소매시장을 통해 재생에너지 판매와 공급이 확대되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 제도가 공공성을 위해 만들어진 제도인 만큼 현 제도 내부로 편입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헌석 정책위원은 “PPA 비중이 커지면서 혼란은 가중될 것이다. 사업이 확대된 지 수년이 지난 지금 PPA사업 자체를 전체적으로 평가해 재생에너지 확대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지, PPA 비중은 어느 정도로 할 것이지 등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동우 변호사(민변 복지재정위원회)는 “시대가 변화하며 전력망과 전력시장 변화가 필요할 수 있지만, 그 방식이 불필요한 쪼개기를 통한 민간개방일 필요가 없다”며 “폐지나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는 대전환시대성장포럼, 내일의 공공과 에너지·노동을 생각하는 의원모임, 김주영·김동아·정진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장철민 민주당 의원, 전력연맹, 혁신더하기연구소 등이 공동 주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