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형순 대전세종충남항운노조 위원장] “32년간 교섭 없던 도매업 노사, 관행 바꾸겠다”
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 농산물을 하역하는 노동자들은 직업안정법에 따라 항운노조 소속이어야만 한다. 그런데 대전시 노은동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는 한 용역업체가 하역노동을 하고 있다. 도매법인인 대전중앙청과㈜ 출신이 만든 용역업체로, 노조를 탈퇴한 조합원 6명을 고용해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직업안정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말이 안 되고, 이해도 안 가는 일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습니다. 조합원들이 임금이 삭감된 상태로 일하고 있어, 원상회복이 된다면 용역업체로 갈 수밖에 없을까 하는 생각도 솔직히 했습니다. 그런데 도매법인은 용역사에 빠르게 들어올수록 임금을 더 높여 준다는 식으로 나옵니다. 이건 정말 안 됩니다. 법적 대응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15일 서울 용산구의 한 식당에서 만난 장형순(73·사진) 대전세종충남항운노조 위원장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 대전중앙청과가 노조를 하역장에서 쫓아냈다. 정확히 어떤 일이 일어났나.
“올해 5월2일 대전중앙청과가 노조 조합원을 노은동 농수산물도매시장 하역작업장에서 퇴거시켰다. 그 자리에는 용역업체 인력을 채워 넣었다. 용역업체는 대전중앙청과에서 퇴직한 관리부장이 만들고, 노조 탈퇴자 6명이 들어가 있다. 나머지 조합원 15명은 인근에 오정농수산물도매시장 하역작업장에서 일하고 있다. 하역비는 고정돼 있는데 조합원들을 더 많이 투입하다 보니 임금이 깎인다.”
- 대전중앙청과가 노조를 쫓아낸 이유는 무엇인가.
“노조가 고분고분하지 않아서다. 일례로 대전중앙청과는 2008년부터 용역업체를 쓰고 싶어했다. 노조와 조합원들에게 청소 업무까지 맡기는 것을 계속 요구했는데, 별도의 청소용역업체를 쓰는 비용을 줄이고 싶어했던 것 같다. 비록 오랫동안 형님동생 하는 사이로 지내 왔지만, 나는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 거부했다. 지금 용역업체 계약서를 보면 청소가 담당 업무로 포함돼 있다. 정말 시키고 싶었나 보다.”
- 노조가 교섭을 요구한 것도 고분고분하지 않은 행동 중 하나인가.
“그렇다. 교섭이 안 돼서 우리가 항의를 했으니까. 노조는 4월부터 임금인상을 핵심으로 한 교섭을 요구했다. 한국농업유통법인대전연합회와 ‘5월1일부터 하역노임을 인상한다’는 합의도 했다. 2017년에 대전중앙청과가 연합회를 비롯한 출하주 단체의 동의를 받아오라고 했던 전례를 고려했다. 그 합의서를 대전중앙청과에 공문 형식으로 보냈다.
대전중앙청과는 묵묵부답이었다. 전례를 생각했을 때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5월1일 하역작업을 한 뒤 5월2일 보수를 보니 인상이 안 된 채로 들어와 있었다. 2일 조합원들이 직접적으로 항의했다. 직후 쫓겨났다. 노조는 오늘까지 12차례 교섭요구를 하고 있다. (대전중앙청과는) 교섭 당사자가 아니니 교섭할 수 없다는 입장만 내고 있다.”
하역비는 출하자단체가 직접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대전중앙청과에서 경매 낙찰가에서 공제해 항운노조에 지급하는 방식이다. 대전중앙청과가 인상된 하역비만큼을 공제하지 않는다면 항운노조 조합원은 임금인상을 할 수 없다.
- 대전중앙청과는 항운노조가 조합원의 사용자라고 하는데. 그들과 교섭이 가능한가.
“그들이 실질적 사용자다. 하역비와 같은 임금, 하역장과 같은 실질적 노동환경, 하역체계 관리 의무 등은 그들에게 있다. 선례도 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을 보라. 서울 가락시장에서 일하는 농산물 하역노동자들의 노조 서울경기항운노조가 도매법인 한국청과 주식회사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며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했다. 서울지노위와 중노위 모두 한국청과에게 교섭 의무가 있다고 판정했다.”
- 법적 대응도 마다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법적 대응을 하고 있다. 대전중앙청과를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6월 대전지방고용노동청에 고소했다. 아직까진 하지 않았지만, 직업안정법 위반으로 고소할 생각도 하고 있다.
가장 효과적인 건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경찰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한 건으로 본다. 법은 도매시장법인이 농수산물 판매를 위탁한 출하자로부터 일정 비율의 위탁수수료 외에는 징수할 수 없고 최대 7%까지만 징수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초과해 10년간 약 25억원에 이르는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혐의다. 혐의가 인정되면 도매시장법인 지정도 취소된다.”
- 노조와 대전중앙청과 관계는 법인이 설립된 1993년부터 한 차례도 바뀌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교섭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보나.
“세상이 바뀌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달 9일 국무회의에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물었잖나. 도매시장 법인이 바뀐 적이 있냐고. 송 장관이 그런 적 한 번도 없다고 하자, 문제가 있으니 바꾸자고 했다. 이제껏 우리 노조에서 대전시, 농림수산식품부에 수차례 문제를 이야기했지만 해결된 적 없다. 지금 대통령이 이곳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느낀다. 대전중앙청과도 움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