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산단 위기 극복 1조원 기금 조성해야”
구조적 장기 불황, 고용유지·산업전환 동시대응 … “전환기금, 대기업 지분 변화에 쓰이면 안 돼”
여수국가산업단지 석유화학산업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최대 1조원 규모 기금을 활용해 고용안정 정책을 펴고, 중장기적으로 여수산단 산업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이 과정에서 나프타 분해설비(NCC)를 보유한 대기업에 자금 지원은 최소화하고 기술개발과 산업구조 전환 가능성이 있는 중소기업 위주로 정책을 펴야 한다는 주장이 공감대를 얻었다.
여수산단 산별노조 공동대책위원회는 1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여수산단 지역경제 회생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1단계 주변부 위기 시작, 2단계 사내협력 위기 초입
이날 주무현 지역산업경제연구원장은 여수 석유화학산업의 위기는 일시적인 상황이 아니라 △탈탄소화 시대로의 전환 △국제적 공급 과잉 △중동 생산공법 변경 △중국의 자급 생산 능력 확대에 따른 저가 경쟁 심화 같은 복합요인에 따른 구조적 장기 불황이라고 짚었다.
위기의 외피는 플랜트건설 노동자와 화물운송 노동자 같은 비정형 부문을 중심으로 확산한다고 설명했다. 장치산업인 석유화학산업의 특성상 겉으로 보이는 고용지표는 변동폭이 작지만 플랜트건설과 운송현장은 이미 고용붕괴가 시작했다는 것이다. 실제 NCC를 보유한 여수산단 원청의 공사 목적 출입증 발급 현황을 보면 여천NCC 기준 2023년 1분기 1만6천375건이 올해 1분기 1만1천908건으로 20.65% 감소했다. LG화학은 같은 기간 84.42%가, 롯데케미칼은 15.67%가 줄었다. 공장 가동률이 감소하면서 플랜트건설 공사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주 원장은 현재 여수산단의 고용위기 확산 수준을 2단계의 초입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1단계는 주변부 노동시장, 그러니까 플랜트건설 일용직과 화물운송 노동자 위기다. 2단계는 NCC 설비의 사내협력업체와 중소기업 노동자쪽 인력 감축 확산이다. 3단계는 NCC 대기업 정규직 노동시장의 붕괴다.
해법은 없을까. 정부는 현재 10개 석유화학기업과 협정을 체결하고 자구책을 요구한 상태다. 그러나 NCC 설비 감축을 위한 버티기를 반복한 기업정서를 고려하면 마냥 손을 놓고 있긴 어렵다.
산업전환 시도하는 중소기업 지원 필요성 커
전문가들은 정부주도의 구조조정과 단기적 고용대책을 요구했다. 우선 당장 일자리 위기가 발생하는 노동자의 생계유지를 위한 선제적 지원이다. 구체적으로 화물운송 노동자에 대한 생계비 지원과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완화, 소상공인 긴급 피해 지원 등이다.
기금 활용도 제언도 있었다. 김대희 여수YMCA 사무총장은 “정의로운전환기금이든 공정전환기금이든 기금을 마련해 노동자의 고용안정화를 위해 취업과 재교육 영역을 지원해야 한다”며 “산업구조를 조정하고 적응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이런 시도를 하는 중소기업을 지원해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금은 최소 5천억원에서 1조원 규모를 전망했다. 이 기금을 활용해 석유화학 전환에 필요한 기술을 지역의 대학과 함께 연구하는 등 종합적 대응을 주문했다.
구조조정이 필요한 대기업에는 지원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냈다. 김 사무총장은 “여수산단의 업스트림 영역 업종을 전환하려면 NCC를 보유한 대기업에 대해서는 지원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주 원장도 “정부의 지원 예산이 특정 산업의 대기업 지분율 변화에만 쓰이는 수준이어선 안 된다”며 “정책을 섬세하고 예리하게 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권향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각종 지역 정책 요구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권 의원은 “오늘 제기된 기금 조성과 활용에 대한 의견을 검토하고, 지역의 위기를 보다 촘촘히 확인할 수 있도록 기초통계를 확충하는 대목 모두 검토하겠다”며 “당장 어느 정도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말하기 어려운 것은 현재 정부가 기업에 먼저 자구책을 보고하도록 한 상태라 그를 보고 대응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