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요안나 떠난 지 1년, MBC ‘기상캐스터 폐지’ 논란

기상기후 전문가 제도 도입 … 노동·사회단체 “고용보장 없어”

2025-09-16     이용준 기자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MBC가 고 오요안나 사망 1주기 프리랜서 기상캐스터 제도 폐지 개편안을 내놓으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MBC는 지난 15일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족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며 기상캐스터 제도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대신 정규직 ‘기상기후 전문가’ 제도를 도입하는 안을 공개했다. MBC는 올해 연말 또는 내년 초 일반 공개채용을 통해 기상기후 전문가를 선발할 예정이다.

지원 자격은 기상·기후·환경 관련 전공자나 자격증 소지자 또는 관련 업계 5년 이상의 경력자다. MBC는 “기존 프리랜서 기상캐스터들도 지원이 가능하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노동·사회단체는 반발하고 있다. 엔딩크레딧과 직장갑질119는 “MBC 발표는 고 오요안나 캐스터의 노동자성을 전혀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프리랜서 기상캐스터는 채용되지 않으면 결국 해고된다는 점에서 노동·사회단체가 요구하는 기상캐스터 정규직화와 전혀 다른 방안이라는 지적이다.

진재연 엔딩크레딧 집행위원장은 “MBC안은 현재 일하는 기상캐스터들의 고용을 보장하지 않고 있다”며 “고용안정이 보장되는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노동자와 상의 없이 일방적인 개편안을 발표한 MBC는 노동자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편 15일 고 오요안나 사망 1주기를 맞아 상암동 MBC 앞에서 추모문화제가 열렸다. 문화제 전 안형준 MBC 사장이 단식농성장에 방문했지만, 유족과 노동계 요구안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2021년 MBC에 입사한 고 오요안나는 지난해 9월 동료 기상캐스터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괴롭힘 행위를 인정했지만, 근로기준법상 프리랜서 신분이란 이유로 근로기준법 규정을 적용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