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위하여

노란봉투법을 교육하면서

2025-09-16     김기덕
▲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지난 10일 노란봉투법을 교육했다.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의결되고, 2일 국무회의를 거쳐 9일 공포됨으로써 마침내 노란봉투법이라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법’이 입법됐다. 자문노조를 비롯해서 노조들이 노란봉투법을 문의하기 시작했다. 하청 노조뿐만 아니라 원청 노조들까지, 원·하청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노조의 조직에서 단체교섭과 쟁의행위까지 무엇이 달라지고,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질문했다. 그래서 한 교육이었다. 

교안을 준비하면서 노란봉투법을 다시 꼼꼼히 읽었다. 개정 조문뿐만 아니라 개정 이유까지 빠짐없이 읽고, 최근 노동법학회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교수가 발표한 연구논문도 찾아서 읽었다.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했다. 길게는 20여년에 걸쳐 이 나라 노동운동이 입법투쟁을 전개해서 쟁취한 법률이 교수 등 학자의 학설에 의해 더럽혀지고, 법원의 판결에 의해서 짓밟혀서는 안 되는 것이기에 나는  노란봉투법의 법조항 하나하나를 읽으면서 고심했다. 지금까지는 많이 부족한 법률안이라고 비판하면서 노란봉투법을 넘어 노동자의 자유, 노동기본권의 행사를 가로막고 있는 노조법 폐지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해왔지만 오늘은 태도를 바꿨다. 노란봉투법이 더럽히고 짓밟히지 않도록 해야겠다고 나는 생각했다. 

2. 노란봉투법은 노조법상 사용자에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지위에 있는 자를 포함하고(2조2호), 근로자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더라도 노동조합이 아니라고 간주하지 않으며(2조4호 단서 라목 삭제), 노동쟁의의 대상을 확대하고(2조5호), 교섭과 쟁의 등 노조활동으로 인한 손해배상에 대해서 신용보증인의 책임 면제와 노조 및 노동자의 손해배상 책임의 감면, 그리고 사용자의 청구를 제한하는 것이다(3조, 3조의2).

이 나라에서 그동안 사용자 자본은 입법되면 세상을 뒤집힐 것처럼 떠들어대며 국민들에게 겁을 줬지만, 이것이 노란봉투법의 내용이다. 부칙을 포함해서 100여개의 조문을 통해서 노동자들이 노조를 조직해서 단체교섭하고 쟁의행위할 자유를 제한과 금지로 규제하고 있는 것이 이 나라 노조법의 실체다. 노란봉투법은 그중에 두 개 조문을 개정한 것이다. 규제를 폐지시킨 것이 결코 아니다. 그래도 규제 강화가 아니라 완화를 위해 노조법을 개정한 것이니, 노란봉투법은 이제까지 보다 이 나라 노동자가 노조를 조직해서 사용자를 상대로 단체교섭하고 파업 등 쟁의행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입법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오늘 나는 노란봉투법이 노동자를 위해서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작정했다. 

3. “하청노동자들이 이제 원청 상대로 교섭하고 투쟁할 수 있다는데 임금 등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하고 쟁의하면 되나” “지주회사를 상대로 임금인상 등 교섭하고 투쟁할 수 있나”… 

노조법상 사용자 정의에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용자가 아니더라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근로조건을 지배·결정하는 지위에 있는 자를 포함한 것이니 하청을 상대로 해온 교섭과 쟁의를 원청에 하고, 지주회사를 상대로 할 수 있는 것이냐고 교육받던 노조간부들이 물었다. 나는 법대로 대답했다.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자는 누구라도 노조법상 사용자로서 그 지배·결정하는 범위에 대해 그 노동자 소속 노조의 교섭 요구에 응해야 하고, 노조는 그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쟁의행위를 할 수 있다고. 

문제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느냐, 어떤 근로조건을 이렇게 지배·결정하느냐 하는 것이다. 사용자들은 하청노동자의 어떠한 근로조건에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고 나올 게 분명하다. 그리고 판단은 결국 법원 판결로 정리될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법적 효력과 다름없는 수준의 구속력에서부터 결정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감독·통제까지 어느 정도의 강도로 파악할지 ‘실질적’ ‘구체적’이라는 추상적인 법규정만으론 예상하기 어렵다. 높은 수준의 구속력으로 파악하게 되면 노동자를 위해서 노조법상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한 입법취지가 말살돼버린다. 그렇지 않도록 해석해서 집행해야 한다.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면 노조로 보지 않는다던 규정을 삭제한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많게는 노동자 십만 명 이상이 가입돼 있는 노조에 근로자 아닌 자 한 명이 가입돼 있다고 해서 노조가 아닌 것으로 취급한다니 도대체가 말이 되지 않는 법이었다. 어쨌거나 그 빌어먹을 법이 삭제됐으니 더는 해고자 등의 가입을 이유로 법외노조 통보니 설립신고 반려니 하는 짓을 보지 않게 된 것이니 다행이다. 

4. 자본의 세상에서 스스로 노동자권리 쟁취를 위한 노동자들의 무기는 바로 파업의 자유를 비롯한 단체행동권 행사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쟁의의 대상을 확대함으로써 기존 노조법 보다 교섭과 쟁의에서 노동자의 자유를 확장했다.

구체적으로 근로자의 지위·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 결정, 그리고 임금·근로시간 등 주요 단체협약 위반 등에 관한 분쟁을 노동쟁의의 정의에 포함시켰다. 먼저 근로자의 지위를 포함시킨 것은 정리해고에 관한 분쟁도 노동쟁의의 대상이라고 선언한 것이다.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 결정을 포함시킨 것은 그동안 임금·고용 등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심각하게 영향을 미치는 데도 경영권의 본질에 해당한다며 기업 구조조정 등은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법원이 판단해왔던 것인데, 입법을 통해 해당한다고 명시한 것이다. 그리고 임금·근로시간 등 주요 단체협약사항 위반에 관한 분쟁도 포함시켜 권리분쟁이라도 주요한 사항은 노동쟁의 대상에 해당한다고 명시적으로 밝힌 것이다. 이상과 같이 노란봉투법은 노동쟁의의 대상을 확대했다. 

이런 법을 두고서 노동쟁의만 개정한 것이니 조정과 중재의 대상이 된 것일 뿐, 정당한 쟁의행위의 대상(목적)이 확대된 것은 아니라고 일각에서는 주장하고 있다. 노조법이 노동쟁의의 대상을 대단히 협소하게 규정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노동쟁의의 대상을 쟁의행위의 대상(목적)으로 파악하게 되면 쟁의행위는 정당성을 갖기 어렵다. 그러니 노동쟁의의 대상과 구분해서 별개로 쟁의행위의 대상(목적)을 파악하는 것이 노동자의 자유를 위한 해석일 수 있었다. 그런데 노란봉투법에 이르러서도 이런 주장을 계속하면 문제다. 노란봉투법으로 노동쟁의의 대상을 확대해도 그에 따라 쟁의행위, 노동자의 자유는 확장되지 않고 그대로가 되기 때문이다. 노동쟁의의 대상을 아무리 확대해도 법원의 쟁의행위 정당성의 판단기준은 변함이 없게 된다. 쟁의행위의 정당성에 관한 기존의 판단기준은 노동자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유를 규제하는 데 머물고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식이면 이 나라에서 노동자의 자유는 앞으로도 보장되지 않는 상태로 남게 된다. 이런 논의구조로는 노동쟁의의 대상을 아무리 확대해도 이 나라에서 노동자의 자유를 보장할 수 없다. 노란봉투법이 노동쟁의의 대상을 확대한 것을 내세워 정당한 쟁의행위의 대상(목적)을 확장하고자 한 것이다. 입법목적이 부합하게 해석해서 주장해야 한다. 이런 내 주장을 논리적 일관성이 없다고 비난하는가. 나는 법대로라고 말해주겠다. 노란봉투법은 노동쟁의의 대상을 확대한 것은 쟁의행위의 대상(목적)이 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명하게 밝혀놓았기 때문이다. 

즉 노란봉투법의 개정이유를 읽어보면, 

“현행법은 그 목적에서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도록 돼 있음에도, 법은 노동쟁의의 대상을 ‘근로조건의 결정’으로만 비좁게 한정하고 있어, 근로자의 지위를 포함해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정리해고나 구조조정 등에 대해서는 쟁의행위를 할 수 없고, 사용자의 단체협약 위반 등과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쟁의행위를 할 수 없게 되는 바, 다른 국가들과 비교할 때 좁은 쟁의행위 범위만을 인정하고 있는바, 이에 노동쟁의의 정의에 ‘근로조건의 결정’이라는 기존 규정을 유지하면서도, 정리해고나 구조조정 등과 같은 근로자의 지위를 포함한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과 사용자의 단체협약 위반 사항 등을 추가해 헌법상 노동3권을 실질화하려는 것”이라고 분명하게 밝혀놓았다. 이러한 노란봉투법의 입법이유에 따른 논리적으로 타당한 주장은 무엇이겠는가. 

5. 마지막으로 노란봉투법은 노동자와 노조에 대한 사용자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입법을 했다. 이것도 쟁의행위 등 노조활동으로 인한 책임을 감면시키는 것이니 노동자의 자유를 위한 입법임이 분명하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파업 등 쟁의행위가 노동자의 자유로 보장되는 것이지, 불법과 범죄로 취급되고서 그 책임을 감면받는 것이 아니다. 노조법은 주체, 대상(목적), 시기와 절차, 수단과 방법 등으로 수많은 제한과 금지로 파업 등 쟁의행위를 비롯한 노조 활동을 위법행위로 만들어놓았다. 노란봉투법의 노조법도 달라지지 않았다. 

손해배상 청구 제한이나 책임 감면은 위법행위임을 전제로 한다. 그러니 진정으로 해야 할 것은 노동자의 자유를 불법과 범죄로 규제하는 노조법을 폐지하고, 파업 등 쟁의행위나 단체교섭·노조활동을 노동자의 자유로 보장하는 입법을 하고 해석하는 것이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