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인상 요구하자] 항운노조 내쫓고 용역회사에 일감 몰아주기

대전중앙청과 부당노동행위·직업안정법 위반 논란

2025-09-15     임세웅 기자
▲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합니다. <자료사진 이미지투데이>

직업안정법에 의해 근로자공급사업을 할 수 있는 항운노조가 회사에 임금인상을 요구하자 회사가 용역업체에 일감을 주는 일이 발생했다. 회사에서 퇴직한 관리자가 만든 용역회사는 항운노조에서 탈퇴한 조합원들을 개인사업자로 만들어 업무에 투입했다. 노조는 노조탈퇴를 유도한 부당노동행위이자, 노조만 근로자공급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한 직업안정법 위반 처벌을 회피하려는 꼼수라며 반발하고 있다.

노조 물량 빼앗아 용역업체 계약
노조 탈퇴자 채용해 업무 투입

14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대전중앙청과 주식회사는 지난 5월2일 대전세종충남항운노조(위원장 장형순) 조합원을 노은동 농수산물도매시장 하역작업장에서 퇴거시켰다. 조합원들의 노무 제공을 모두 거부한 셈이다.

그 자리에는 용역업체 인력을 채워 넣었다. 회사 소속 노동자와 회사가 뽑은 일용직 노동자, 아르바이트생을 작업에 투입하더니 같은달 26일 한 용역업체와 용역계약을 맺고 하역작업을 맡겼다. 용역업체는 회사에서 퇴직한 관리부장이 만들었다. 노조 탈퇴자 6명이 들어가 현재까지 일하고 있다. 나머지 조합원 15명은 인근에 오정농수산물도매시장 하역작업장에서 일하고 있다.

갈등의 중심에는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가 있다. 노조는 올해 4월부터 임금인상을 요구했다. 사단법인 한국농업유통법인대전연합회와 “5월1일부터 하역노임을 인상한다”고 합의도 한 상태였다. 2017년 임금인상 협의에서 대전중앙청과 사용자쪽이 대전연합회를 비롯한 출하주 단체의 동의를 받아오라고 했던 전례를 고려했다.

그런데 사용자쪽은 노조가 하역비 인상을 적용하라고 항의하자, 하역비 인상은 단순히 출하주와의 합의로 결정할 수 없고 시장관리운영위원회에 심의·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했다. 일부 출하자단체와의 합의만으로는 전체 출하물량에 대해 하역비 인상을 적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입장도 냈다.

사용자쪽 “항운노조는 사업자, 임금교섭 대상 아냐”
노동위 판례 “농산물도매시장 법인이 항운노조 사용자”

사쪽은 노조의 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이날까지 노조로부터 12차례 교섭을 요구받았지만 모두 거절했다. 노조는 도급사업자이기 때문에 교섭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다. 노동현장에서는 노조가 각 회사별 분회를 설치해 인력 배치를 하고, 업무 수행 과정에서 작업지도를 하는 팀장을 둔다.

노조는 사쪽이 교섭을 해태한다며 6월 회사를 대전지방고용노동청에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소했다. 대전중앙청과는 하역노동자들의 실질적 사용자로서 교섭 의무가 있다는 이유다. 하역노동자들의 하역 노임은 대전중앙청과가 작업량에 품목별 하역 단가를 적용해서 계산한 당일 임금이기 때문에, 대전중앙청과가 정한 하역 단가가 임금의 결정적 요소라는 점을 강조했다.

교섭대상 논란은 항운노조가 독특한 법적 지위를 갖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 항운노조는 직업안정법에 따른 근로자공급사업자다. 계절과 거래량에 따라 화물량이 불규칙한 특성상 하역회사가 정규직 대신 일용직을 선호하자, 정부는 노동자 수급관계를 합리적으로 처리하고 하역노동자 권리 침해방지와 생존권 보장을 위해 노조에만 근로자공급사업자 지위를 부여했다.

선례는 농산물도매시장법인이 항운노조의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가 있다고 본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서울 가락시장에서 일하는 농산물 하역노동자들의 노조인 서울경기항운노조가 도매법인 한국청과 주식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에서 한국청과에게 교섭 의무가 있다고 판정했다.

“임금 올려준다며 노조탈퇴 유도”
“탈퇴 조합원에 개인사업자등록증 만들라 시켜”

회사가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는 주장도 고소 내용에 포함됐다. 조합원이 일하는 것을 금지해 놓고, 용역업체와 계약을 맺은 뒤 노조 탈퇴자가 용역업체로 들어오면 근무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노조탈퇴 유도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노조는 직업안정법 위반으로 회사를 고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직업안정법상 노조만이 근로자공급사업을 허가받아 수행할 수 있는데, 회사가 용역업체를 이용하는 것은 법 위반이라는 주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용역업체는 처음에 조합원들을 꼬드기기 위해 임금을 높여주겠다고 하면서 개인사업자 등록증을 만들어오라고 했다”며 “사실상의 근로자공급사업이면서 이를 회피하기 위해 개인사업자로 위장을 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