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지방공기업도 통상임금 확대분 ‘총인건비 제외’

기재부 이어 행안부도 지침 개정 추진 … 노동계 환영 “노정교섭 제도화해야”

2025-09-15     정소희 기자
▲ 자료사진 공공운수노조

중앙정부 산하 공공기관에 이어 지방공공기관도 지난해 12월 통상임금 산입범위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 따른 법정수당 증가분을 올해 총인건비 한도를 넘더라도 예산에 편성·집행할 수 있도록 관련 지침이 개정된다. 지난 7월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중앙정부 산하 공공기관에 총인건비 적용 제외를 의결한 데 이어 지방공공기관 노동자들도 총인건비 규제를 벗어나 수당 증가분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지방공기업·공사·공단 지침 개정하기로

14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5년 지방공기업 예산편성기준 개정을 추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침 개정에 따라 지방공기업이나 공사·공단 중 통상임금 소송 결과가 있거나 통상임금 해당 여부를 권한 있는 행정기관이 확인한 경우, 법정수당 증가분을 총인건비 인상률 외로 증액해 편성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이번 지침은 지방공기업과 공사·공단에만 적용하는 것으로 출자·출연기관에 적용하는 지침 개정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지방공공기관(지방공기업, 지방 공사·공단 및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은 행정안전부가 정한 예산편성기준(지침)에 따라 당해 인건비 총액에 상한선을 둔다. 기재부가 정부 산하 공공기관에 총인건비제를 적용하는 지침을 만든다면, 행안부 지침은 지방공공기관에 영향을 미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12월 재직자 조건 같은 조건부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한다며 고정성 기준을 폐지하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고, 이후 여러 기관과 기업에서는 통상임금을 재산정하는 논의가 이어졌다. 통상임금은 각종 법정수당을 산정하는 기준이 되는데, 통상임금 범위가 넓어지는 판결이 나오자 수당을 올릴 필요가 생긴 것이다. 그런데 총인건비 제한을 받는 공공기관은 법정수당이 늘어도 당해 인건비 총액에 한해서만 지급하도록 돼 있다. 이 때문에 수당 증가분이 총인건비 상한을 넘어서는 기관의 노동자들은 체불 피해를 입거나, 당해 인상분을 줄여 수당을 받는 식의 ‘조삼모사’식 방안을 감수해 왔다. 이에 노동계는 총인건비제가 대법 판례를 무력화한다며 개정을 요구했고, 기재부가 지난 7월 예산지침을 개정한 데 이어 행안부도 지침 개정에 나선 것이다.

통상임금 갈등은 지방공공기관에도 이어졌다. 부산교통공사 노동자들은 수당 증가분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는데, 부산지방법원은 6월 대법 판례를 반영해 재산정한 통상임금에 따라 증가하는 수당을 노동자들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지방공기업정책위에 의결권 부여, 노조 참여 보장해야”

행안부가 지침 개정을 추진하자 지방공공기관 노동자들은 환영했다. 양대 노총 공공부문노조 공동대책위원회 지방공기업특별위원회(공공운수노조·공공연맹)는 지난 1일부터 12일까지 세종 행안부 앞에서 천막농성을 진행했다. 지방공공기관 노동자들로 구성된 특위는 행안부에 통상임금 판례를 반영해 총인건비 지침 개정, 혁신가이드라인과 직무성과급제 폐지, 노정교섭 법제화를 요구했다. 특위와 행안부는 1일 노정협의를 진행했고, 최근 행안부는 예산편성기준 개정을 확정지었다.

오승은 공공운수노조 조직부장은 “가장 시급한 과제였던 통상임금 관련 지침 개정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성과가 있었다”며 “행안부와 노정협의를 1년에 세 차례 정도는 진행해 왔는데, 앞으로도 노정협의를 통해 지방공공기관 노동자들이 당면한 현안들을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방공공기관 민주화를 위한 과제는 남았다. 총인건비 등 정부 지침으로 제약받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교섭권을 보장하기 위한 노정교섭 등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왔다. 특히 지방공기업정책위원회 활용방안도 거론된다. 지방공기업정책위는 지방공기업 정책을 심의하는 기구로 행안부와 민간위원이 참여한다. 다만 의결권이 없어 안건이 제한되고, 노조가 참여할 근거가 없다. 최근 중앙공공기관 정책을 심의·의결하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노동계에 위원 추천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반면, 지방공기업정책위는 그런 움직임조차 없다.

조준우 공공운수노조 지방공공기관사업단장은 “현재 지방공기업정책위는 의결기능이 없어 경영평가 위주의 심의기구에 불과하다”며 “지방공공기관 정책을 노조가 함께 고민할 수 있도록 지방공기업정책위에 의결권을 부여하고 위원 구성을 다양화하는 등의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