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통상임금 확대 막으려 ‘산입범위 2개’ 만든 농협중앙회

평소엔 ‘약정 규정’ 법위반 예상시 ‘법적 규정’ 적용 … 노동부 지침은 “유리한 부분 취사선택 금지”

2025-09-11     임세웅 기자
▲ 사무금융노조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재직자 조건부 상여금도 통상임금이 되자 농협중앙회가 고용노동부 지침까지 어기면서 통상임금 산입범위를 축소하는 ‘꼼수’에 나서 노동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2개 규정 중 금액 많은 것 적용한다지만…

10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농협중앙회는 직원급여규정에 ‘법적 통상임금’이라는 것을 신설하는 안을 고려하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직원급여규정에 통상임금을 이미 규정하고 있는데, 또 다른 개념을 새롭게 만드는 것이다. 차이는 통상임금에 산입되는 임금 범위와 산식이다.

기존 규정의 통상임금은 기본급여만을 산입한다. 대신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이나 연차수당을 계산할 때 월 통상임금을 소정근로시간 183시간으로 나눈 뒤, 통상시급에 183%의 할증률을 적용한 금액을 수당으로 지급한다. 이는 과거 은행의 월 소정근로시간 183시간에 맞춰 노사가 합의했기 때문이다. 현재 적용하고 있는 월 소정근로시간은 209시간이다. 183시간을 적용하는 것이 209시간을 적용하는 것보다 약 2.2배 많다.

법적 통상임금은 이와 다르다. 중식비·업무활동보조비·정기상여금 등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하는 상여금을 포함시킨다. 산식은 시간외근로수당에는 통상임금(시급)의 1.5배, 연차수당은 통상임금만큼 지급한다.

농협중앙회는 통상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경우 기본적으로 현행 통상임금으로 지급하되, 법적 통상임금이 현행 통상임금보다 많으면 법적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회피 목적”
“통상임금 확대 따른 상승분 감소 우려”

이는 기존 통상임금 규정으로 지급할 때 근로기준법 위반이 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기존 통상임금 규정으로 초과근로수당을 계산할 때 법적 통상임금보다 적게 지급하게 되면 근로기준법 위반이 되기 때문이다. 법적 통상임금 조항으로는 이를 막을 수 있다. 일부 임금 항목만 통상임금으로 한 것을 노사가 약정해 집행하고 있다면 위법이 아니다.

농협중앙회는 이 방안이 고용노동부 지침과도 일치하고, 법률 및 판례와도 맞다는 입장이다. 통상임금 산정시 산입 범위는 법정으로 하고, 계산은 약정으로 하는 것은 지침과 판례에서 금지한 만큼 합리적인 안이라는 주장이다. 고용노동부는 올해 2월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례를 반영한 통상임금 노사지도 지침을 냈다. 지침은 “임금 항목별로 법적 통상임금과 약정 통상임금의 유리한 부분만을 취사선택해 법정수당을 산정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꼼수’로 본다. 재직자 조건부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예전 법리에 따라 만들어진 조항이기에, 서로가 약정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취지는 재직자 조건부 정기상여금까지 통상임금의 범위에 산입하는 것인 만큼 급여규정을 정상화할 필요가 있는데, 기존 급여규정을 사용자 뜻대로 바꾸는 것은 경우에 따라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에 해당할 수 있어 노동자 절반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를 우회하기 위해 임금체계를 두 개 만들려 한다는 게 노동자들의 생각이다.

사무금융노조 관계자는 “판결 취지가 통상임금 범위를 더욱 확대하라는 것인데, 이를 위반하기 위해 한 사업장에 두 가지 계산법을 두고 비교하면서 시행하는 건 비정상적이지 않느냐”며 “비정상적인 현행 통상임금 산입방식을 정상적으로 바꾸는 게 맞다”고 했다.

통상임금을 두고 노사 갈등은 갈수록 깊어질 전망이다. 사무금융노조 전국협동조합본부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앞에서 통상임금 확대를 요구하는 상경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법원 판례 취지에 따라 온전하게 통상임금의 범위 확대가 적용돼야 한다”며 농협중앙회에서 서울 광화문 앞 동화면세점까지 행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