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병수당 연간 소요 ‘1천320억’ 또는 ‘3조6천억원’

대기기간·수당지급일수 따라 차이 … 전문가 ‘점진적 확산안’ 제시

2025-09-09     임세웅 기자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2027년 본사업 추진이 예정된 상병수당이 설계 방식에 따라 연간 최소 1천320억원, 최대 3조6천억원이 필요하다는 추계가 나왔다. 상병수당은 취업자가 업무와 관련 없는 질병 및 부상으로 근무가 어려운 경우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일정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다. 2022년 7월부터 14개 시·군·구에서 다양한 형태로 시범사업을 시행해 왔다.

“대기기간 7일, 지급일수 180일
월소득 180만원 이상 대상으로 하자”

강희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건강보장정책연구실장은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상병수당 제도화를 위한 사회적 대화 – 재원 조달 방식을 중심으로’ 토론회 발제에서 재정 소요액을 추계했다.

강 실장은 외래진료 포함 여부, 병의 진행을 관찰하는 대기기간 일수에 따라 상병수당 제도 모형을 나누고 각 모델별 재정 소요액을 계산했다. 대기기간 14일, 입원만 보장, 30일간 수당 지급 모델에 연 1천319억원이 소요됐다. 대기기간 3일, 입원과 외래 보장, 180일간 수당 지급 모델은 3조5천999억원이 필요했다. 대기기간이란 노동자가 상병 진단을 받고도 수당을 받지 못하고 기다리는 시간이다. 대기기간보다 짧게 아프면 수당을 받지 못한다. 국제노동기구(ILO)는 대기기간을 최대 3일로 권고하고 있다.

강 실장은 재정을 고려해 적은 돈으로 상병수당을 도입하되 점진적으로 확산해 나가는 안을 추천했다. 그는 “대기기간은 7일(자영업자는 3일), 수당 지급일수는 180일로 하고 월소득 180만원 이상을 대상으로 상병수당을 지급하자”고 제시했다. 월소득 179만원 이하는 긴급복지 지원제도를 활용하자고 했다. 긴급복지는 갑작스러운 위기사유 발생으로 생계유지가 곤란한 가구에 여러 지원을 하는 제도로, 의료지원의 경우 가구원수 구분 없이 최대 100만원이 지급된다.

9일 국회에서 열린 상병수당 제도화를 위한 사회적 대화 토론회. <정기훈 기자>

노동계·재계 ‘대기일수·수당기간’ 입장차

토론회에 참여한 노동계와 재계의 입장은 갈렸다. 노동계는 대기일수를 없애고, 수당 기간을 대폭 늘리며 수당액을 최저임금 이상 수준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계는 도덕적 해이를 막아야 한다며 자격요건 강화를 강조했다.

김흥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상병수당을 위한 별도 사회보험을 만들고 대기기간은 없애거나 짧게 해야 한다. 수당은 최대 18개월을 지급하고, 수당액 최저선을 최저임금으로 정하자”고 했다. 손석호 경총 사회정책팀장은 “어쩌다 알바하는 사람 등은 지급대상에서 제외하고, 유의미한 소득 활동자에게 지급하며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자격요건을 둬야 한다”며 “의사협회나 병원협회 등 의료공급자와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200만명 넘는 65세 이상 자영업자도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는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과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하고 혁신적 복지국가로 나아가는 사회권선진국포럼, 조국혁신당 사회권선진특별위원회가 주관했다.

한편 이날 상병수당 도입을 끌어내기 위한 노동·시민·사회단체도 출범했다. 아프면쉴권리 공동행동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출범식을 열고 “상병수당제도는 사회적 건강보장을 위한 필수적 요소로 건강과 관련된 빈곤과 소득 손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수적인 제도지만 국정기획위원회 발표에는 추상적인 내용만 확인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상병수당 자격대상은 일하는 국적·소득·나이 상관없이 모두 △급여기준은 최소 생계 유지 비용으로 최저임금 이상 △대기기간은 3일 이하, 보장기간은 최장 18개월 △사회보험 방식으로, 필요재정 50%는 국고지원 의무화 △국제노동기구(ILO) 사회보장 권고기준 이상 도입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