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앞둔 사회적 대화] 안전대 없는 국회 대화, 운전수 없는 경사노위

당분간 국회 사회적 대화에 이목 쏠릴 듯 … 경사노위 사회적 대화 전면 개편 가능성

2025-09-09     이재 기자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민주노총이 국회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중앙 사회적 대화 구도에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국회 사회적 대화는 새롭게 출범하는 만큼 불안정하다. 든든한 후원자이자 중재자인 우원식 국회의장의 임기 내 제도화를 담보할 활동을 보여야 한다. 반면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1년 넘게 장기화한 식물상태를 극복하기 위한 전면적 개편 요구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8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국회 사회적 대화는 다음달 15일께 출범식을 열고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할 전망이다. 운영을 총괄하는 운영협의체를 두고, 그 아래 의제별협의회가 가동되는 형태다. 의제는 다소 추상적이다. 각각 혁신의제와 보호의제로 구분해 △첨단신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력양성 방안과 △특수고용·플랫폼노동·프리랜서 사회보험 및 사회안전망을 논의한다.

정당·정부 참여 ‘경로 설정’ 잠재적 갈등 요인

다만 국회 사회적 대화 거버넌스가 안정감을 찾았다고 보긴 어렵다. 민주노총의 참여 결정으로 주목도는 높아졌지만 의제 자체가 참여단체가 쉽게 합의하기 어려운 내용이라 격론이 예상된다. 또 정당의 참여를 어떻게 구성할지도 관건이다. 양대 노총과 경제 3단체가 합의를 이뤄도 법률을 실제로 입법하는 것은 국회이고, 국회에는 교섭단체가 존재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극한 대립을 하는 가운데 의장실발 사회적 대화 법안이 진통 없이 추진될 것으로 보긴 어렵다. 법률 통과가 담보되지 않는다면 참가단체의 동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 참여도 문제다. 정부가 깊숙이 개입하면 경사노위와 다를 바 없다. 그렇다고 배척하면 국회가 제·개정한 제도 집행에 대한 신뢰가 낮아진다. 국회의원이 입법 과정에서 정부의 의중을 확인하는 이유가 이 때문인데, 국회 사회적 대화에서 합의를 이뤄도 ‘2라운드’ 상임위원회 심사가 기다린다면 의미가 희석된다.

국회 사회적 대화에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정문주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장은 “국회 사회적 대화체 제도화를 위한 입법과 행정부와의 정책 조율, 그리고 교섭단체 역할 등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국회 사회적 대화는 양대 노총과 경제단체가 모두 참여하는 국내 유일의 대화체라 후발주자라도 경사노위에 밀리지 않는 위상을 갖추게 될 수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일 양대 노총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민주노총의 국회 사회적 대화 참여를 콕 찝어 말하고, 경사노위 참여를 요구한 것도 상징적이다.

다원화·중층화한 사회적 대화 모델은?

경사노위가 처한 환경은 전혀 다르다. 우선 민주노총이 없는 조건이다. 사반세기 경사노위 역사 내내 계속된 노사단체 ‘대표성’ 상처를 헤집은 꼴이다. 역으로 말하면 사회적 대화 테이블을 주도한 한국노총과 한국경총이 더욱 경사노위 활성화를 바랄 잠재적 요인도 된다.

실종된 존재감도 회복해야 한다. 경사노위는 노동계와 대립을 택한 윤석열 정부 내내 존재감을 상실했다. 공무원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제도 등 합의를 이뤘는데도 개점휴업했다는 평가가 앞선다. 윤석열 정부 내내 수차례 중단과 재개를 반복했고, 미래노동시장연구회 같은 친정부 외곽조직의 존재감이 더 컸던 탓이다. 고용노동부 차관을 역임한 권기섭 위원장이 위원장을 맡고, 국회 사회적 대화 논의가 지난해 7월 점화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추진한 조선산업 노사 대화도 제대로 성사하지 못했다.

정권 교체 뒤 경사노위 필요성을 입증해야 하지만 리더십도 부재해 어려움이 더 크다. 권 위원장 후임 논의가 활발하지만 상임위원이 먼저 공석이 되면서 인선이 시급하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 당시 문성현 초대 경사노위원장 임명이 취임 100일 즈음이었다며 이달 내 임명을 전망하기도 한다. 달리 말하면 이달을 넘기면 사실상 내년 사업 추진이 어렵다는 의미기도 하다. 10월에는 국회 국정감사가 진행되고, 11월부터는 사업을 정리하는 수순이기 때문이다.

경사노위 운영 관련 좌표 수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국회 사회적 대화 출범 논의와 즈음해 경사노위는 정부정책 추진용 들러리라는 비판에 크게 직면했다. 새 정부에서는 이를 개편해 경사노위의 몸집은 줄이되 역할은 강화하는 것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채준호 전북대 교수(경영학)는 “이번 정부 사회적 대화의 열쇳말은 다원화와 중층화인데 다원화는 국회 사회적 대화의 출범으로 일부 이행됐다면 이제 초점은 중층화”라며 “지역 단위의 일자리 문제를 지역과 업종 수준의 사회적 대화로 활성화해 해법을 모색하는 풀뿌리 사회적 대화 형식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경사노위가 모든 사회적 대화를 주관하는 것이 아니라 경사노위의 역량을 토대로 지역이나 업종별 사회적 대화를 초기에 불붙이는 촉진자가 돼야 한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