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오요안나 어머니 MBC 앞 단식농성

15일 1주기 앞두고 “더 이상 비극 없도록” … “고용구조 개선, 진상조사위 결과 공개해야 ”

2025-09-08     정소희 기자
▲ 방송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름 엔딩크레딧

직장내 괴롭힘을 호소하다 숨진 MBC 기상캐스터 고 오요안나씨 1주기를 앞두고 고인의 어머니가 재발방지대책을 촉구하며 단식농성에 나섰다.

‘방송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름 엔딩크레딧’과 60여개 시민·사회단체는 8일 오전 서울 마포구 MBC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C는 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문제를 해결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고인의 어머니 장연미씨는 MBC 사옥 앞에 농성장을 차리고 단식을 시작했다.

장씨는 “요안나가 떠난 지 1년이 다 돼 간다. 하루하루 피 끓는 시간 속에서 겨우겨우 살아 내고 있다”며 “요안나가 남긴 뜻이 있으니 힘겹지만 견디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그는 “불쌍하게 죽은 내 새끼의 뜻을 받아 단식을 시작한다”며 “MBC에서 더이상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1주기 전에 문제를 해결하게 함께해 달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단체들은 안형준 MBC 사장에게 책임을 인정하는 대국민 사과를 하라고 촉구했다. 고인을 MBC 노동자로 인정하고, 사망에 대한 책임과 사과·재발방지 약속을 담으라는 얘기다. 지난해 9월15일 숨진 고인은 직장내 괴롭힘 피해를 호소하는 유서를 남겼다. 생전 사내 관계자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지만 별다른 지원을 받지 못했다. 기상캐스터는 프리랜서로 불안정한 고용지위에 놓여 있어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도 못한다. 유족 등은 사쪽이 고인의 근무일정을 배분하는 등 고인의 근로 실질이 노동자나 다름없다고 주장하지만, MBC와 고용노동부는 인정하지 않았다.

진재연 엔딩크레딧 집행위원장은 “방송·미디어 현장 전반에는 위장 프리랜서, 비정규직 문제가 만연하다”며 “MBC에서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차별하는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MBC 사내 진상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공개, MBC 내 비정규직 실태를 전수조사, 비정규직 정규직화 방안 수립, 고인의 명예 회복을 위한 추모 공간 마련도 주문했다.

MBC는 고인 사망 사건과 관련해 자체 진상조사위를 꾸려 올해 4월 조사를 마쳤지만 유족에게도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앞서 노동부는 특별근로감독으로 고인 사망을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정한 바 있다. 다만 노동부는 고인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라 관련 규정을 적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