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협 갈등 한국지엠 노사, 교섭 재개하지만…

‘자산매각·내수’ 쟁점 해소 어려워 … 연내 타결 불투명 전망까지

2025-09-08     이재 기자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한국지엠 노사가 교섭을 재개한다. 최대 현안인 자산매각, 신차 생산 및 내수시장 확대 같은 쟁점을 해소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7일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지부장 안규백)에 따르면 한국지엠 사쪽은 지난 5일 지부에 공문을 보내 임금교섭 재개를 요청했다. 14차 임금교섭을 제안한 것으로 자산매각 관련 언급은 없었지만 현재 노사 최대 쟁점이라 이날도 논의가 불가피해 보인다.

노사 상견례에서 ‘정비사업소 매각’ 출발부터 삐걱

한국지엠 노사 임금교섭은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지난 5월28일 임금교섭 상견례를 사용자쪽이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9개 직영정비사업소 폐지와 인천 부평공장 내 유휴부지 매각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관세대응이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판매 대상으로 지목한 자산만으로는 당시 25%까지 예상됐던 자동차관세 영향을 축소할 수 없어 빈축만 샀다. 현재는 한미 관세협상으로 15%까지 관세를 낮췄다.

임금교섭이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사용자쪽은 자산매각과 관련한 고용안정특별위원회 개최를 지부에 요청했다. 반면에 지부는 고용안정특위가 아닌 특별교섭을 요구했다. 고용안정특위가 90일간 회의 같은 정해진 형식을 지키면 실효적 조치가 뒤따르지 않더라도 협의 기능을 완료한 것으로 사용자쪽이 치부해 왔기 때문이다. 실제 부평 2공장과 군산공장 폐쇄 과정에서 고용안정특위는 90일이 지나자 전환배치 외 별다른 조치를 논의하지 않고 사실상 종료하면서 사용자쪽의 면책 명분으로 활용됐다.

임금교섭도 공전했다. 지부는 금속노조 공통요구안 등에 따라 기본급 14만1천3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과 성과급을 요구했다. 역대급 성과를 낸 지난해 경영실적을 배분하라는 의미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차량 생산과 개발, 1% 사수도 어려워 보이는 내수시장 점유율 유지를 위해 국내에서 개발하고 생산하지만 전량 미국으로 수출하는 뷰익 앙코르와 엔비스타를 국내시장에도 출시하라는 요구도 했다. 반면에 사용자쪽은 소극적인 제시안으로 맞섰고 지부는 7월15일 13차 교섭에서 결렬을 선언했다. 집중휴가 기간이 지난 이후 부분파업을 시작했다.

내수시장 내다버린 사용자 비합리 경영
노조 집행부 임기 연말 만료 “대대 논의 고려”

지부는 임금교섭을 재개하기로 했지만, 단기간에 합의에 이를 것으로 기대하진 않고 있다. 오히려 해를 넘길 가능성을 높게 본다. 안규백 지부장은 4일 한국지엠 철수설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불행하게도 현재 집행부 임기 내에서 임금교섭을 마치지 못할 가능성에 대해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지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지부장을 비롯한 집행부 임기는 올해 말까지다.

임금교섭 타결이 쉽지 않아 보이는 이유는 외형적으로 임금교섭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결국 장기적으로 한국지엠의 국내 전략이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한국지엠이 관세장벽이 높아진 상황에서 한국 시장의 내수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수출을 다변화하는 합리적 전략을 선택할지, 여전히 미국시장에 올인하면서 한국지엠 자산과 고용을 무기로 한국 정부에 공적자금을 요구하는 전술을 택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현재로서는 후자로 보는 해석이 우세하다. 지엠그룹이 호주와 인도 등 해외공장에서 같은 행태를 반복한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