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된 철수설, 한국지엠 ‘혈세 낭비’ 자양분 될라
‘통상임금·관세·노란봉투법’ 문패만 바꾼 철수 협박 … 공적자금 노린 교섭력 강화 의도 “휘둘리지 말아야”
근거 없이 증폭한 한국지엠 철수설이 우리정부를 상대로 한 한국지엠의 협상력만 높여 혈세를 낭비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노동자들은 내수 판매를 고의적으로 억제하는 한국지엠을 상대로 한국시장 신차 출시를 압박하는 등 합리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지부장 안규백)는 4일 오전 서울 중구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통상임금·관세·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 등 노사관계 주요 국면마다 유포되는 한국지엠 철수설의 문제를 꼬집었다. 안규백 지부장은 “대다수 언론보도는 지엠 철수설의 원인 내지 책임을 노조의 파업에 초점을 두고 있고 그에 더해 강성노조 때문에 철수한다는 논리로 이어진다”며 “관련 없는 내용을 (철수설의) 명분으로 삼으려 거짓으로 가져다 붙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8년 군산공장 폐쇄하며
공적자금 8천100억원 ‘꿀꺽’
한국지엠 철수설은 노조법뿐 아니라 통상임금 판결과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수립부터 원인만 바꿔 반복하고 있다. 통상임금 줄 돈이 없다며 철수설을 흘리던 한국지엠은 지난해 법원이 사실상 폐기했던 신의성실의 원칙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자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불확실성, 그리고 관세 부담 등을 철수의 이유로 댔다. 한미 관세협상에서 한국이 비교적 선방하자 이번엔 마침 국회를 통과한 노조법 개정을 철수 명분으로 삼았다. 안 지부장은 “한국지엠 경영진이 최근 고용노동부 차관을 만나 ‘노조 리스크’ ‘한국 사업 재검토’를 운운했다”며 “한국 정부 정책 기조를 상대로 협박한 것”이라고 말했다.
협박의 목적은 지원금이라는 게 노조 설명이다. 실제 한국지엠은 2018년 군산공장을 폐쇄하면서 정부와 협정을 체결하고 공적자금 8천100억원을 받았다. 10년 내 신차 2종 배정 등 조건이 달렸지만 이행하지 않았다. 이 협정의 재협상 시기가 3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협상 레버리지를 끌어올리기 위해 한국지엠이 먼저 움직이고 있다는 게 노조 분석이다. 오민규 지부 정책자문위원은 “한국지엠은 절대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지엠은 부풀려진 철수설을 자양분 삼아 막대한 규모의 국민 혈세를 지원받고, 더 많은 특혜를 받기 위한 협상력을 얻게 된다”고 전망했다. 철수를 하지 않는 대신 무리한 수준의 ‘청구서’를 한국정부에 들이밀 것이라는 의미다. 한국지엠은 인도와 남미 등 세계 각지에 생산하청기지를 두고 유사한 방식으로 정부 보조금을 받아 온 전례가 있다. 군산공장 폐쇄 역시 같은 맥락이다.
‘고의적 내수억제’가 노리는 것
이런 가정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한국지엠의 비합리적인 의사 결정 때문이다. 한국지엠이 합리적 의사결정을 내린다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정책에 맞서 택할 수 있는 상식적인 선택지는 내수시장 강화와 수출시장 다변화다. 글로벌지엠의 판매전략 때문에 한국지엠의 수출시장이 미국으로 한정되더라도, 자동차시장이 결코 작지 않은 한국시장을 포기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한국지엠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2021년 22.9%, 2022년 14.06%, 2023년 8.25%, 지난해 4.98%다. 고의가 아니라면 납득하기 어려운 수준의 축소다. 올해는 1%도 방어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수준이다. 이런 내수시장 점유율 축소와 지난 5월 관세대응을 명분으로 자산매각을 발표한 점 등을 묶어 철수를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지만, 바로 이 대목이 우리 정부에 대한 압박으로 작동할 수 있다. 게다가 내년 지방선거 등 정치적 변동성도 한국지엠의 운신의 폭을 넓히는 요인이다.
문제는 무엇을 지킬 것이냐다. 노동자들이 꼽은 자산은 종합자동차사로서의 역량이다. 오 정책자문위원은 “대우자동차 시절부터 쌓은 신차 개발과 제조·판매 역량을 유지·보존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한국정부가 한국지엠에 휩쓸리지 말고 선제적으로 협상 등의 대안을 마련하고 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