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연장] 임금 깎으면 1년 재계약 ‘검토’하겠다는 기업들

기업 61% 계약직 재고용 선호, “세제 혜택”도 요구 … 60.4% “고령 숙련 필요” 22% “인력 부족 해소”

2025-08-31     이재 기자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우리 기업은 여전히 법정 정년연장보다 임금 삭감을 전제한 선별적 계약직 채용을 선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기간도 12개월로 단기다.

31일 한국경총이 30명 이상 기업 1천136곳을 대상으로 2월24일부터 5월16일까지 온라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 기업 61%가 60세 이후 고령자 고용 방식으로 재고용을 선호했다고 밝혔다. 법정 정년연장은 32.7%로, 정년 폐지는 6.3%로 나타났다. 300명 미만은 물론 300명 이상과 300명~1천명 미만, 1천명 이상 등 모든 규모 영역에서 재고용 방식이 60%를 넘겼다.

기업들은 임금 삭감도 요구했다. 재고용 고령자의 적정 임금에 대해 응답기업 절반(50.8%)은 퇴직 전 임금 대비 70~80% 수준이라고 답했다. 퇴직 전 80%는 27.8%, 퇴직 전 70%는 23%다. 퇴직 전과 동일한 임금을 줘야 한다는 응답은 19.7%에 머물렀다. 6%는 퇴직 전 임금의 절반도 줄 수 없다고 응답했다. 경총은 “고령 인력의 지속가능한 계속고용을 위해서는 기업의 현실을 반영한 임금 조정이 필수적 요소”라고 밝혔다.

“업무 성과 따라 재계약” 49.3%

선별 고용도 요구했다. 기업 다수(84.9%)는 △업무 성과와 역량(49.3%)을 고려해 선발하거나 △결격사유 해당 여부 적격자를 선정(35.6%)하는 방식의 선별 고용을 바랐다. 재고용 희망자를 모두 채용해야 한다는 응답은 15.1%로 나타났다. 기간은 12개월이 78.2%로 집계됐지만 △6개월 15.9% △3개월 3.5% 등 더 단기 계약을 요구하는 응답도 있었다.

기업들은 임금 삭감을 전제로 한 선별 방식의 계약직 고용을 요구하면서도 각종 지원을 강조했다. 기업들이 바란 지원 정책은 △고령인력 채용시 세제 혜택(47.7%) △고령인력 인건비 지원(46.3%) △고령자 고용형태 다양화를 위한 파견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개정(40.2%) △고령인력 사회보험료 부담 완화(34.4%) △해고 규제 완화 등 고용 유연화(29.8%) △연공급 임금체계 개편(28.3%) △고령자 재취업 지원 서비스 확대(12.3%) 순이다. 경총은 “고령 근로자에 대한 높은 인건비와 고용 경직성에 대한 부담이 기업 고령인력 활용을 어렵게 만드는 주된 요인임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기업의 60세 이상 고령자 고용 관련 대표적인 인사조치는 임금피크제 도입이다. 응답기업 가운데 32%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했지만 56.8%는 도입하지 않았다. 11.2%는 부분도입했다고 밝혔는데 생산직이나 사무직 중 하나의 직종에만 도입한 사례다.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라 대상 노동자가 받는 최종 임금은 △80~90% 27.9% △70~80% 27.7% △90% 이상 15.9% △60% 이하 14.9% △60~70% 13.6%다. 기업이 2013년 법정 정년연장 이후 임금피크제 도입과 별개로 임금체계 개편을 시도한 것은 38.6%로 나타났고, 경험이 없다는 응답은 61.4%였다.

사회적 책임 5.4% 불과 “인건비 부담” 강조

일부 기업은 이미 재고용 방식을 실시하고 있다. 응답기업 64.1%는 정년 후 고령자를 계속고용했다고 응답했다. 재고용과 정년연장, 정년폐지 등을 포괄한 응답이다. 이들 기업이 고령자 고용을 유지한 이유는 고령 노동자의 전문성을 계속 활용(60.4%)하기 위한 목적이다. 인력 부족 해소(22%)도 신규채용이 감소한 가운데 숙련을 유지하려는 유사한 목적이다. 근로자(노조)의 요구(5.5%)와 사회적 책임(5.4%)이라는 응답도 있었다. 고령자 고용 인건비 부담을 호소하는 한편 고령자 숙련은 경영에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 가운데 80.9%는 재고용 방식을 썼다. 주로 12개월(85.7%)간 계약했고 적합한 인력만 선발(61.8%)해 재고용하거나 부적합자를 제외(28%)하고 재고용했다. 희망자 전원(10.2%)을 재고용한 사례는 드물었다.

임영태 경총 고용·사회정책본부장은 “임금 연공성에서 비롯된 고령자의 높은 인건비와 한번 채용하면 내보내기 어려운 고용 경직성에 대한 부담이 기업의 고령인력 활용을 어렵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라며 “기업이 수월하게 인력을 활용하도록 인건비 부담을 줄이고 같이 일할 사람을 고를 수 있도록 하는 실효적 조치가 사회적 대화 과정에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정 정년연장 논의는 국회가 주도하고 있다. 여당이 7월 발족한 정년연장TF에서 양대 노총을 비롯한 노동계와 경총 등 재계가 참여해 논의하고 있다.

한국 사회, OECD 최악 수준 노인빈곤률

한편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노인빈곤국이다. 3월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 이행보고서 2025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우리나라 은퇴 연령 인구(66세 이상) 빈곤률은 39.8%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가 있는 2022년을 기준으로 보면 39.7%로, OECD 36개국 중 가장 높다. 전체 인구의 상대적 빈곤률은 2022년과 2023년 모두 14.9%로,OECD 평균(2022년 기준) 38개국 중 30위인 것과 대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