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리밸런싱’ 가속화, 고용불안 우려↑

SK스페셜티·파워텍 등 매각, 실트론 추진 … 사모펀드 인수 뒤 자산매각·구조조정

2025-08-20     이용준 기자
▲ SK서린빌딩

SK그룹이 비핵심 계열사를 매각하는 ‘리밸런싱(사업재편)’을 가속화하면서 고용불안과 산업재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SK그룹의 종속회사 716곳 → 634곳

19일 SK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연결대상 종속회사는 634곳으로 SK그룹이 그룹 조정에 본격적으로 나선 2023년 말(716곳) 대비 82곳이 줄었다. 같은 기간 자산총액 750억원 이상 혹은 자산총액이 지배회사 자산총액의 10% 이상인 ‘주요 종속회사’도 208곳에서 193곳으로 감소했다. 변경사유는 매각·청산·합병·지배력 상실 등이다.

올해 6월 기준 매각예정자산도 1조7천958억원으로 전년 말(3조923억원) 대비 41.92% 감소했다. 매각예정자산이란 회사가 매각을 결정하거나 매수자가 확정된 자산을 미리 회계장부에 표시해 둔 것이다. SK그룹은 최근 빈그룹(Vingroup) 지분 매각을 비롯해 SK스페셜티·SK파워텍 등 매각을 완료했다.

이 같은 그룹차원의 사업조정이 지속되자 노동자들의 불안도 고조되고 있다. SK스퀘어의 자회사 11번가는 올해 들어 6~8월 석달 연속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이미 지난해 창사 이래 최초 희망퇴직을 실시한 바 있어, 사실상 구조조정 체제에 돌입한 것이다.

지난해 초 11번가는 시장 추정치보다 낮은 매각가(5천억~6천억원)에도 인수자를 찾지 못했다. 영업부진에 고정비가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는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 확보”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고정비 축소를 통한 M&A(인수합병) 포석이란 해석이 나온다.

반도체소재 계열사 SK실트론도 매각이 추진 중이다. SK그룹은 SK실트론 매각을 올해 3분기 내로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노동계와 지역 시민사회는 매각 뒤 구조조정 우려를 표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 4월 집회를 열고 △경영원 매각 과정 전면 공개 △고용승계 보장 △근로조건 유지 등 요구사항을 내세웠다.

경실련은 구조조정 없이 매각을 완료한 SK스페셜티 사례처럼 지역 정치권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SK실트론은 현장 근무 노동자만 2천500여명, 사무관리직을 포함하면 4천3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리한 투자회수에 산재까지?
사모펀드 매각 부작용 우려도

노동계가 더욱 주목하는 부분은 사모펀드(PEF)로의 매각이다. 사모펀드는 평균 5년 내 엑시트(투자회수)를 목적으로 기업을 인수한다. 신속한 엑시트를 위해 자산매각과 구조조정 과정에서 고용불안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실제 2023년 사모펀드 EQT파트너스가 SK쉴더스의 지배주주가 되면서 노사관계가 급속도로 악화하는 양상이다. EQT는 기업 인수 뒤 비용절감을 통한 엑시트로 이익을 취하는 사모펀드로 업계에 알려져 있다. 특히 산업재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SK쉴더스에는 최근 4개월간 3명의 노동자가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잇따라 발생했다. 이에 SK쉴더스노조는 7월 EQT가 자본의 논리로 직원 생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규탄하기도 했다.

SK쉴더스노조 관계자는 “최근 신사업 추진과 함께 인력충원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현장 노동강도가 심해지고 있다”며 “안전성 취약 문제로 연결될 수밖에 없어 노조에서 인원증원을 요청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