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좌담회-사회적 대화 고쳐 쓰기] 알면서도 못하는 중층적 사회적 대화 “경사노위 바꾸고 민주노총만 들어오면 돼?”

2025-08-13     강한님 기자
▲ 정기훈 기자

누구나 사회적 대화를 말한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노동정책을 결정하면서 성공적인 사회적 대화를 한 사례는 얼마나 될까. 한 손에 꼽기도 힘들 정도다. 사회적 합의가 나올 때마다 극심한 후폭풍을 맞아야 했다. 노동계의 한 축인 민주노총은 30년 가까이 중앙 사회적 대화에 불참하고 있다. 마침 국민 주권을 표방하는 정부가 출발하고,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이 고용노동부 장관이 됐다. 정년연장 같은 주요 노동정책과 관련해 사회적 대화를 말한다. 중층적 사회적 대화를 추진하기 위해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개편하고 지역별·업종별 대화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층적 사회적 대화 추진은 새삼스럽지 않다. 몰라서 못한 게 아니라 알면서도 못했을 뿐.

<매일노동뉴스>가 사회적 대화를 주제로 한 기획좌담회를 열었다. 지난 사회적 대화를 돌아보고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을 짚었다. 박태주 전 경사노위 상임위원, 이주호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정문주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장, 한석호 한국노동재단 사무총장이 참석했다. 박승흡 전태일재단 이사장(매일노동뉴스 회장)이 좌장을 맡았다.

이재명 정부에서 ‘사회적 대화’란

좌장: 정부가 중층적 사회적 대화를 추진하기 위해 경사노위 개선방안을 2026년까지 마련한다고 한다.

이주호: 새 정부 들어 사회적 대화 이야기를 이곳저곳에서 하더라. 대통령실에 경청수석실이 생기고, 사회개혁위원회 같은 것도 만든다고 하고, 사회적 대화에 대한 개념 정리가 먼저 돼야 하겠다. 정부에서 경청, 소통, 대화, 타운홀 미팅 이런 것들을 퉁쳐서 사회적 대화로 보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명확하게 자본주의 사회에서 양대 축인 노사와 정부 간 다양한 협의와 조정이 사회적 대화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넘어가야 하지 않을까.

박태주: 이 정부가 국민 주권을 말하는 것은 또 다른 의미가 있을 수 있겠다. 주권이라는 건 한 나라의 최고 의사결정이 국민에게 있다는 건데, 국민의 목소리를 어떤 구조를 통해서 듣고, 의사결정권을 실질적으로 어떻게 줄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는 거다.

이 정부는 중요한 소통창구로 사회적 대화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사회적 대화에는 우리가 전통적으로 이야기하는 노동 중심 사회적 대화와 노동 외 사회·경제적 어젠더를 다루는 사회적 대화가 있다. 이 정부는 때로는 시민의회까지도 포괄하는 굉장히 넓은 개념으로, 또 국민 주권 정부를 실현하는 수단으로 사회적 대화를 이야기하는 것 같다는 느낌은 있다.

한석호: 노사정 중심 사회적 대화로 이야기를 좁히면, 어떤 시대적 화두가 초점이 돼야 하는지가 우선적으로 선정돼야 한다. 그 화두에 맞춰서 대화의 틀은 어떻게 할 건지, 경사노위에서 할 건지, 국무총리 산하로 할 건지, 국회에서 할 건지 접근해야 하는 문제 아니겠나.

국회판 사회적 대화, ‘한시적’이어야

좌장: 경사노위, 국회 사회적 대화, 국무총리실 주도 사회적 대화. 약간 복잡해지는데. 이걸 어떻게 교통정리해야 하나.

한석호: 경사노위가 잘 안 되고 민주노총 참여도 잘 안 되니까 비껴가는 방식으로 국회 사회적 대화가 나온 거다. 국회 사회적 대화는 일시적이고 한시적으로 가야 한다. 경사노위라는 대화 틀이 있는데 국회에서 또 한다고 하면 혼란스런 상황이 발생할 거라고 본다. 정권에 따라서 노동이 여기를 선택했다가 저기를 선택했다가, 국회 의석수 구조를 따지면서 가는 순간 사회적 대화는 도구화된다. 그걸 누가 어떻게 책임질 건가.

박태주: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가장 핵심적 단위는 정당이지만, 지금까지 입법을 담당하는 국회는 사실상 사회적 대화에서 방관자적 역할을 했다. 지금도 정당과 국회의원은 국회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축구장에 축구 선수가 있다고 해서 가 봤더니 없다. 한편으로는 국회(정당·국회의원)가 참여하기 시작하면 사회적 대화가 될 리가 없다. 여야가 맨날 저렇게 싸우는데, 연합정치가 이뤄지지 않는 상태 속에서 사회적 대화가 가능할까. 지속가능하지 않다. 지나치게 국회판 사회적 대화의 의미를 높이 평가할 만한 이유는 없다. 국회에서 사회적 대화를 한다고 하니까 ‘하세요’ 이 정도로 보고 있다.

다만 국회판 사회적 대화의 한시적 유효성은 인정할 필요가 있다. 국회가 사회적 대화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런데 경사노위가 앞으로 정상화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사회적 대화에서 앞으로 불평등·양극화 문제를 다루게 된다면 경사노위에서 안 할 수가 없다. 경사노위가 안 하고 있으니까 국회에서 우선 다루는 것 정도다.

정문주: 윤석열 정부하에서 워낙 사회적 대화가 지체되다 보니까 우원식 국회의장이 물꼬를 튼 것까지는 저도 좋다고 보여진다. 새로 (국회판 사회적 대화와 관련한) 법을 만들더라도 제한적인 영역에서 경사노위와 보조를 맞춰서 할 수 있는 축으로 해 줘야지, 경사노위의 대체 수단이 되면 안 된다.

한국노총·한국경총의 대표성은?
민주노총 없는 사회적 대화 고민할 때?

좌장: 그렇다면 기존 경사노위 사회적 대화 참여 주체들의 대표성에 대해 말해 보자. 한국노총과 경총의 대표성에 대한 얘기가 끊이지 않는다. 참여 주체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얘기인데.

이주호: 지난 사회적 대화를 평가해 보면 세 가지가 협소한데, 불평등·양극화 해소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는데도 범정부 차원이 아닌 경사노위에만 맡겨졌다. 또 노정교섭·산별교섭과 연동 추진되지 않으면서 사상누각 비슷하게 동떨어진 섬처럼 됐다. 마지막으로 지나치게 현안 중심으로 가다 보니까 불평등·양극화 해소라는 큰 문제를 접근하기 위한 산업·복지 정책과 함께 가지 못했다.

또 한국노총이 민주노총 참여를 원하느냐. 한국노총과 경총이 잘하고 있는데 민주노총이 들어오면 골치 아프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한국노총은 주로 안에서 싸우고 민주노총은 밖에서 싸운다는 인식이 있는데, 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 들어오는 것에 대한 미묘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양대 노총이 경사노위라는 공간에서 같이 논의할 수 있는 슬기로운 연대 방안이 필요하다.

정문주: 오해와 진실이 있는데, 한국노총이 민주노총과 중앙 사회적 대화에 같이 앉는 것을 결코 부담스러워하거나 싫어하지 않는다. 완전히 잘못된 이야기다. 실제로 최저임금·산재보험·국민연금 등 아주 중요한 의사결정에 양대 노총이 들어와서 같이 논의를 하고 있다.

좌장: 다소 공격적인 질문을 하나 던져보자. 민주노총이 참여하지 않으면 사회적 대화가 안 되는가.

박태주: 민주노총 없는 사회적 대화를 이제는 고민해야 할 때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승인해야 할 때라고 생각하고 있다. 민주노총에 어떤 당근을 줘 유인해서 들어오게 만들 시기는 지났다. 문재인 전 대통령 시절에 양대 노총을 얼마나 많이 만났나. 문 전 대통령의 꿈이 민주노총이 들어오는 사회적 대화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매달렸다. 결과적으로 안 됐다.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에 분명히 들어와야 한다고 생각하고는 있다. 다만 민주노총 스스로가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을 내부적으로 인식해서 치열한 내부 토론을 통해서 결정할 수밖에 없다.

한석호: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느냐 마냐는 지점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한국노총하고 민주노총은 조직된 노동을 대표한다는 측면에서는 이제 많이 수렴됐다고 본다. 현장으로 들어가면 민주노총 주력 사업장들의 현장은 노사가 상생하고 있고 동거하고 있다. 사회적 대화를 통해서 순화시켜야 할 필요성이 이제는 없다.

경사노위에 다시 민주노총이 들어올 수 있느냐 없느냐 문제는 전적으로 내부 정치관계에 있다고 본다. 지금은 민주노총 내부에서 정치방침을 두고 (정파 간) 정치가 작동하고 있고, 이게 정리될 때까지 좀 기다려야 한다. 빠르면 금속노조 올해 하반기 선거, 늦더라도 내년 하반기 민주노총 선거에서 결판이 날 거라고 본다.

언젠가는 민주노총도 사회적 대화에 참여할 거라고 전망한다. 소위 말하는 87년 세대들이 막바지에 있고, 새로운 세대들이 등장하고 있다. 내부 여론조사도 압도적으로 사회적 대화를 지지하고 있다. 자꾸 바깥에서 개입할수록 문제를 더 악화시킬 뿐이다. 개인적으로는 (사회적 교섭을 추진했다가 내부가 물리적으로 충돌한) 2004년의 악몽이 있다. 내부가 상당히 첨예하고 날카롭게 되고, (대의원대회에서) 단상까지 점거했다. 민주노총을 사회적 대화에 끌어들이려고 노무현 정부 때 했던 식의 오류를 범하면 안 된다.

이주호: 애정 어린 말씀들이라 생각하지만, 자칫 내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실용적으로 가면 된다. 저는 (민주노총 방침만 바라봐야 하는 사회적 대화 참여, 경사노위 안에만 만들어지는 사회적 대화체라는) 문턱 없는 사회적 대화를 강조하고 있다. 문턱을 세워 놓고 여기 넘어오라, 넘어오지 마라, 이 논의 자체가 너무 소모적이다. 당근을 주는 게 아니라 이 정부가 최소한 초기업 교섭이나 단체협약 효력확장이라는, 가야 할 길을 가는 과정에서 민주노총도 내부에서 스스로 판단할 거다. 다만 한 총장이 말한 것처럼 계기는 선거가 아닐 거다. 설령 선거에서 사회적 대화를 걸고 당선이 됐다고 하더라도 내부에서 막기 시작하면 해결 안 된다. 호들갑 떨지 말고, 배제하지 말고, 그냥 가면 된다. 일단 들어간 듯 안 들어간 듯 문턱을 없애자는 거다.

산별노조 먼저 경사노위 참여? “안 돼” “고민하자”

좌장: 경제사회노동위원회법에서 근로자 대표 위원을 ‘전국적 규모의 총연합단체인 노동단체 대표’에서 ‘전국단위 연합단체인 노동자 대표’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민주노총은 불참해도 산별노조나 연맹은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자는 것이다. 마침 김영훈 노동부 장관이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노총이 산업별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면서 자연스럽게 최상급의 사회적 대화도 이뤄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문주: 전국단위 연합단체로 바꾸게 되면 (산별연맹 참여도) 가능하겠다. 그런데 그건 모든 체계 자체를 다 무너뜨리는 거다. 경사노위 외 양대 노총이 참여하고 있는 기구가 다 바뀌게 된다. ILO도 마찬가지다. 내셔널센터, 양대 노총이 참여하는 걸 산별연맹들이 다 들어가게 만든다? 약간 참여할 수 있는 룰을 열어 놓는 것을 고민해 볼 필요는 있지만 이 자리에서 확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우회하면서 구멍을 내려고 하면 오히려 더 큰 파장이 있을 거다. 김영훈 장관은 사회적 대화를 안 해보셨지 않나. 잘 몰라서 말씀하신 것 같다.

박태주: 기사에 꼭 적어 달라. 쥐뿔도 모르면서 떠든다고 말했다고(웃음). 김영훈 장관이 무슨 의도로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민주노총이 경사노위 참가를 결정하지 않으면 업종별 대화에 참가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서는 없다.

한석호: 산별연맹으로 넓히는 방식으로 간다? 벌집 쑤시는 거다. 민주노총 내부 정치를 완전히 끝까지 몰아넣겠다는 거다. 총연합단체가 대의원대회에서 결정해서 산별노조·연맹이 사회적 대화에 들어갈 수 있게끔 해야 하는데, (산별 독자 참여를 허용하면) 산별연맹들이 ‘법이 바뀌었으니까 민주노총 결정하고 상관없이 우리끼리 결정해서 가겠다’라고 할 수 있다. 금속노조 같은 데는 아수라장 된다. 편법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시간이 걸려도 정공법으로 가야 한다.

이주호: 총연합단체가 대표성을 가지는 게 맞는데, 현실은 한국노총과 경총이 실질적인 대표성과 조정 능력을 가지고 합의를 할 수가 없는 구조다. 두 단체의 무능이라기보다는 구조와 조건이 한국적 노사관계에서는 불가능하다. 경총이 전국 단위의 이슈를 가지고 대타협을 할 수 있겠나. 경사노위에서 어떻게든 반대 목소리를 높이면 자기 역할 다하는 건데, 정부가 나서 팔 비틀어서 억지로 합의를 붙이는 방식으로 갈 수밖에 없지 않나. 질서가 파괴된다는 이야기도 100% 동의하지만, 그걸 계속 고수했을 때 중앙과 산별·지역은 다 따로 놀고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좌장: 정권이 바뀌기 전 민주노총 사업장이 대거 포함된 조선업종 사회적 대화가 추진되기도 했다.

한석호: 민주노총에서 경사노위 참여 방침이 결정이 되지 않으면 조선이든 어디든 업종별 대화 틀이 제대로 가지 않는다. 강제성이 없다. 산업전환·고용 문제가 있어 노동은 원하지만 기업들이 응하지 않는다. 내가 알기로는 조선소들도 아주 소수의 회사 빼놓고는 거부하고 있다. 경사노위에서 ‘그냥 좀 자리 만들어 봐라’라고 해서 기업들이 그 이야기를 들어야 할 이유가 없다. 1년 지금 넘게 그 작업하는데 안 되고 있다. 금속산업은 노사관계가 말랑말랑한 데가 아니다. 경사노위라고 하는 법과 제도 속에서 추진되지 않으면 판이 안 만들어진다.

새 정부 사회적 대화 “차분하고 실용적이어야”

좌장: 앞으로 사회적 대화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해 보자.

한석호: 정부가 차분하고, 꼼꼼하게 봐야 한다. 예민한 문제도 많고, 여러 측면에서 봐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경사노위를 중심으로 하는 사회적 대화 체계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를, 좀 시간이 걸리더라도 내년 정도까지 해서 새롭게 만든다는 생각을 가지고 고민하면 좋겠다. 경사노위 확대 재편을 하게 되면 100여명 이상의 직원이 상주하면서 업종별·지역별 대화를 끌고 가는 그림도 그리면 좋겠다. 노사발전재단이 노동부 하청 업무 보느라 정신 없는 것 같은데, 일정 역할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각 국책기관이 붙어서 역할을 하게끔 짜는 게 필요하지 않겠나.

경사노위 중심 사회적 대화 체계를 고민하는 건 하는데, 당장 논의해야 하는 문제들이 있지 않나. 주 4.5일제나 정년연장, 5명 미만 사업장 사안 등을 풀어나가는 거는 총리판이든 국회판이든 채널을 활용하면서 가면 어떻겠냐는 생각이다. 특히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와 관련해서는 시급하다.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순간에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경사노위 문제와 관계없이 대통령이 챙겨서, 이중구조개선위원회를 만들어서 운영하면 좋겠다. 대타협을 한다는 욕심 내지 말고 종합보고서만 내도 대단한 성과일 거다. 이중구조 문제와 관련해서 지금까지 종합된 보고서는커녕 초안 자체도 없다. (노사정이) 제각각 자기 얘기하고 있을 뿐이다. 노사정과 전문가가 2~3년 플랜으로 이 작업은 별도로 하면 좋겠다.

박태주: 정부가 사회적 대화를 차분하게 하면 좋겠다는 데는 이의가 없다. 다만 늦추고 지체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경제사회노동위원회법을 만들고 되돌아보니까 한계도, 실수도 있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경사노위를 중심으로 사회적 대화를 못할 만큼 결정적인 한계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새롭게 제도를 바꾸는 작업에 들어가는 시간과 에너지, 그 과정 자체가 갈등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법을 바꾸려고 들기보다는 사회적 대화를 실질화하는 데 집중하는 게 현실적이다.

이주호: 우리가 87년 노동체제 극복 이야기를 많이 하지 않나. 사회적 대화 자체를 반대하는 사람이 민주노총에 있지만 제도권 밖 노동자 문제, 단협효력 확장, 산별교섭과 초기업교섭이 새 정부에서 모색되는 과정에서 경사노위 참여 논의도 같이 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87년 노동체제 극복을 위한 절체절명의 시기에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사회적 대화로 가야 하는데 경사노위 단순 복원으로만 그칠까 우려가 된다.

민주노총 중앙 단위, 산별까지 새 정부가 좀 만나서 끝장 토론을 해야 하겠다는 생각도 든다. 정부-민주노총 간 협상과 함께 실질적인 업종위원회가 동시에 가면 민주노총 참여 문제도 좀 실용적으로 풀리지 않겠냐는 생각이다. 일자리위원회처럼 부처별로 파견을 받는다고 하면 150여명 정도가 경사노위에서 시끌벅적하게 뭘 할 수 있다. 아까 ‘당근’ ‘외부의 개입’이라는 표현도 나왔지만 경사노위가 활발하게 움직이는 모습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정문주: 지난 30년 노사 주도성 부족, 정부 일방적 결정 등 여러 문제제기에도 경사노위가 상당한 성과와 긍정성을 발휘했다고 본다. 이해·갈등을 조정하고 사회 통합을 도모했고, 노동계 입장에서는 주요한 노동·사회 정책 입법을 달성하는 역할을 했다. 단지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 있는데, 특히 민주당이 집권하게 되면 정부가 소극적으로 변하거나 노동계가 제기하는 정책은 멀리하고 사용자가 주장한 정책은 빨리 추진하는 모양새도 취했다.

경사노위에 사회적 대화를 지원·총괄할 수 있는 기능을 부여해야 한다. 최소한 1년에 한 번 정도는 총회급의 전원회의를 열어서 모든 위원들이 경사노위에서 전개되는 사회적 대화의 전체 판을 바라보고 제안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면 좋겠다. 또 양대 노총이나 사용자 단체에서 파견을 받거나 해서 개방형 정무직을 확대해 노사를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경사노위 안에 최소한 지역 사회적 대화 부서를 세우고, 노사민정협의회 등이 지역에서 힘 있게 가동될 수 있게 운영할 구조를 만들면 사회적 대화가 훨씬 다채롭게 가지 않을까.

▲ 정기훈 기자

미조직 노동자 직접 참여 테이블 “이제는 해야”

좌장: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등 근로기준법상 노동자가 아닌 노동자가 늘어나고 있다. 이들을 법·제도에 끌어들이기 위한 사회적 대화가 필요한 것은 물론이고, 사회적 대화에 참여도 시켜야 한다.

박태주: 노동시장 바깥에 있는 노동자들을 어떻게 대표할 것인지는 사회적 대화의 유효성에서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이 사람들을 대변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을 거다. 첫째는 양대 노총이 대변하는 거다. (노동시장 밖 노동자 문제 해결은) 기본적으로 정책 사안이고, 정부와의 관계 속에서 해결할 수밖에 없다. 현재 유일한 통로는 경사노위밖에 없다. 그러면 양대 노총이 당연히 이 사람들의 이해를 정치·정책적으로 대변할 노력을 해야 하는 거다.

두 번째로는 당사자들이 자신의 이해를 대변해야 하는 건데, 경사노위에서도 계층별위원회를 도입했다. 계층 대표가 무려 3명(청년·여성·비정규직)인데, 이분들이 본위원회에 들어오지만 직접적으로 사회적 대화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가 없다. 진정한 사회적 대화는 업종별 대화, 의제별 대화에서 이뤄지는데 참여를 못 한다. 그리고 청년·여성·비정규직 외에도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있다. 이 사람들까지 대표할 수 있도록 구성을 바꿔야 한다.

정문주: 맞다. 청년·여성·비정규직이 대표적인 취약계층이라고 하지만 전부를 포괄하지는 못한다. 경사노위 출범 뒤 한국노총에도 꾸준히 문제가 제기됐다. 고령자·장애인 등에게도 사회적 대화 통로를 만들어 줘야 한다.

좌장: 기존 사회적 대화에 대한 평가, 대표성 문제, 앞으로의 방향성까지 짚어진 것 같다. 좌담의 결론을 도출하는 멘트는 하지 않겠다. 다만 양극화와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위해 소처럼 뚜벅뚜벅 걷되, 호랑이의 시선으로 분명한 관점을 잡아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그게 우리에게 요청되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가야 할 방향이 아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