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365일 파업? 노조법 개정 안해도 “이미 현실”

네이버지회, 그룹사 104곳 대부분과 교섭 … 집단교섭시 횟수 주는데도 사용자 “안 나가”

2025-08-12     이재 기자
▲ 노조법2·3조개정운동본부와 연대단체 회원들이 지난 3월 서울 중구 한화 본사 앞 김형수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의 철탑 농성장 앞에서 한화오션이 교섭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재계는 7월 임시국회 말미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 처리가 급물살을 타자 황급히 국민의힘을 찾아 저지를 요구하고, 이틀 연속 기자간담회를 열어 노조법 개정에 반대하는 이유를 강조했다. 여러 근거를 댔지만 가장 힘줘 말한 것은 “원청이 1년 365일 내내 파업에 시달린다”는 대목이다. 노조법 2조를 확대해 하청노조도 실질적 지배력을 가진 원청에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되면 수십~수백 개 하청업체를 거느린 제조업 원청은 그들 노동자와 1년 내내 교섭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실에선 원·하청 교섭 요구 빈발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실질적 지배력 존재 여부에 따라 구체적인 판단은 다를 수 있지만 하청노동자가 원청에 교섭을 요구할 수 있게 되면서 단체행동권 행사도 가능한 대목이 생기므로 파업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

틀린 절반은 현실과 개정의 선후관계다. 산업현장에서는 이미 하청노조가 원청에 교섭을 요구하고 때론 단체행동도 하고 있다. 노조법이 개정된다고 해서 없었던 파업이나 갈등이 새로 파생되는 게 아니다. 이미 현실에 존재하는 갈등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법률을 개정하는 것이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개정안을 두고 “노사대화 촉진법”이라고 말하는 배경은 형식적 근로계약 관계를 기반으로 한 노조법의 한계 때문에 하청노조와 교섭하지 않았던 원청이 적극적으로 교섭에 나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좋은 예가 IT산업 노사관계다. 네이버 노동자들이 2018년 화섬식품노조에 가입해 네이버지회를 꾸린 지 벌써 7년이 지났다. 네이버 노동자이므로 네이버 본사와 교섭할 것이라고 인식하기 쉽지만, 네이버지회는 조합원이 재직 중인 네이버그룹 내 법인 모두와 교섭한다. 수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2025년 5월 기준 네이버 그룹의 자회사와 사내법인 등을 모조리 더한 계열사는 104곳에 달한다. 노조법에 대한 재계 입장이 무색하게도 네이버 노사관계에서 1년 365일 교섭을 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건 사용자가 아니라 노조다.

임영국 화섬식품노조 사무처장은 “2018년 노조를 만들고 2019년 첫 교섭을 했는데 그때부터 실질적 권한을 가지지 않아 결정할 수 없다고 했다”며 “네이버 그룹 차원의 교섭을 요구하니 법인이 다르다며 못 한다고 해서 1년 내내 교섭한다”고 설명했다. 임 처장은 “실질적 결정권은 정점의 네이버 본사 법인이 갖고 있지만 형식적 법인관계를 들어 교섭에 집단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다”며 “재계가 노조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365일 파업한다고 하는데 이미 현장은 그런 상태다”고 강조했다. 임 처장은 “우리가 파업을 안 하고 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경영상 결정 함께 하면서 교섭 요구에만 “다른 회사” 주장

사실 네이버 같은 그룹은 법인 차원의 노무관리만 하지 않는 형편이다. 기업의 경영은 그룹 차원에서 결정한다. 전자공시시스템 공시도 연결재무제표 방식으로 한다. 기업이 아니라 기업집단의 경영을 보다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서다. 오로지 사업자등록증을 방패 삼아 교섭만 거부하는 셈이다.

전향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2023년 기준 우리나라 노조조직률 13% 가운데 45%는 산별노조에 가입한 조합원이다. 104개 사업장에 있는 네이버지회 조합원이 실은 화섬식품노조 1곳 조합원인 이치다. 기업 역시 교섭단위를 꾸려 대응한다면 교섭 시간을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