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노동부 장관] “산재·체불·차별, 일터에서 억울한 일 없게 할 것”

2025-08-11     어고은 기자
▲ 정기훈 기자

“노동정책의 기본 철학은 ‘억울한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하러 나갔다가 죽는 일, 일하고 돈을 받지 못하는 일, 비슷한 일을 하면서 차별받는 일이 없어야 한다.”

이재명 정부 초대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취임한 김영훈(57·사진) 장관은 지난 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진행된 <매일노동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세 가지를 없애는 게 노동정책의 기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장관은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 그와 함께한 공부모임에서 있었던 일화를 전하면서 “대통령께서 당시 기초자치단체에서 할 수 있는 노동정책을 궁금해하셔서 이 세 가지를 말씀드렸고 공감하셨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무엇보다 살려고 나간 일터에서 죽어서 돌아온다는 것만큼은 없어야 한다”며 “산재 왕국이라는 오명을 벗어야만 진정한 강국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29일 중대재해 근절 대책을 주제로 한 국무회의에서 김 장관은 산재 사망사고를 감축하지 못하면 “직을 걸겠다”고 했다. 이 회의는 실시간 생중계됐다. 구체적 목표에 대해 김 장관은 “1차적으로 올 연말까지 증가 추세를 꺾는 것”이라며 “국무총리실에서 모든 부처에 산재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제출하라고 특별 지시를 내렸고 노동부는 이를 모아 종합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철도 기관사 출신 김 장관은 1992년 입사 이후 2004년 철도노조 위원장에 당선돼 ‘젊은 피’로 주목을 받았다. 2006년 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이후 2010~2012년 민주노총 위원장을 지냈다. 이재명 대통령과의 인연은 성남시장 시절 공부모임 ‘해와 달’을 통해 시작됐다. 20·21대 대선에서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도왔다. 인터뷰는 연윤정 선임기자·논설위원이 했다.

권리 요구하던 입장에서 권리 보호하는 입장으로

- 장관 후보자 명단이 발표될 때 열차를 운행 중이었다. 당시 심정이 어땠나.
“노동자에게 나랏일을 맡겨 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그런데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컸다.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 소년공 출신 대통령이 현장 노동자 출신을 노동부 장관으로 지명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그렇다. 제가 노동부 장관이 된 것보다 소년공 출신이 대통령이 됐다는 점이 더 놀라운 사실이다. 대선 기간 도올 김용옥 선생은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의 대담에서 ‘소년공 출신 대통령이 탄생한다면 전태일이 살아오는 것 같다’고 했다. 이번 대선을 관통하는 가장 정확한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장관직을 수행하는 동안 이 말을 하나의 사표로 삼고 업무에 임할 것이다.”

- 평생 노동운동을 해 왔는데 장관 취임으로 위치가 달라졌다. “서 있는 곳이 달라지면 풍경이 달라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동운동가 입장에서 노동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과 국무위원으로서 노동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은 같다. 다만 노동운동가가 권리를 요구하는 입장이었다면 권한을 가진 국무위원은 권리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방안을 찾는 위치라고 생각한다.”

산재 사망사고 올해 말까지 증가 추세 꺾겠다

- 취임 직후 ‘안전한 일터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직접 쿠팡 물류센터 등을 불시점검했다.
“‘무엇이 사고의 반복을 만드는지’ 노사 의견을 듣기 위해 직접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중대재해뿐만 아니라 크고 작은 사고가 반복되는 곳을 불시점검 대상으로 한다. 처벌이나 지적만이 목적은 아니다. 오늘 방문한 제조업 사업장도 안전보건공단과 민간재해예방기관 관계자들이 동행해 컨설팅을 제공했다. 실수가 발생해도 사고로 이어지지 않는 관행은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 함께 찾고 싶다. 하나의 끼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불시점검은 계속 진행할 예정이다.”

- 국무회의에서 “직을 걸겠다”는 말까지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산재사망률이나 노조조직률을 국가의 중요한 경제사회 지표로 설정한 최초의 대통령이다. 그동안 경제성장률이나 국내총생산(GDP) 같은 지표가 중심이 됐다면 이 대통령은 산재사망률을 줄이는 것, 노조조직률을 높이는 것을 나라의 격으로 생각한다. ‘좋은 일자리 하나를 키우려면 온 나라가 필요하다’는 말도 있는데 산재사망률을 줄이기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대통령이 지시하셨는데 주무부처 장관이 이를 못하면 직을 거는 것은 당연하다. 과거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있었던 것처럼, 산재예방 5개년 계획을 만들어야 한다.”

- ‘언제까지 얼마나 줄이겠다’는 구체적인 목표가 설정돼 있나.
“노동자 1만명당 산업재해 사고사망자 비율인 사고사망만인율이 한국은 0.39‱인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0.29‱다. 제가 모범사례로 삼고자 하는 싱가포르는 0.12‱ 정도다. WSH(Workplace Safety & Health·산업안전보건) 정책을 추진한 결과다. 싱가포르는 20년 전만 해도 사고사망만인율이 이렇게 낮지 않았다. 우리나라도 할 수 있다. 우선 올 연말까지 산재 사망사고의 증가 추세를 꺾고 우하향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국무총리실에서 모든 부처에 자기 부처마다 산재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제출하라고 했는데, 이를 모아서 종합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알 권리·참여할 권리·피할 권리 ‘3권’ 보장할 것

- 노동안전 종합대책의 기본 원칙은 무엇인가.
“우선 원인과 결과를 뒤바꾸지 말아야 한다. 재해자의 불완전한 행동은 재해의 원인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로 나타난 결과다. SPC 시화공장에서 발생한 산재도 장시간 저임금 구조, 심야노동이 빚어낸 결과 아닌가. 지배구조 문제도 있다. 자동 윤활유 도포장치가 고장 났으면 바로 교체했어야 하는데 투자를 결정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 보니 그렇게 하지 못했다. 또 노동자가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예방의 주체가 돼야 한다. 알 권리, 참여할 권리, 피할 권리(작업중지권)를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실제 사고가 발생하는, 다단계 구조의 제일 끝단에 있는 하청노동자가 필요한 것을 요구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고, 원청은 이러한 권한이 잘 작동되는지 지원해야 안전이 확보된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이 필요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격차해소법이고 교섭촉진법이자 중대재해 예방법이다.”

- 산재예방 대책과 관련해 업무상 사고 중심으로 논의가 집중돼 있다. 야간노동 규제와 과로사 대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고민하고 있나.
“주 52시간제도 ‘그림의 떡’인 노동자들이 있다. 근로기준법의 구멍을 꼼꼼히 메워야 한다. 대표적으로 특별연장근로 인가를 기업 경영상의 이유로 너무 많이 늘려준 측면이 있다.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야간노동자의 과로사 방지를 위해서는 택배·배달 노동자도 야간작업 특수건강진단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사각지대 해소를 노력하겠다. 노동시간, 일하는 방식, 다단계 하도급 같은 구조적 원인까지 살펴 과로의 원인을 실질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

- 산재예방을 위한 부처 조직 개편과 감독관 증원도 필요한 과제로 지목된다.
“조직 개편은 국정기획위원회가 판단하고 대통령이 결정할 문제라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산업안전보건청 신설을 요청했는데 장단점이 있다.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는 반면 정부 법률제정권이 없다는 한계가 있다. 근로감독관은 최근 300명을 증원했고 금년 말까지 총 1천300명을 증원할 계획이다. 행정안전부와 협의 중이다. 물론 숫자만 늘린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전문성 강화를 위해 ‘노동안전 투캅스’를 추진한다. 베테랑과 신입을 일대일로 매칭해서 도제식으로 전문 지식이나 수사 노하우를 전수할 수 있을 것이다.”

▲ 정기훈 기자

노조법 오해 있다면 대화로 풀겠다

-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8월 임시국회로 넘어갔다. 재계가 입법 저지에 총력전을 펼치고 국민의힘에서 법안에 대한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나올 수 있다.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노조법 2·3조 분리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저는 분리될 수 없다고 본다. 산재 문제와 마찬가지로 원인과 결과를 바꾸면 안 된다. 손배소송 제기는 ‘불법파업’이 벌어진 결과다. 불법파업의 근본 원인은 헌법적 가치와 현실의 불일치 때문이다. 하청노동자들은 헌법에 명시된 노동 3권을 실현하기 어렵다. 쌍용차 노동자에 대한 국가권력의 무력진압도 정리해고를 둘러싼 문제였다. 쟁의행위나 교섭의 대상에서 제외된 탓에 격렬한 충돌이 벌어졌고 그 결과로 손배가 청구된 것이다. ‘노란봉투법’은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불법파업을 조장하는 법이 아니라, 불법의 근원을 제거해서 불법파업과 손배소송이라고 하는 악순환을 끊는 법이다.”

-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이나 주한유럽상공회의소에서 노란봉투법과 관련해 우려를 표했다.
“조만간 만날 예정이다. (14일 방문 일정이 잡혔다)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이 다를 순 있다. 하지만 사실관계를 두고 오해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 일각에서 ‘불법파업에 면죄부를 준다’고 하지만 불법행위를 용인하거나 무조건 책임을 면제하는 게 아니므로 사실이 아니다. ‘n차 벤더까지 1년 내내 교섭하다 사업도 못하게 된다’는 주장도 원청이 하청노동자 근로조건에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경우에만 교섭에 응해야 하므로 과도한 측면이 있다. 오해가 있다면 대화를 통해 풀고 싶다.”

- 법안이 공포되면 6개월 뒤 시행된다. 세부 지침 마련 계획은.
“노동부가 해야 할 일은 6개월 동안 이 법이 현장에 잘 안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첫 번째 과제는 교섭 절차를 정하는 일이다. 최근 현대제철과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판례를 보면 교섭 절차가 없다고 해도 그것이 교섭 거부의 명분은 안 된다라는 것이 법원의 입장이다. 때문에 교섭 절차는 기존 창구 단일화 방법을 사용해도 될 것이다. 중앙노동위원회와 법원의 판단기준, 전문가 자문 등을 바탕으로 교섭 절차와 방법 등 지침을 마련하겠다.”

‘정년연장·주 4.5일제’ 노동시장 양극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 정년연장과 주 4.5일제를 두고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했다. 국정기획위원회가 주 4.5일제 근무제 시범사업을 국정과제로 채택했지만 정부 예산으로 179억원 정도만 편성한 것으로 알려져 노동계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추가 예산을 기획재정부와 협의하고 있다. 기업들이 주 4.5일제를 적극 도입할 수 있도록 충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시행 초기 다양한 성공 사례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정부의 다각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생명·안전 업무, 과로사 발생사업장, 교대제 활용 사업장 등에 주 4.5일제가 선제적으로 도입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 또 노동시간단축이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 나누기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다.”

- 정년연장은 연내 입법을 추진하는 건가.
“미뤄진 과제이므로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 공무원연금 개혁 당시 해야 할 과제였는데 계속 미뤄졌다. 공무원이 퇴직을 해도 연금을 못 받는 소득크레바스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시기를 더 늦출 수는 없다. 민주당 정년연장TF가 가동되고 있는데 노동부도 적극적으로 옵서버(observer)로 참여하고 있다. 조정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할 생각이다.”

- 정년연장 추진시 세대 간 상생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할 텐데.
“공공부문과 대기업 같은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에서 정년연장의 수혜가 세대 연대형으로 나타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구체적인 방안을 말하긴 어렵지만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 거기서 답을 찾아보겠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법제화 추진
5명 미만 근기법 적용 ‘을들의 전쟁’ 되지 않게

- ‘동일노동 동일임금 법제화’도 국정과제에 포함됐다. 구체적인 추진 계획은.
“노동시장의 대표적 차별 사례 중 하나가 임금 격차라고 생각한다. 특히 같은 일을 하면서도 고용형태를 이유로 더 적은 임금을 받는 사례가 있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차별을 근절하기 위해 근로기준법에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과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적 처우 금지를 규정하겠다.

또 동일노동 동일임금으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산별교섭이 안착돼야 하고, 그러려면 직무분석에 기초한 데이터베이스가 축적돼야 한다. 그래야 노사가 자율 교섭을 할 수 있다. 동일한 업무에서 임금 수준이 어떠해야 하는지, 자료가 있어야 그것에 기초해서 노사가 밀고 당기고 할 수 있지 않겠나. 노동부가 이러한 역할을 하려면 조직이 있어야 하고 예산이 있어야 한다. 현재는 독자적인 임금정책 부서가 없다. ‘임금정책국’(가칭)을 만들고자 한다. 행정안전부와 협의가 필요하다.”

- 직무급 도입을 추진하면 노동계 반발이 예상되는데.
“직무급 도입 없이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어떻게 할 수 있나. 동일한 직무에 동일한 임금을 주기 위해서는 직무 분석이 우선돼야 한다. 이전 정부에서 직무급과 성과급을 합쳐서 이야기를 했던 것이 문제였다. 관계가 없는 둘을 섞어 버리다 보니까 노동계에서 반발하는 것도 당연하다.”

- 5명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은 어떻게 추진해 나갈 계획인지.
“일단 중요한 것은 가짜 5명 미만 사업장 단속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 지불능력이 있는데도 사업장 쪼개기를 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5명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은 단계적 접근을 할 수밖에 없다. 구체적 로드맵을 말하긴 어렵지만 방향성은 분명하다. 문재인 정부 때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을들의 전쟁’ 프레임에 빠져서는 안 된다. 을들의 연대가 실현될 수 있도록 정말 열악한 5명 미만 사업장의 지불능력을 어떻게 고려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이들에 대한 실질적 대책을 같이 가져가야 한다.”

고공농성 문제, 사람 위에 법 없다
윤 정부 ‘건폭몰이’ 희생자들에게 사과할 것

- 취임 이후 한국옵티칼하이테크와 세종호텔 고공농성장을 방문해 적극적인 해결 의지를 보였지만 아직까지 해법이 안 보인다.(각각 10일 기준 582일째, 180일째 고공농성 중이다.)
“해법을 모색 중이나 쉽지 않다. 하지만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다. 법으로 다 끝난 문제라고 하는데 사람 위에 법이 있나. 최근 포스코이앤씨 경기 광명 신안산선 건설현장 붕괴사고로 매몰됐다가 구조된 청년노동자의 문자를 받았다. 트라우마 치료를 받고 있는데, 자신들이 잊혀져 가는구나 했는데 대통령이 연일 강력한 대책을 이야기하니까 ‘그 말 한마디가 정말 든든하다, 나라가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는 내용이다. 그 문자를 받고 구미 옵티칼이 떠올랐다. 옵티칼 농성장에 갔을 때 농성 중인 박정혜씨가 못 내려오는 이유에 대해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이대로 잊혀질까봐 걱정된다’고 하셨다. 사인 간에 돈 거래를 했을 때에도 못 줄 형편이 생기면 사정을 이야기하지 않나. 그런데 청춘을 바쳐서 회사를 위해서 일했는데 불 났다는 이유로 말도 없이 해고하고 청산해 버리니까 너무 억울한 거다. 문제 해결이 쉽지 않더라도 잊지 않고 있다, 그리고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 윤석열 정부의 건폭몰이 등으로 인한 후유증도 크다.
“13일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 등 주관으로 (책 <노가다가 아닌 노동자로 삽니다>) 북콘서트를 연다고 해서 저도 참석할 예정이다. 그 자리에서 지난 정부에서 상처받았던 분들에게, 건폭몰이 희생자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고 양회동 열사는 유서에 ‘정당하게 노조활동을 했는데 집시법 위반도 아니고 업무방해 및 공갈이라고 한다. 자존심이 허락되지 않는다’고 썼다. 건폭이라는 표현은 갈등과 반목을 불러일으키고 노동계 신뢰를 잃어버리고 대화를 어렵게 했다고 생각한다.”

-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노사 법치주의라는 게 노사 자치주의 위에 있을 수 없다. 그 어떤 법의 판결도 당사자 합의보다 나을 수 없다. 저만의 생각이 아니고 국제노동기구(ILO)의 대원칙이다. 법의 문구 몇 개로 무죄냐 유죄냐 인정되냐 안 되냐 할 수는 없지 않나. 고 오요안나 사건도  괴롭힘이라는 실질보다 (직장내 괴롭힘 규정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탓에) 근로자성 여부로 다투다 결국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어서 해당 규정을 적용하지 못했다.사람을 두 번 죽이는 일이다. 5명 미만 사업장에서도 해고가 정당했는지 아닌지를 따지기보다 4명인지 6명인지 숫자에 매몰돼서 사용자는 어떻게 해서든 5명 미만으로 만들려고 하는 문제가 생긴다.”

▲ 정기훈 기자

노사 모두 ‘우리 노동부’라 부를 수 있게
사회적 대화, 신뢰부터 축적해야

-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 장관이라는 점에서 노정관계 재정립과 사회적 대화 활성화 등에 대한 기대도 크다.
“무신불립이다. 신뢰자산이 축적돼야 그 결과로서 사회적 대화도 이뤄질 수 있다. 기업에서 원청과 하청노동자도 교섭을 안 하는데 최상급에서 사회적 대화가 어떻게 이뤄지겠나. 물은 아래로부터 차오르는데 아랫단에서 교섭을 틀어막고 제일 위에서 대통령과 노총·경총이 만나서 무슨 사회적 대타협을 하겠나. 사회적 대타협을 원한다면 노조법 2·3조 개정에 반대해서는 안 된다. 총연맹이 참여할 수 있는 여러 거버넌스가 있다. 지난 정부때 인위적으로 배제시켰던 정부 위원회 등에 적극 참여해서 의사를 개진하고 활발하게 토론하는 등 과정을 거쳐 신뢰가 구축될 수 있다. 국회의장님이나 총리님도 사회적 대화에 관심이 많으시다. 다양한 라운드가 벌어질 것이다. 다양한 방식을 실험해야 한다고 본다.”

-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운영계획은.
“민주노총은 현재로서는 어렵다는 입장인데 그것도 존중한다. 한국노총의 입장도 있기 때문에 개문발차할 수도 있다. 조만간 노사정 대표자 회의가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큰 가닥을 한번 잡을 생각이다.”

- 민주노총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
“우물가에 데려갈 수는 있어도 억지로 물을 먹일 수는 없다. 교섭을 촉진시키기 위해서는 교섭의 이득이 있어야 하고 그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증세가 먼저냐 복지가 먼저냐 논쟁도 마찬가지다. 효능감을 보일 때 오지 말라고 해도 들어올 것 아닌가.”

- 어떤 노동부를 만들고 싶은지.
“안전한 일터 프로젝트 다음으로 가칭 ‘우리 노동부 프로젝트’를 추진하려 한다. 비임금 노동자를 포함한 일하는 모든 시민이 노동부를 ‘우리 노동부’라고 부를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는 의미다. 저도 노조활동을 오래 해 왔지만 노조의 보호를 받는 사람은 노동부에 크게 의존하지 않는다. 노조조차 할 수 없는 수많은 일하는 시민들이 ‘우리 노동부’라고 부를 수 있도록 권리 밖 노동자 보호와 함께, 앞서 말한 ‘세 가지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언제라도 찾아올 수 있는 노동부를 만들고 싶다. 노동자에게도, 중소·영세 사업장에서 기업하는 분에게도 그런 부처가 되고 싶다.”

- 철도노조 위원장 시절 매일노동뉴스 주식 1천주를 약정했고, 역대 정부 철도민영화 정책을 분석한 책 <빅라이(Big Lie)-철도파업 23일의 기억>을 매일노동에서 펴내기도 했다. 그만큼 인연이 깊은데, 매일노동뉴스의 가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2017년 철도노조 위원장 시절 매일노동뉴스는 전태일 일기와 같다고 했는데) 다시 한번 강조해서 매일노동뉴스는 전태일의 일기다. 노동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점, 현장의 작고 낮은 목소리도 놓치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가치라고 생각한다. 현장 노동자의 목소리와 권리를 먼저 비추는 언론이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 소중한 자산이다. 앞으로도 노동의 언어로 말하고 노동의 내일을 비추는 등불이 돼주길 바란다.”

진행=연윤정 선임기자
정리=어고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