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진료비 관리시스템’으로 지속가능 건보 재정”

국회 토론회서 전문가들 “의료비 상승 요인 수가제도 개편 필요”

2025-08-06     임세웅 기자
▲ 보건의료노조

지속가능한 건강보험 재정을 위해 건강보험 진료비 지불 방식을 바꾸는 구조개혁이 필요한 시기라는 주장이 나왔다. 보험료를 더 걷는 것은 한계에 다다른 만큼 총진료비 관리체계를 빠르게 도입하자는 게 전문가와 시민사회의 공통된 의견이다.

진료비 지급체계 ‘행위별 수가제’
의료비 상승 주요 원인으로 지목

현재 우리나라 건강보험 재정건전성은 좋지 않다. 지난해 건강보험의 보험료 수지 적자는 최근 10년 사이 가장 큰 11조4천억원에 달한다. 1명당 국민총생산(GDP)보다 1명당 급여비 증가세가 훨씬 가파르기 때문이다.

국민건강보험 도입 이후인 1990~2023년 1인당 GDP는 462만원에서 4천657만8천원으로 10.1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1명당 건강보험 급여비는 4만4천원에서 164만7천원으로 37.4배 늘었다. 같은 기간 보험료율은 3.13%에서 7.09%로 2.3배 증가했다. 보장률은 62.5%에서 64.9%로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

보험료를 높이는 방법은 실효를 다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직장 가입자의 건보료는 월급의 8% 이내에서 부과하도록 묶여 있는데, 올해 건강보험료율이 7.09%로 이미 법정 상한에 근접한 상황이라서다. 건보료 인상만으로는 앞으로의 지출 증가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현재 진료비 지급체계인 ‘행위별 수가제’가 의료비 증가의 원인인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진찰·치료·검사·수술 등 의료행위 단위별 가격인 행위수가는 상대가치점수와 환산지수, 의료기관 종별 가산율을 곱해서 결정되는데, 상대가치점수는 인건비를 이유로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다. 2014~2024년 49.1% 증가했다.

상대가치점수는 진료비용과 의사 업무량, 위험도를 요소로 의료행위 가치를 점수로 평가한 수치다. 다만 의료행위에 소요되는 시간이 객관적으로 측정된 적은 없고, 인건비를 중심으로 원가를 분석해 결정하는 게 일반적이다.

“총진료비 관리시스템 확립해야”
수가는 “개선해야” vs “동의 어려워”

전문가들은 국가 차원에서 총진료비 관리시스템을 만들어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진현 서울대 교수(보건경제학)는 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초고령사회의 건강보험 재정은 지속가능한가 – 건강보험 재정 균형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서 발제를 통해 “총진료비 관리시스템을 만들고 총진료비 목표를 전년도에 설정해 수가정책과 연계하고, GDP 증가율,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목표치를 연동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행위별 수가제 개편 필요성 목소리도 이어졌다. 최복준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은 토론에서 “전공의 인건비도 상대가치에 포함돼 있으나, 전공의 충원율이 높은 과목의 상대가치가 과다 산정되는 문제도 있는 만큼 인턴과 레지던트 인건비는 수련비용으로 간주해 국가책임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상대가치점수 체계를 객관적으로 재측정하고 외부평가를 통해 전면적으로 개편이 추진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의사협회는 수가제 개편 반대 의견을 냈다. 윤용선 대한의사협회 지불보상제도TF 부위원장은 “현행 지불제도가 국민 의료비 상승의 원인이란 말엔 동의가 어렵다”며 “의료비 상승 원인은 저수가이며, 지불제도를 바꿔도 저수가가 유지되면 공급자 입장에선 어떻게든 행위량을 늘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는 이수진·서영석·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 안상훈 국민의힘 의원,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 전종덕 진보당 의원과 한국노총·보건의료노조·경실련·한국환자단체총연합회로 구성된 국민중심 의료개혁 연대회의가 공동 주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