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고 긴장감이 들었던 말

2025-08-07     이동철
▲ 이동철 한국노총 부천노동상담소 상담실장

서울의 북쪽 노원구 노원노동복지센터 사무실은 7호선 마들역 내에 있다. 지하철역 내부에 위치해 공기의 질이라든지 근무 환경이 딱히 깔끔한 건 아니라고 한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노동자들이 상담하기 편리하도록 대중교통과의 접근성을 고려해 지금의 위치에서 노동자를 만난다고 했다.

권태훈 사무국장에 따르면 센터가 위치한 노원구는 전국에서 가장 아파트가 밀집된 지역이다. 그래서 이 지역에서는 아파트 경비노동자들의 노동 권리를 지키는 일이 중요한 과제다. 경비노동자의 자조 모임을 통해 권리의식을 높이고 경비노동자의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아파트 동대표들을 상대로 노동 인권 교육도 한다.

이처럼 지역의 노동 시장의 특성에 맞게 시민의 노동권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지역의 노동 상담 기관들이 지난 7월 한자리에 모였다. 올해 고용노동부의 취약노동자 교육상담 지원사업을 수행하는 전국의 50여개 노동 상담 기관이 대전과 서울에서 2차례에 걸쳐 서로의 활동과 고충을 나눴다.

한국노총 역시 중앙법률원 소속으로 전국의 16개의 지역에서 노동교육상담소를 운영한다. 1989년 설립된 한국노총 지역노동교육 상담소는 초기에 한국노총 소속 노조의 교섭과 법률지원 그리고 노동교육을 위해 설립됐다. 그러나 노동상담소를 찾는 사람들은 조합원보다 노조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일반 노동자들이 더 많았다.

노무사와 같은 노동 전문 서비스가 일반화되지 않은 1980년대에는 임금체불과 같이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하는 일하는 시민들에게 지역의 노동상담소는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언덕이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노동 시장의 상시적인 구조조정의 분위기 속에 정리해고나 비정규직 차별 문제에 대한 상담이 폭증했고, 2000년대 들어서는 높아진 시민의 인권 의식 속에서 직장내 괴롭힘과 일·가정의 양립을 위한 다양한 노동 인권의 문제들을 두고 상담이 이뤄졌다.

이처럼 다양하고 급격하게 변화되는 노동시장의 현실에서 일하는 시민들의 노동 인권이 지켜질 수 있도록 정부가 노동 행정을 펼치는 일은 중요하다. 노동부 혼자서 다 해결할 수 없는 이런 노동자의 권리구제를 위해 정부는 전문성 있는 노동단체와 취약노동자 교육과 상담사업에 예산을 지원한다.

윤석열 정부는 이런 예산을 노동단체를 길들이는 데 악용했다. 정부 노동정책의 부족한 부분을 비판하는 노동단체에는 예산지원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노동부가 예산을 지원하는 전국의 노동 상담 기관을 모아 간담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에 처음에는 마땅치 않았다.

예산지원을 무기로 노동단체를 길들이려 했던 지난 정부의 태도부터 반성해야 하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들기도 했고, 예산의 한계를 들어 1년에 미치지 않는 사업 기간으로 지속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도 답답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역의 취약노동자들의 노동 인권을 위해 전국에서 모인 다양한 노동 상담 기관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며 그런 불만들은 조금 누그러졌다. 지역의 특성과 세대, 산업의 특징에 맞게 노동 상담 활동을 업그레이드 해가는 노동 상담 기관들과 함께하며 한편으로는 우리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자극도 받았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행사를 주최한 박은경 노동부 노사협력정책과장은 상담 기관을 방문하는 노동자의 상담은 1건에 불과하지만, 그들에게는 생계와 삶이 달린 온 세상의 문제라며 자부심을 가져달라 말했다. 고맙고 긴장감이 드는 말이었다.

한국노총 부천노동상담소 상담실장 (leeseyha@naver.com)